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일보] 오성영 기자 = 반려견에게 가장 흔한 암은 유선종양이다. 프랑스 랑트 수의과대학 동물의료센터는 유선종양 수술환자의 혈액과 조직에서 POPs(잔류성유기오염물)를 검사했다.
2015년 보고에 따르면 검사대상의 86%가 POPs에 중독되어 있었다. 이 중독물질은 음식과 환경에 상재하며 면역계와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
최근 통합의학의 중심과제는 해독이고, 유기농 업계의 화두는 ‘바디버든(Body burden)’이다. 바디버든은 신체에 누적된 독성물질의 총량(체내축정량)을 뜻한다.
바디버든이 증가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누적된 유해물질은 1)체내 항상성과 세포대사를 방해하여, 2)기저질환을 악화시키고, 3)호르몬질환, 면역질환, 종양, 기형의 원인이 된다. 2017년 SBS의 기획다큐 ‘자궁의 경고’는 이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식단과 환경에서 중독물질을 제거한 뒤 자궁내막염, 만성피부염, 월경전증후군으로 고생하던 환자들이 극적으로 호전되었다.
이런 현상은 동물에게도 나타날까?
몽이는 14살 남아 요크셔테리어다. 지난 8년간 피부약을 달고 살지만 증상은 심해지고, 최근 3년은 간도 나빠져 보조제를 함께 먹고 있다. 온 몸에 털이 빠지고, 피부에 고름과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악취가 풍겼다. 몽이와 보호자가 고생했던 지난 세월을 체감할 수 있는 처참한 상태였다. 상담 후 투약을 최소화하고 해독을 시작했다. 간식과 가공식품을 중단하고, 식단처방도 병행했다. 다행히 보호자는 의지를 가지고 병원의 권고를 실천했다. 4개월 뒤 극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몽이 회춘했어요!” 털이 다시 자라고 활동적으로 변한 것이다.
통이는 4살 여아 샴 고양이다. 치은퇴축과 치주염 그리고 빈번한 구토가 치료해도 낫질 않는다고 내원했다. 평소 기운 없고, 예민하며 늘 불안한 성격이었다. 검진결과 알루미늄과 수은이 모두 과다하게 나타났다. 중독이었다.
알루미늄 독성은 신경전달물질의 흡수를 지연시키고, 무기질 대사를 방해하여 근육, 관절, 내분비, 피부면역계에 질병을 유발한다. 플라스틱, 캔, 주방기구를 통해 용출되고 흡수될 수 있다.
수은은 호흡기와 소화기로 쉽게 침투하여 뇌와 신장으로 이동하고, 면역질환과 행동이상의 원인이 된다. 해독치료 3개월 뒤, 보호자가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통이 아주 건강해졌어요. 이젠 힘이 넘쳐요”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5대 중금속은 수은, 카드뮴, 알루미늄, 비소, 납이다. 그리고 이 중금속은 대부분 POPs와 동반된다. POPs는 물에 녹지 않는다. 기름성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소변으로 배출되지 않고 체지방에 축적된다. 배설은 안 되는데 노출이 늘면 바디버든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음식과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만성중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군산 가족동물병원 진료실에서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보호자가 해독과 건강의 핵심을 온전히 파악하여 자신과 식구들의 식단도 함께 바꾸는 경우다. 결국 반려동물의 치료과정에서 가족 모두가 건강해지는 결과를 보게 된다. 반려동물은 우리와 환경을 공유하고 바디버든도 공유한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은 둘이 아니다. 하나의 건강(ONE health)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