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이하 추진위)는 지난 21일 정부중앙청사에서 5차 회의를 열고 국가기관이전의 범위와 건설추진기본계획을 확정하였다. 추진위는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 소속기관을 포함한 73개 국가기관을 신행정수도로 우선 이전하기로 결정하였다.
한편, 당초 이전 대상으로 포함됐던 국회, 대법원 등 헌법기관 11곳은 천도 논쟁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있기 때문에 일괄 이전계획에서 제외시켰으며, 이들 기관의 이전은 해당기관의 자체 판단에 맡기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무리하게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비난과 헌법소원, 천도론 등을 비켜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추진위는 헌법기관 이전을 전제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행정수도 예정지에 이미 헌법기관부지도 모두 마련해 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국회나 헌법기관들이 추진위의 결정에서 우선 이전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는 하나 사실상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유롭게 이전여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발표는 신행정수도이전에 대한 기본계획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를 비롯한 각종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국민적 합의, 국민투표 실시 등의 주장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위원회는 국가기관 이전비로 청사건립비와 이사경비 등을 포함해 3조2천억으로 계산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 근거도 부족하다. 또한, 이전비에 대한 재원조달의 경우 위원회측은 기존 청사를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충분히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지만, 신행정수도가 옮겨지게 되면 기존의 청사를 정부가 계획한 금액대로 매각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원매자가 적거나, 정부의 호가가 높을 경우 매각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는 우려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이전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무리한 행정수도 이전으로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면 현재의 사회경제분위기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돼 장기 불황으로 가는 길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회의는 무작정 신행정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분산효과, 투입비용의 적정성 및 조달 가능성, 새로운 수도권과밀화 초래 (호남이나 영남으로부터 신행정수도로의 인구 유입 가속화) 등 우려되는 사항들을 좀 더 신중히 살펴보자는 의견을 갖고 있다.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이 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여, 국민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국론의 분열 없이 더욱 신속히 신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금이 신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 올인 할 상황은 아닌듯하다. 정부계획대로라면 행정수도이전은 앞으로 9년 후인 2012년부터 시작되며, 이같이 장기간이 소요되는 국가적 대사가 좀더 세심한 검토를 위해 최종결정이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이를 탓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반대의견을 뒤로한 채 불도저식으로 행정수도이전 계획을 추진하여 ‘현 정부와 대통령이 오기로 정치를 한다’라는 국민적 비난을 듣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바른사회를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윤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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