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라가 몹시 어지럽다. 더러는 IMF 외환위기보다 더한 국난의 위기라고도 한다. 필자도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현재의 시국은 나라가 곤두박질 친 지경은 아니고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호기로 삼을 수도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필자는 그 본질적인 해법이 국민 각자가 자기 몫을 확실히 하고, 남보다 자기를 살펴보고, 자기가 속한 직장이나 학교를 굳건히 지켜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건강한 시민이 많을수록 나라는 건강하고 기반은 튼튼한 법 아닌가.
원래 어제 같은 오늘이 있고 오늘 같은 미래가 있는 법이다. 그렇듯이 한국의 미래는 오늘의 결과물이라서 밝은 미래를 여는 길은 바로 오늘에 우리가 기울여야 할 준비와 안배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의 모습중의 하나가 '안정된 시민사회의 건설'이다. 그러자면, 그 요체는 '건강한 시민을 육성'하는 것에 있다. 이렇게 볼 때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아기·어린이·청소년 시절에 이르는 자아형성기 동안 가치관·국가관·정체성 확립은 절대과제가 된다.
특히 제대로 갖춘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은 그 관건이 되며, 이와 함께 건강한 시민이 살기 쉬운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국가운영시스템과 행정, 법과 제도, 사회질서도 시민을 위한 편리하고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건강한 시민은 길거리를 지나다가 무심코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를 주워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일 수도 있고, 왕성한 사회참여나 실천운동을 통해 사회를 바꾸어나가는 시민 등 그야말로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아울러 21세기형에 맞는 새로운 시민사회의 틀과 기준에 맞는 애국자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넉넉지 않은 가정살림 가운데서도 자투리 돈을 모아 어려운 소년소녀가장의 학비와 생활비를 도와주는 시민, 홀로 사는 외로운 노인을 보살피며 말벗도 되어주는 시민, 기업으로 번 돈을 사회봉사나 문화를 위해 쓰는 기업가 등도 건강한 시민이자 21세기형 애국자가 아닌가 싶다.
다만, 그 중에서도 군에서 국방의 신성한 임무를 다하고 전역 후에도 국가의 안전을 염원하며 묵묵히 자기 본분을 다하는 시민들,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우리 브랜드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애쓰는 기업가 등은 그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 특히 자기 목숨까지도 바치면서 희생한 애국자는 건강한 시민의 표상이자 본보기가 아닐까 한다.
당연히 애국자는 나라를 위해 이바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보다 나라가 어렵거나 위기에 처할수록 애국시민의 희생은 한국사회의 건강과 미래를 담보하는 중요한 버팀목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전쟁터에 나가서 죽거나 다친 이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모르는 무병용사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을 높고 값지게 만들어야 한다.
시·군·구 별로 공원이나 묘지를 조성하고, 동상·탑·사당 등을 세워 이들을 우러르고 기리는데 각별한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러한 시설이나 기념물은 도심 한복판이나 사람이 즐겨 모이는 광장에 자리 잡도록 하여 늘 보이게 하는 한편, 누구나 쉽게 자주 들러 그 뜻을 받들고 또 다른 애국시민을 길러내는 터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곳곳에 군인의 전당이나 전역군인 문화센터 등을 세우는 일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하거나 실제로 크게 도와주지 못한 독립(승전)유공자, 한국전쟁 참전용사 및 국군포로, 베트남전 고엽제 참전군인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기념관에 모셔지고 유품이나 기록이 박물관에 남아 전해야 하며 이들의 활동과 업적은 한국 인물사의 중심으로 채워져야 한다.
아울러 이들의 가족까지도 보살피는 제도화된 장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안정된 생활기반의 제공, 자녀들의 교육 지원, 철저한 사후관리 등이 반드시 안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감대가 자리 잡고 그 실천이 이루어질 때, 우리 시민사회도 '희생과 봉사'가 값진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리는 로마시민을 보면서 미국시민을 보면서 그 남다른 애국심, 특히 지도층일수록 목숨 바쳐 국가를 지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주목하면서 즐겨 인용하고 있다. 헐리웃 영화를 보노라면 성조기가 펄럭이지 않는 영화는 거의 없다. 심지어 멜로물이나 공포물까지도 말이다. 이제 한국 시민이 그 당사자일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는 애국자가 되고 싶어 하고 애국자들이 존경받는 시민사회의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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