요양병원 141곳 중 28곳서 법정감염병 제2군 ‘폐렴구균’ 검출
환경부 “연구 설계 오류로 과학적 근거로 활용 불가” 반박

[환경일보] 정부가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장이 아닌 일반소각장에서 처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함에 따라 의료폐기물 양이 대폭 감소하게 된 처리업체가 반격에 나섰다. 

일회용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 조사연구 최종 결과 141곳 중 28곳서 법정감염병 제2군 ‘폐렴구균’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6월 환경부는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일회용기저귀 중 감염우려가 낮은 기저귀는 의료폐기물 분류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의료폐기물로 분류하는 일회용기저귀를 ▷감염병 환자 등에게서 배출되는 일회용기저귀 ▷혈액이 묻은 일회용기저귀 등으로 한정했다.

환경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감염 우려가 없는 기저귀는 일반폐기물 소각장에서 처리될 것”이라며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장의 부하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의료폐기물 처리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회용기저귀 처리 기준을 완화한 것은 요양병원이 증가함에 따라 전용소각장에서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의료폐기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북 고령에서 소각장 처리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폐기물을 수탁받아 처리하지 못하고 쌓아두면서 병원성 폐기물로 인한 감염 우려가 일었다.

8월26일 열린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연구' 최종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단국대학교 김성환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법정감염병 제2군 폐렴구균 검출

그러자 처리업계는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일회용기저귀가 세균 감염 우려가 있다며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연구책임자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 위탁연구책임자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26일 지난해 12월부터 수행한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연구’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자간담회에 나선 김성환 교수는 “전국 요양병원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152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반의료폐기물 용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회용기저귀가 없었던 11곳을 뺀 141개 요양병원 중 법정감염병 제2군인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이 19.9%인 28개소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014년 법정감염병 제2군으로 지정된 폐렴구균은 감염과 사망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감염우려가 있는 격리병동이 아닌 일반병동의 환자로부터 배출된 일회용기저귀에서 폐렴구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병원균의 유래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조사 및 감염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폐렴구균 환자는 ▷2016년 441명에서 ▷2017년 523명 ▷2018년 670명으로 늘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도 ▷지난 2014년 6명에서 ▷2015년 34명 ▷2016년 18명 ▷2017년 67명 ▷2018년 115명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135개(95.7%) 요양병원에서 발견된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은 법정감염병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외 저명학술지에서 약물의 지속적인 사용 등에 의한 해당 균의 감염성과 내성 증가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기저귀에서 발견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요양병원 절반 분리배출 엉망

이외에도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테우스균(Proteus mirabilis)과 포도상구균(포도알균, Staphylococcus saprophyticus)은 각각 95개소(67.4%)와 84개소(59.6%)에서 발견됐고, 각종 화농성 염증이나 식중독 등 다양한 감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황색포도상구균(황색포도알균, Staphylococcus aureus)은 134개소(95%)에서 나왔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또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칸디다균(Candida albican)은 분석 결과 5개소에서 배출된 기저귀에서 발견됐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 내 일반병동에서 배출되는 일회용기저귀는 폐렴 및 요로감염, 각종 염증, 피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 위험이 있는 병원균이 상당수 내재돼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일회용기저귀로부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환경부가 입법예고 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감염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 일회용기저귀를 감염성이 있는 의료폐기물과 감염성이 없는 사업장일반폐기물로 철저히 분리·배출할 수 있을지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돼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하는 일회용기저귀는 감염우려가 없더라도 보관‧운반과정에서 별도의 보관・수집・운반기준을 준수하도록 했다.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다른 폐기물이 섞여서 배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김 교수는 “141개 일반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의료폐기물 이외의 폐기물이 있는 경우가 76개소로, 절반 이상의 요양병원에서 철저한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요양병원에서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폐기물 발생량 대비 처리시설 용량이 부족해지는 것에 일조한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이번 조사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경부의 입법예고 사항은 아직 보건학적으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고 요양병원 감염관리에 대한 의구심마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입법 타당성 확보를 위해 본 연구를 기초자료로 해서 전국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실태와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성 및 위해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수행해 환경적·보건적·사회적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 “감염균 검출률 6%에 불과”

반면 환경부는 안전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되는 기저귀를 배출‧운반할 때는 의료폐기물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소각은 의료폐기물 소각장과 시설기준이 동일한 사업장폐기물 소각장에서 처리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환경부가 추진 중인 연구용역에 따르면, 비감염병환자 500명의 일회용 기저귀에서 기저귀를 매개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 감염균을 분석한 결과 검출률은 6%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반인에게서 확인되는 수치(13%)보다 낮아, 일반인의 배설물 등에 비해 위해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와 전용소각업체로 구성된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 의뢰한 연구는 감염의학 전문가로부터 연구 설계 오류로 인해 과학적 근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고 반박했다.

연구에서 검출된 병원균 대부분이 인체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상재균’이기 때문에, 해당 균의 검출 사실만으로 기저귀의 감염 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폐기물 처리장 포화로 촉발된 논란이 업계와 환경부 간 일회용기저귀 위해성 우려로 번지면서,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성과 위해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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