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부정확한 강우량 예측으로 사전 방류 골든타임 놓쳐
댐 방류계획 변경 통보 과정에서 다수의 규정 위반 사례 발견

[환경일보] 지난 8월 용담댐, 섬진강댐, 합천댐 하류의 홍수피해 원인에 대한 국정감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댐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8월 강우량에 대한 부정확한 자체 예측으로 사전 방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매년 말 다음 달 강우량을 자체 예측해 댐방류 등의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수진 의원이 공개한 한국수자원공사의 8월 댐운영계획에는 수자원공사가 8월 강우량을 초순과 중순은 ‘매우 적음’, 하순은 ‘매우 많음’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8월 실제 강우량은 401.6㎜로 매우 많았다. 결국 한국수자원공사가 8월 중순까지 강우량이 적을 것으로 예측해 댐의 사전 방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댐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자 대량 방류를 해 댐 하류의 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가 금강홍수통제소에 보낸 댐방류 계획 변경 승인요청 공문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8월7일 9시에 용담댐 상류지역의 8월7~8일 동안의 강우량을 110~170㎜로 예측했다.

이는 당시 8월7일 5시에 발표한 기상청 예보에 따른 전북지역(용담댐 상류)의 같은 기간 동안의 총강우량인 100~200㎜(많은 곳 300 이상)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강우량은 전북 장수 312.6㎜, 진안 433.5㎜, 동향 383.0㎜으로 수자원공사의 자체 예측보다 훨씬 많았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용담댐의 마지막 사전방류 골든타임을 놓치고 8월8일 12시에 댐의 수위가 계획홍수위에 다다르자 초당 2900톤에 해당하는 물을 대규모로 방류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은 “결국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정확한 강우량 예측으로 사전방류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대규모 홍수피해가 났다. 이 부분에서 수자원공사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기상청과 수자원공사, 홍수통제소의 협력체제를 강화해서 보다 정확한 강우량 예측이 필요하며, 특히 홍수기에 댐 사전방류 기준과 절차에 대한 보다 세밀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자원공사 각 유역본부에서 관할 홍수통제소에 댐방류계획 변경 승인요청 공문을 보낼 때 댐 방류로 인한 하류 하천의 침수 가능성과 이로 인한 민원 발생에 대한 검토 자료를 단 한 차례만 보내고 대부분의 경우 보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수진 의원은 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2020년 8월4일 용담댐 수문 방류로 인한 민원발생 검토자료가 딱 한번 홍수통제소에 보내졌고, 이를 제외하면 용담댐, 섬진강댐, 합천댐 모두 관련 검토와 분석자료를 한번도 홍수통제소에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수자원공사의 댐방류 계획 승인 요청서에는 매번 댐수위 분석자료는 있는 데 반해 하류 하천의 침수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사실상 없다. 이는 수자원본부 소속 유역본부의 댐관리지사들이 댐수위 상승으로 인한 댐의 안전 문제에만 신경 쓴 나머지 하류 하천 침수 피해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은 “현행 댐 매뉴얼을 개정해 홍수기 제한 수위 밑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홍수예방을 위한 사전 방류의 기준 수위와 절차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시간 후에야 관계기관 통보

각 유역본부 소속 댐관리지사에서 댐 방류계획 변경 통보를 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규정 위반 사례도 발견됐다.

현행 댐운영 규정 11조에 따르면 댐관리자는 수문방류 개시 3시간 전까지 방류시기, 방류량 및 방류에 따른 댐 하류의 수위상승 정도가 포함된 방류계획을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방류계획이 변경된 때에도 ‘지체 없이’ 변경된 내용을 관계기관과 주민 등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홍수통제소의 댐 방류계획 변경 승인이 나기 전에 댐관리지사가 관계기관에 사전 통보를 한 경우가 섬진강댐 1건, 용담댐 2건이었다.

특히 2020년 8월5일 11시, 용담댐 관리지사는 수문방류계획 변경 내용을 각 기관에 통보했지만 이에 대한 홍수통제소 승인은 당일 오후 4시13분에 이뤄졌다. 이는 홍수통제소방류계획 변경계획 승인 시점보다 5시간 13분이나 사전에 통보한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통보를 지체한 경우이다. 승인 후 1시간을 넘어 지체 통보를 한 경우도 용담댐 1건(+58분), 섬진강댐 1건, 합천댐 5건이 있었다.

특히 낙동강홍수통제소는 8월5일 17시47분에 합천댐 수문증가 방류계획 변경을 승인했지만, 합천댐 관리지사에서는 변경내용을 19시간 50분 늦은 다음 날 13시37분에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부실한 홍수대응체계 

댐 매뉴얼상 홍수조절 위기경보 단계가 2단계만 있는 것도 문제다. 모든 댐에서 공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홍수조절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과 ‘주의’ 2단계로만 구성됐다. 이에 비해 댐붕괴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성됐다.

현행 댐 매뉴얼에는 댐 수위가 홍수기 제한수위를 초과해 상승하면 ‘관심’ 단계를 발령한다. 또 댐 수위가 홍수기 제한 수위를 초과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해 계획 홍수위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주의’ 단계를 발령한다.

댐은 계획홍수위에 다다르면 댐의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규모 방류를 시행하게 돼 있다. 결국 이러한 2단계 경보단계는 홍수 대응에 있어서 매우 부족한 대응체계라는 지적이다.

이수진 의원은 “현행 댐 매뉴얼을 개정해 홍수기 제한 수위 밑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홍수예방을 위한 사전 방류의 기준 수위와 절차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또 홍수경보 단계를 현행 2단계에서 3~4단계 정도로 세분화해서 각 단계별 대응 지침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박재현 사장은 “실제로 방류계획 시점보다 주민들에게 통보한 시점이 1분 늦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담당자가 인지해서 4분 늦게 방류했다”고 변명했지만 이 의원은 “준비해온 답변이 고작 그것뿐이냐”며 오히려 질책을 받았다.

박재현 사장은 “지적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서 댐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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