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존과학센터, X선 CT 비파괴 진단으로 아라가야 토기 제작기술 확인

사슴모양뿔잔(鹿形角杯) 상형토기 좌측단면 <사진제공=문화재청>

[환경일보] 심영범 기자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이동식, 이하 ‘센터’)는 문화재 내부 구조를 3차원 형태로 파악하는 엑스선컴퓨터단층촬영(이하 ‘X-선 CT’)을 통해 함안 말이산 고분군 45호분에서 출토된 사슴모양뿔잔을 비롯한 총 4점의 상형토기에 대한 방사선 비파괴 진단을 하여 상형토기의 제작 기술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X-선 CT는 조사 대상을 360도로 돌면서 투과된 X선의 단층 이미지 정보를 컴퓨터로 재구성한 3차원 형상 데이터로, 주로 의료, 자동차와 전자 산업, 과학 분야 등에서 비파괴 조사·분석에 이용되는 기술이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내부 구조의 복잡한 형태를 자르거나 추출하는 시각화를 통해 유물을 보다 직관적으로 조사·분석하는데 쓰이며, 특히, 토기의 경우, 토기 기벽(器壁) 성형, 바탕흙(태토, 胎土)의 분포 등 다양한 제작 방법을 조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사슴모양뿔잔, 집모양토기, 배모양토기, 등잔모양토기 등 4점의 아라가야 토기를 대상으로 방사선 비파괴 진단을 시행했다.

조사 대상 중 하나인 사슴모양뿔잔 상형토기는 5-6세기 아라가야 시대 조형미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원통형의 뿔잔, 몸체 상부와 하부, 굽다리의 각 부분이 4개의 개별부분으로 만들어졌고, 표면은 매끄럽게 다듬어 만들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몸체 기벽의 횡단면(가로질러 자른 면) 단층을 통해서 뿔잔이 몸체의 윗부분인 상부,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로 이어진 몸체의 바닥부분인 하부로 구분돼 있고, 기벽의 내부에는 바탕흙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한 손 누름의 흔적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머리에서 목까지의 내부는 바탕흙으로 메워져 빈공간이 없으나, 원통형 뿔잔과 연결된 내부는 액체 등을 채울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형태로 보아 상형 토기 성형 과정이 사슴 형상의 머리를 지탱할 수 있도록 몸체의 바닥 부분을 만들고 난 후에 원통형 뿔잔과 연결된 몸체 상부를 붙여 몸체를 완성하고 굽다리 받침을 연결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사용된 장비는 센터가 보유한 4마이크로미터(㎛) 초점 크기(Focal Spot Size)의 고분해능 X-선 미세 단층 촬영 장비로, 12~20㎛의 크기까지 조사가 가능하며 2009년부터 문화재 비파괴 진단에 투입됐다. 최근에는 백제 익산 쌍릉(사적 제87호)에서 나온 인골의 3차원 입체 프린팅 성형을 위한 원본의 정밀 데이터를 얻어내는데 활용됐다.

특히, X-선 CT 조사는 문화재의 손상 없이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 형태를 기록하기 때문에 원형 유지가 중요한 문화재 보존·관리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생산된 자료는 정밀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문화산업 콘텐츠, 3차원 입체(3D)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함안군청과 (재)두류문화재연구원의 조사 요청으로 시행된 이번 문화재 비파괴 진단 자료는 앞으로 문화재 정밀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돼 발굴 보고서에도 수록될 예정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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