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5일 토양의 날에는 숲으로, 자연으로

인천 영종도 해안매립과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갯벌의 생태계를 막고 있다. /사진=신경준 교사
인천 영종도 해안매립과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갯벌의 생태계를 막고 있다. /사진=신경준 교사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던 어느 날이었다. 비행기는 하늘 높이 올라 평평한 우리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날은 평상시와 달리 전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천 영종도 해안매립과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갯벌의 생태계를 막고 있었다. 당진 화력발전소에서는 미세먼지가 뿜어져 나왔고, 더 내려가니 가로림만도 보였다. 새만금 간척지를 지날 때는 가슴이 미어졌다. 영산강은 4대강 공사가 끝나 물의 흐름이 끊겨 거대한 수조처럼 잠겨 있었다.

제주도에 내리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로가 길게 뻗고, 높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제주도는 나에게 이스터섬을 떠올리게 했다. 이스터섬은 인간의 개발로 문명이 몰락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이다. 비행기를 타고 있던 내내 한국과 이스터섬이 교차 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누가 이렇게 자연환경을 마음대로 바꾸어 놓았을까? 이 환경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에게 과연 허락을 받은 것일까? 그들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후손에게 전해줘야 지속 가능한 사회이다. 환경과 그 속에 있는 친구들을 함께 지켜 주고 싶었다.

만약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80%를 20명이 사용하며, 12명만이 컴퓨터를 가진 행복한 사람들에 속한다. 이렇게 편리하게 사는 우리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누구나 어려운 처지의 친구들과 동물들을 보살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운 처지의 자연환경을 지켜야 하는 것은 특정한 누구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만약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환경 시설이 마을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스스로 마을을 지켜야 한다. 그곳을 떠나지 않고 보전해야 옆 마을도 그리고 그 옆 마을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마을과 마을이 이어지면 지구 전체가 하나의 마을이 되어 서로 함께 사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핀란드는 자연과 아이들의 교감을 중시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핀란드교육연구센터(OPINKOTI)
핀란드는 자연과 아이들의 교감을 중시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핀란드교육연구센터(OPINKOTI)

지구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환경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먼저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공기, 물 그리고 흙을 만질 기회를 줘야 환경감수성이 형성된다. 독일에서는 수학능력이 우수한 아동은 자연과의 경험이 많고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 밖 외부 놀이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도보여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핀란드 투르크(Turku) 응용과학대학의 데이비드 요켄(David Yoken) 교수는 “자연을 돌보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미래에 그들이 살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17년 발족한 그린액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토착 물건과 지식, 전통, 언론 등 예술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 미국 캘리포니아 그리고 호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과학’ 과목을 필수로 교육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2015년부터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을 도입해 모든 학급에 환경부장을 뒀는데, 이는 지역의 전국 고등학생위원회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캐나다에선 2016년부터 친환경 탄소중립 학교를 만들기 시작해 올해까지 탄소배출 37%, 2030년까지 80% 감축에 도전하고 있다.

또 영국 노스오브타인 지역은 올해 기후변화 교사를 모든 국공립학교에 한 명씩 배치해 환경교육을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이탈리아도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초중고에서 주당 1시간씩 기후변화 교육을 필수로 할 것을 법으로 정했다. 이밖에도 캄보디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이 환경교육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뉴질랜드에 기후환경 선택과목이 개설되고,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K-12 교육과정 유 초중고생 140만명 대상으로 기후환경이 필수로 교육된다. 교육내용에는 해양 보호, 자원 재활용, 기후위기,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사용, 그린에너지 경제, 기후위기 리더십을 반영할 계획이다.

생물다양성을 홍보하는 숭문중학교 친구들 /사진=신경준 교사
생물다양성을 홍보하는 숭문중학교 친구들 /사진=신경준 교사

한국에서도 환경교사모임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각 학교에서 환경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무주 푸른꿈고등학교에서는 학교와 지역에서 생물종 모니터링을 하며, 그 과정을 네이처링 애플리케이션에 담았다. 학생들은 일 년 동안 458종을 관찰·기록하는 놀라운 참여를 보였다.

학생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곤충인 반딧불이를 직접 찾아 나섰고, 지역에 오랫동안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의 반딧불이 개체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어봤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환경과목을 배운 것이 아니라 지역 생물종의 변화를 환경, 사회‧문화,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통합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청주여고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을 깊이 있게 공부한다. 그 결과를 UCC로 만들어 소개했는데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학생들은 실험을 통해 화장품이나 세안제에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을 찾아냈고, 이 제품들을 선택하지 않을 것을 함께 다짐하기도 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 숭문중학교에서는 환경교실을 열어 미세먼지 프리존을 완성했다. 아침마다 물걸레 청소를 하고 실내의 팬으로 강제 환기를 하며 실내정화식물 40여 그루를 가꾸고 있다. 또 교실 안팎의 두 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측정값을 공개하고 있다.

환경에 관심이 높아진 아이들은 환경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그중 ‘숲속의 오케스트라’ 팀은 학교 근처 노고산에 올라가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고, 실제로 그 소리를 직접 자연의 악기로 연주하는 버스킹을 학교 안팎에서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축제도 열었다. 올해는 페트병 생수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229명의 중학생이 일주일 동안 페트병 생수를 줄이기로 한 결과, 놀랍게도 그중 137명은 평소처럼 페트병 생수를 소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에 페트병 생수를 마셨던 친구 92명은 319.75ℓ를 절약했다. 이 노력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특한 실천으로 계속되고 있다.

올해 숭문중학교 친구들은 페트병 생수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사진=신경준 교사
올해 숭문중학교 친구들은 페트병 생수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사진=신경준 교사

산업화와 도시화의 긍정적인 면에만 집중해온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쓰레기 소각장, 유전자 조작 식품, 새만금 간척사업, 4대강 건설 사업, 핵발전소 건설, 핵폐기물 처분장, 미세먼지, 기후위기 등 수많은 문제를 맞닥뜨렸다. 아이들이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환경, 사회‧문화,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환경교육’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환경교사모임은 서울보건환경연구원과 ‘코로나19, 알면 이길 수 있다’라는 주제로 온라인 공동수업을 진행했다. 또 국가기후환경회의와 함께 ‘맑은공기 새로고침’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제 새해 3월이면 전국에서 8명의 환경교사가 새로 임용된다. 12년 동안 애타게 기다려왔던 다음 세대를 드디어 만나게 된다.

교육부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인 AI 교육과정에는 세계적인 변화와 함께 환경교육을 필수로 반영하고, 환경 전문교사를 선발해야 한다. 환경교육은 기후위기, 환경재난 시대에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발걸음에 한걸음 충분히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비용을 부담하라면 꺼리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인류가 누리고 있는 공기, 물, 흙과 같은 공공재이다.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인데도 기꺼이 책임을 지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지구는 우리가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자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삶의 터전이다.

12월5일은 토양의 날, 11일은 산의 날이다. 아직은 지구의 회복력이 남아있는 산, 강, 하천, 바다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지구인이여, 당신은 오늘 하루 몇 번이나 흙을 밟으며 걸어 봤나요?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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