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업으로 인한 환경상 영향을 저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보편적인 법적 장치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명제를 충족함과 동시에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제적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제도를 발전시키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현재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우리가 주의해 봐야 할 것은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개선하여도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잔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사패산 터널 구간,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 통과구간, 새만금 간척사업 등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한 사업들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킨 것이 그 예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갈등 해결의 기회가 되어야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단서가 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일반에게 사업의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최초의 시발점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나 이해 당사자는 사업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용지보상이나 공사 개시 후에 사업의 내용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문제점이 한꺼번에 표출되어 갈등이 시작된다. 그러나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개별법에 의한 절차, 관계기관 협의 및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쳐 사업의 추진을 위한 법적 절차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적어도 법적으로는 사업의 추진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우리나라에서 유별나게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개선함과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하여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환경영향 평가대상은 단위사업(project)뿐만 아니라 국가정책(policy), 행정계획(plan), 실행계획(programme) 등까지 확대 적용하여 의사결정 상위단계에서 본질적으로 행정행위(actions)의 내용이 조정되므로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환경영향평가는 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것과 함께 국가의 의사결정 방법과 예산배정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의외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 사유는 환경영향평가를 일종의 통과 절차로 인식하고 협의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향후 각 개별법에 환경성과 주민의견 수렴 등을 고려하도록 조항을 삽입하여 해당 개별법에 의해 발생되는 모든 행정행위에 대한 환경영향을 검토하고 저감대책을 수립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례로 캐나다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군사작전까지도 환경영향평가 대상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개발사업(project)과는 다른 형태의 인간 활동이지만 군사작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려는 것이다.
단위사업뿐만 아니라 어떠한 행정행위까지 평가대상으로 확대할 경우 지금까지 나타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의 문제가 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개발사업을 포함한 모든 행정행위의 입안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면 지금까지 나타나던 불필요한 소모와 갈등은 많이 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이러한 현황을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하여 문제점을 해결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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