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 허용기준 준수도 민사책임 못 면해

법이 정한 규제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오염물질을 배출해 피해를 주었
다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15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 갑산리 주민 이무웅(61
세) 등 24명이 안강농공단지에서 배출하는 유해가스로 인해 감·부추 등 농
작물이 말라죽는 피해를 입었다며 2억 2,856만 8,000원의 배상을 신청한 사
건에서 T환경이 배출한 불화수소(HF)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인정 3,417만
9,224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법이 정한 규제기준을 위반하지 않
았더라도 오염물질로 피해를 발생시켰다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환경정책
기본법 제31조를 적용한 첫 번째 배상결정으로 환경피해에 대해 무과실책임
을 인정한 첫 사례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위원회는 또 현재 가동중인 292개 농공단지 주변 농민들에게 유사한 피해
가 재발하지 않도록 "농공단지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통합지침" 제36조(환
경성 검토)에 불화수소 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의 입주금지 조항 신설 등
신속한 실태조사와 피해 예방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에 요청했다
위원회 조사결과 T환경은 고농도의 불소(F)를 함유한 폐수 슬러지(오니)를
점토와 섞어 적벽돌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2001년 11월부터 인근 LG전자 등
에서 월 평균 500여 톤의 폐수 슬러지를 반입하여 벽돌을 만들고 1,135~
1,160℃의 고온으로 굽는 과정에서, 불화칼슘(CaF2) 상태로 안정되어 있던
불소가 열분해 되어 고농도의 불화수소(HF)가스로 변하면서 주변 농경지로
날아와 감나무와 부추, 고추 등이 고사하거나 수확량이 줄고 상품가치를 상
실하는 피해를 입은 개연성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2002년7월 2일과 25일에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측정한 불화
수소의 농도가 1.9389ppm과 2.2682ppm으로 대기환경보전법이 정한 배출허용
기준(5ppm)을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피해 농작물들의 잎에서 대조 작물들보
다 2~3배 높은 농도의 불소가 검출되었고, 공장 안의 은행나무 잎이 말라
죽는 등 전형적인 불화수소 피해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환경정책기본
법 제31조(환경오염 피해의 무과실 책임)의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인
정했다.
분쟁위는 "이번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활동을 하면서 오염물질을 배출
하는 사업자가 행정법상 규제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면할 수 없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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