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출범 100일, 거버넌스 장점 최대한 부각할 것
하천관리 환경부로 이관, 수계기금 사용 재검토 필요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물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동반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충남도립대=환경일보] 지난 20세기 국가 간 많은 분쟁이 발생했다.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요인 중 ‘석유’가 가장 큰 분쟁 요인으로 나타났다. 자원은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로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됨과 동시에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자원산업의 기술 발달로 고갈위기에 놓인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이 제안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물’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전문가들은 21세기는 ‘물 분쟁 시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와 달리 물은 대체자원이 전무한 유일무이한 자원이다. 산업에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뿐 아니라 인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은 생명과 직결된다. 이에 각 국가는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물관리에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 또한, 지난해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물관리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정책에 갑론을박과 함께 ‘옳고 그름’에 관한 의견이 상충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관련 중요 정책 및 현안을 심의 의결하고 물 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물관리 관련 학계·시민사회 등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당연직·위촉직 포함 총 39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지난 8월27일 대통령 직속 제1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다. 물관련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이끄는 수장으로 물관리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국가 물관리의 지난 100일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다음은 허재영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낙연 총리(왼쪽)와 허재영 위원장 <사진제공=국무조정실>

Q. 국가물관리위원회 출범 이후 진행된 업무와 내년도 주요 사업에 대해 말해달라

A. 지난 8월 국가물관리위원회 출범 이후 위원회 운영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국가 물관리 비전을 논의하고 향후 위원회에서 다룰 의제를 발굴하는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정책분과, 계획분과, 물분쟁조정분과를 구성해 물 관련 다양한 안건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그간 10회 이상(워크숍, 전체 4회, 분과별 6회)의 회의를 통해 학계·법조계·산업계·시민단체 등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 간 물관리에 대한 관점과 지식을 공유해 향후 비전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회, 시민단체, 관련 부처 등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위원회 차원에서 다룰 다양한 분야별 현안에 대응하고 있으며, 2020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물관리위원회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선 환경부에서 수립하고 있는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이 국내 통합물관리의 바람직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심의·의결 전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해 보다 효율적인 방향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각종 물 관리 현안에 대해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 있는 물관리위원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Q.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통합물관리 체제가 시작됐다.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효율성’, ‘공평성’, ‘지속가능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물은 인간과 자연 모두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공공요소이므로 인간환경-자연환경 간,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깨끗한 물을 충분히 공평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

이와 함께 물을 이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며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위해서는 재원의 효율적인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또한, 물은 앞으로 우리 미래세대도 사용해야 할 중요한 자원으로 합리적 사용과 보전에 주력하고자 한다.

아울러, 하천관리는 여전히 국토부에 남아 있어 하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천기본계획을 세우는데 국토부가 환경부에 심의 의뢰를 맡기면 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 후 국토부로 넘겨주게 된다. 국토부의 하천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넘어와야 효율적인 하천관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하천은 행안부, 하천은 국토부, 심의는 환경부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일관된 체계를 구축해야 진정한 의미에서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Q. 통합물관리가 시작됐지만, 농업용수는 여전히 예외로 보는 경향이 만연하다. 농업용저수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한 체제 정비 대안이 있다면?

A.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전체 물 이용량의 약 41%가 농업용수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에 비해 관리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물관리가 분야별로 소통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이 지속된 것에서 문제가 누적됐다고 볼 수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는 농업용수를 포함한 국가 물관리의 정책방향을 제시할 것이며, 이를 통해 농업용 저수지 등의 농업용수도 다목적댐 등 유역 내 다양한 수자원과 통합적으로 어우러져 적절한 활용·관리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국가물관리위원회 당연직위원으로 농림부 장관과 농어촌공사 사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농업분야의 물관리정책이 전체 물관리 논의체계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 역시 마련됐다고 본다.

또한, 선출직 공무원들은 농민과 마찰을 부담스러워 한다. 합리적인 판단은 있지만 유권자에게 합리적인 거부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드러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자치단체에 모든 부분을 맡기기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논의가 쉽지 않다. 이에 위원회가 개입해 의견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가물관리위원회 유역관리위원회 출범식 <사진=환경일보DB>

Q. 지하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뭄 등 비상시 사용할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A. 물관리 일원화 이후 그간 환경부-국토부로 이원화돼 관리된 지하수 수량, 수질의 통합관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원화된 구조로 관리되면서 양측 기관의 의견이 상충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하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농업이다. 또, 지하수의 문제는 80%가 농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것을 배재하고 지하수 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

이에, 물관리기본법,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등과 연계한 합리적 지하수관리 제도 마련을 위해 2020년에는 지하수법, 지하수관리계획 등의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며, 지하수자원 확보시설, 강변여과수 등을 활용한 취수원 다변화를 통해 물 부족 해소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위원회는 물분야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공적자원인 지하수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우리 위원회에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 강화를 위해 최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Q.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까지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국정과제로 발표했지만 올 연말로 미뤄졌고, 또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 처리에 관한 위원회의 입장은.

A. 4대강 보 처리방안은 수질·수생태·수자원·농업 등 다양한 전문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사업의 진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데 우선 방향 설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를 기반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설정돼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역 주민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4대강 조사평가단에서 도출한 결과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객관적·전문적인 검토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민, 유역주민,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듣고 소통해 보처리방안 도출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의 갈등이 봉합되고 하나로 나아가는 좋은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최근 물관련 주요 이슈 및 현안들에 대해 생각하는 대안이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A. 물 관련 주요 이슈는 유역별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강은 신곡 수중보, 상·하류 간 물이용부담금 관련 이슈가 있으며, 금강은 금강 하굿둑 개방문제, 충남지역 가뭄 문제, 대청호 녹조 문제 등이 있다.

우선, 수계관리기금의 사용에 관해 검토가 필요하다. 물 이용부담금이 모여 수계관리기금이 된다. 하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합리적인지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논의를 제안하면 환경부는 방어적으로 나오겠지만, 주민들은 맑은 물을 이용하는 데 마음의 부담감을 안고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환경부가 심의하고 검토해 용도를 정해 예산을 지출하는 구조이지만 상·하류 지역 간 협력이라는 대의적인 차원에서 수계관리기금의 사용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 낙동강은 낙동강 유역 상하류 간 먹는 물 문제, 낙동강 상류 환경문제, 하굿둑 개방문제 등이 존재하고 영산강·섬진강에는 영산강-섬진강 간 용수 배분 관련한 문제 등이 오랜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계기금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이러한 이슈는 장기화된 이슈이며 발생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 모색이 지난(至難)한 과제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원장으로서의 갈등 해결의 원칙은 바로 ‘이해·존중’과 ‘공동체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이 아닌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은 아닐지라도 ‘유역’이라는 공동체 차원의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려는 동반자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유역 물관리위원회는 바람직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기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물관리위원회에는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해당 갈등과 관계없는 중립인사도 참여하고 있으므로 중재자 역할 등을 통해 갈등대립구조가 아닌 상호소통구조로 운영될 수 있다.

유역 내 문제는 유역 내에서 도출하도록 하는 ‘유역 중심의 통합물관리’ 원칙에 따라 유역위에서 유역 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유역 내 구성원이 공생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의식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사진=김봉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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