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박희정

유럽연합, ‘그린딜’ 최우선 과제 추진
재생에너지 기반 녹색산업 대규모 투자
최악의 경기침체 돌파, 포스트 코로나 대비

정부, 그린 뉴딜 빠진 ‘한국판 뉴딜’ 계획 발표
탄소집약적 산업구조 재편, 저탄소 녹색성장 이룰
‘디지털·바이오·그린 뉴딜’ 포함한 혁신성장 필요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박희정

[환경일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할 정도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진두지휘하에 다양한 형태의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까지 이른바 ‘K-방역’이란 새로운 모델을 구축했다. 각국 정부가 대규모 봉쇄조치(Great Lockdown)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최근 세계 누적확진자 수가 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대의 역신장을 예측하면서, 우리나라도 비교적 초기 방역에 성공했지만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도 일자리 2500만개가 급감하고 실업률도 14.7%로 폭등했고, EU 집행위도 올해 실업률이 9.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제 및 고용 위기의 장기화에 직면했다.

현직 인사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필자도 코로나19로 촉발된 국내 고용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의 상반기 채용은 대폭 축소됐고,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계는 사상 최대의 적자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수많은 기존 근로자까지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감했고, 기후변화가 다소 완화되는 역설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6% 감소하면서 탄소배출량도 지난해보다 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보다도 훨씬 큰 폭의 감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1900년 이후 지구상의 탄소배출량은 세계 대공황 등 여러 위기에도 꾸준하게 증가해 왔고, 각국 정부의 신속한 경기부양책으로 도리어 탄소배출량이 급증한 전례를 감안했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기후변화 완화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CICERO)에서도 코로나19로 올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약 5% 감소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순배출제로가 되려면 2050년까지 꾸준한 속도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그린딜(Green Deal)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함으로써 재생에너지 기반의 녹색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과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우리나라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긴급 조성해 경제 위기와 고용 충격에 대응하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고용안정 조건, 기업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의 전제 조건을 강조했지만, 결코 기간산업의 위기는 코로나 19의 확산에 국한돼 기인하지 않았다.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은 대표적인 탄소집약적 산업으로, 신기후체제하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해당 기업들이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할 때에만 해당 기금을 투입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며칠 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추진방향’도 경제구조 고도화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SOC의 디지털화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 외에 그린 뉴딜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달 중순 출범할 한국판 뉴딜 추진 태스크포스(TF)에서도 다른 관계부처와 달리 환경부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뉴딜과 바이오 뉴딜을 통한 혁신 성장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탄소집약적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이 배제된 상태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한국판 뉴딜에서 언급한 지속가능성을 논할 수 없다. 또한, 그린 뉴딜을 통해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실직한 근로자의 원활한 전직을 위해 직무전환훈련과정을 개발하고, 코로나와 같은 불가항력의 위기에서도 생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 인류는 코로나 이전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코로나 이후에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도래를 대비해야 한다.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뉴노멀 시대의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바이오 뉴딜, 그리고 그린 뉴딜까지 삼위일체가 돼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을 포괄하며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특히, 궁극적으로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사회, 다양한 사회 불평등의 해소를 바탕으로 그린 뉴딜을 추진해 청년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판 그린 뉴딜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사회 각계각층의 공론화가 충분히 이뤄졌을 때,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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