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포기하고 시장에만 의존하는 재활용시스템 개선 시급

[환경일보]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경기침체, 유가하락 등에 따른 국내 페트 재활용산업의 침체 및 페트 재생원료 적체 해결에 나섰다. 페트 플라스틱 수입 재생원료 및 신규원료 등을 대신해 국내 페트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와 함께 페트 1만톤의 공공비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중국의 폐비닐 수입금지에 따라 발생한 2018년 쓰레기 수거 대란이 떠오른다. 재활용품 가격 폭락으로 수거 거부, 정부의 공공비축 등으로 이어지는 조치까지 거의 비슷하다.

2년 전 쓰레기 대란 당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공성 강화와 지역 내 자체적인 쓰레기 처리였다. 시장에만 의존하기에는 쓰레기 문제가 너무나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재활용품이 재활용되지 않으면 그냥 쓰레기다. 가공과정을 거쳐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거듭나야 진정한 재활용인 것이다. 그런데 재활용을 거쳤음에도 팔리지도 않을, 가치가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쓰레기에 인건비가 더해진 비싼 쓰레기에 불과하다.

중국의 폐비닐 수입 금지나 이번 코로나19처럼 재생원료 수출이 불가능해지면 이를 국내에서 소화해야 한다. 공급이 증가했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건 덤이고, 만약 운반비도 나오지 않는다면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것조차 거부하게 되고 이는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쓰레기 대란’은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선택이니 방치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쓰레기가 쌓이면 악취와 오물은 물론, 2차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고 전염병 발생 등 위험이 너무 크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공성이다.

2년 전 정부가 나서 응급처방을 하면서 고비를 넘겼지만 2년 후 같은 문제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 고비를 넘기면 다음에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쓰레기 처리를 시장에 떠넘기는 현재의 잘못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공공성과 함께 강조돼야 할 부분이 바로 지역 내 쓰레기의 자체 처리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서울에서 처리될까? 다른 대도시는 어떨까? 도시가 대규모 자원을 소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 처리는 항상 다른 지역에 전가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정상일까?

집값 하락이 걱정되기 때문에 우리 동네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건설되는 것은 결코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 쓰레기 처리를 전가하는 지역은 그만큼 비용을 더 지불하고, 대신 처리하는 지역은 혜택을 확실하게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원칙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2003년부터 EPR(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가 시작됐지만 폐기물 발생은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 업체가 재활용분담금을 지불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 가격에 전가돼 사실상 부가가치세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분리배출 역시 개인이다. 개인에게만 의존하는 현재의 재활용체계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대란을 결코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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