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환경부‧행안부‧지자체, 정화책임 떠넘기기 바빠

[환경일보]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은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 중에 미군기지 반환대상(80곳) 중에서 이미 반환된 58곳의 50%인 29곳의 토양에서 기준치를 훨씬 넘는 인체에 유해한 오염물질이 다량으로 확인돼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환경정화를 마친 의정부 캠프 시어즈 부지와 춘천 캠프 페이지 부지에서 온갖 유독화학물질,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검출됐고 하남 미군골프장, 용산 미군기지주변, 인천 부평 캠프 마켓 등에서도 기준치보다 매우 높은, 인체에 치명적인 오염물질들이 발견됐다.

미군이 SOFA협정문 제23조를 거론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국방부와 환경부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제7조 제1항과 제8조1항에 따르면,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장과 협의하거나 신청을 받아 종합계획을 수립해 행안부장관에게 제출하면, 행안부장관은 국방부장관‧환경부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와의 협의를 거쳐 승인 및 확정하고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뒤늦게 오염물질이 발견돼 개발종합계획에 따른 공사들이 전면 중단된 것에는 행안부 책임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김민철 의원이 올 3월에 정화가 완료된 의정부 캠프 시어즈에서 직접 채취한, 폐기름과 물이 뒤엉킨 토양오염물질을 채취한 통을 보여주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환경부 “암반오염은 우리 소관 아냐”

지자체장의 책무도 만만치 않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 제3항에서, 지자체장은 오염토양의 정화조치를 정화책임자에게 명령하고, 정화책임자가 불분명하거나 능력이 안 되면 직접 할 수도 있다.

같은 법 제15조 제7항에서는, 제6항에 따라 토양오염이 심한 경우 환경부장관이 (먼저)인지하고 지자체장에게 앞의 제3항에서 나온 조치명령을 할 것을 요구할 경우, 지자체장은 이에 부응해 조치명령을 내리고 그 내용과 결과를 환경부장관에게 보고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토양환경보전법이 토양오염에만 한정될 뿐 암반오염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주장을 국방부도 똑같이 하면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 의원은 진영 행안부 장관에게 “현재 (공여지 오염)상황이 심각한데 관계부처 장관들과 협의했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진 장관은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렇다면 지금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어떻게 조치해야 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진 장관은 “정화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곳에서 그 부분을 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행안부는 관계부처들과 종합계획 내용을 숙의해 승인, 결정하고 미군공여지 지원특별법의 주무부처이기 때문에 행안부 역시 이 문제와 관련이 매우 깊고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런데 지금 이렇게 몇달이 지나도 국방부든 환경부든 나와보지도 않고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며 관계된 정부부처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유독 몇군데 뿐만이 아니다. 반환대상 80곳 중 58곳이 반환됐고 그 중 29곳이 오염됐는데, 그 사실을 국가기관이 알고 있음에도 직접 나서서 처리에 임하는 곳이 없다”며 “내년에도 6개 지역의 미군기지가 반환되기 직전인데, 반환되고 나서 환경정화를 하더라도 또 저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공여구역들에서 나온 오염물질을 보면, (TPH나 BTEX처럼)동식물 생육에 지장을 주고, 각종 장애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위험한 오염물질들이 많이 검출됐다”며 “오염치유가 안된 채 반환되고, 또 계속 방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진 장관에게 질문했다.

이에 진 장관은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하고 정부로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정화작업을 해야 된다”고 답변했다.

의정부 캠프 시어즈 공여구역 공사장에서, 60㎝ 심도 시추에도 금방 솟아오르는 기름오염물질. <2020.10.9. 자료제공=김민철 의원실>

김 의원은 올 3월에 정화가 완료된 의정부 캠프 시어즈에서 직접 채취한, 폐기름과 물이 뒤엉킨 토양오염물질을 채취한 통을 보여주면서 “불과 몇달 전 정화를 끝낸 지역에서 나온 건데, 이렇게 (오염이 그대로 남아 있게)됐다는 것은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부실관리를 하고, 정화를 제대로 안 한 것이다. 제대로 정화를 했더라면 이런 게 나올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기관 중 어느 곳이 가장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진 장관은 “꼭 누구 잘못이기보다는 어디서 그것을 정화하고 비용은 누가 내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주한미군 공여지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12조에 ‘국방부장관은 반환공여구역 징발해제 또는 양여, 매각 처분하기 전에 지상물, 지하 매설물, 위험물, 토양오염 등을 제거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한 뒤 “국방부 장관이 전적으로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김 의원은 덧붙여서 “환경보전법에서 암반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그 부분은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누구도 처리를 안 하고 있다.”며 “장관이 발전종합계획을 세울 때 정밀검사를 통해서 완벽하다고 했을 때만 계획을 승인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 장관은, “토양이 정화가 됐다는 전제하에 계획을 세워서 시행하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다.

또한 진 장관은 “법률상 국방부가 책임지고 하는 것으로 나와 있으니까 국방부가 더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김 의원은 “국방부와 환경부, 지자체 의견을 다 들어봐서 종합해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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