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 성분 함유 감기약 파동이 번져가고 있다. 그런데 감기약으로 인한 유해 가능성 보다 더욱 큰 우려는 약물유해성을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조차 우리에게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모든 의약품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항상 부작용 발생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달 ‘의약품 안전사용 어떻게 할것인가’주제의 국제세미나에서 박병주 교수(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는 발제를 통해 미국의 경우, 약물유해반응으로 입원한 사람이 연간 150만 명, 사망한 사람이 10만 명에 이르며 이 수치는 음주사고, 총기사고, 교통사고로 인한 수치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드는 비용만도 연간 1,360억 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하였다.
실제 이 비용은 심장병,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는데 드는 것보다 많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약물유해반응에 따른 피해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또한 신현택 교수(본회 상임위원,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인구 2억8천여만명인 미국의 경우 연간 병원에서의 약화사고로 사망하는 사례가 10만명에 이른다는 1998년 보고에 이어 일본의 경우 (인구 1.27억명) 2001년의 약화사고 사망사례가 1,239건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으며 금년 7월에는 약화사고로 1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는 영국에서의 연구발표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지적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자발적보고제도'를 운영한 86년이후 보고 건수는 매년 평균 100건 미만이었으며 99년 시범사업 실시기간동안 637건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일본이 매년 2만에서 2만5천 건, 미국이 25만 건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극히 적은 수치이다. WHO에 보고 되는 자발적부작용보고 건수 또한 99년에 25만 건에 이르렀으나 우리나라는 1992년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래 단 한건의 부작용 사례를 보고했을 뿐이다. 자발적 부작용보고가 저조한데 대해 교육과 홍보의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의약전문가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우리사회는 이제 겨우 의약분업이라는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매우 기초적인 제도를 시행하였을 뿐이며 올해 의약품사용평가위원회가 구성되어 사용단계에서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활동을 준비중에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약물취급자와 제조자 및 수입자에게도 안정성에 대한 보고의무를 부과하며, 의약품안전관리기금을 조성해서 피해자구제와 안전관리정책의 집행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며 리콜제도와 불량의약품신고제도의 도입, 혈액안정성보장시스템, 어린이용 안전용기 사용의무화, 약품표시기재사항에 대한 법적 정비를 기획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지난 세미나에서는 올해 의약분업의 후속조치로써 의약품 안전사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제가 시급함을 제기하고 세미나 등을 개최해 소비자를 위한 의약품정보센터인 ‘홈케어센터(www.homecarecenter.or.kr)’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전시스템을 갖추는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 인적, 물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PPA성분 함유 감기약 파동을 계기로 그동안 뒷전에 밀려있던 의약품 안전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책임자처벌이나 듣기좋은 단기처방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행정시스템의 재정비와 모니터링체계의 강화, 보고의무 강화, 소비자를 위한 의약품안전성 정보의 생산과 보급체계 마련, 업무능력 강화 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제시하여야 할것이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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