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무한한 인간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현재와 같은 생산과 소비패턴으로 보면 인류의 앞날은 지속 불가능하다. 물론 소비는 인간의 복리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소비하거나 잘못 소비할 경우 우리의 건강과 우리가 의존하는 자연자원을 해치게 된다.
지난 2001년 OECD 환경각료회의에서 채택한 환경전략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세계인구는 61억 명에서 75억 명으로 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중요한 지구자원은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석유는 채굴가능한 양은 약 1,800기가 배럴로서 앞으로 40~50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며, 가스는 63년, 석탄은 218년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인구증가, 자원고갈과 함께 더욱 심각한 것은 소비수준의 증가이다. 오염통제와 자원효율성 향상으로 얻는 개선효과는 생산과 소비의 양적 증가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주거공간만 보더라도 이런 문제는 그대로 나타난다. 1975년 국내 4인 가족 주거 면적은 9~14평이었지만 1995년에 19~29평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 사이 인구는 1680만 명에서 4460만 명으로 2.6배 늘었으니까 주거면적 증가분과 인구증가분을 감안할 때, 총 주거면적은 20년 만에 대략 5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주거면적의 증가는 시멘트 등 건축자재는 물론이요 전기와 물 소비량도 그만큼 늘렸을 것이다. 도시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시멘트는 백두대간의 허리를 잘라 캐낸 석회로 만들어지고, 전기는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의 환경피해를 전제로 생산돼 도시에 공급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소비수준은 이미 1993년에 전 세계 상위 20%에 해당되어 세계평균을 넘어섰다. 이제는 성장이, 소비가 최고의 가치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더 늦기 전에 환경위기를 인식하고, 생태적 사고와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소비는 일반소비자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기업간 거래를 포함해야 한다.
우선, 일반소비자들은 이왕이면 가족의 건강과 안전, 환경을 생각하면서 친환경상품을 구매해야 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주요한 것이 공공기관의 녹색구매활동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에 사용하는 금액은 GDP의 9% 수준으로 연간 약 50조원 규모이다. 친환경상품 구매는 예산을 더 지불하지 않고서도 시장을 녹색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기업간의 거래에서도 녹색구매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들어 선진국의 환경규제가 제품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어 최종제품의 환경성능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종제품을 구성하는 원자재나 중간재를 구매할 때 친환경성을 고려하고, 소모품이나 사무용품도 환경성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로,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이 친환경상품인지를 구분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는 친환경상품을 공인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환경마크’이다. 최근 웰빙 바람과 함께 관심이 부쩍 높아진 페인트나 벽지, 세제류, 프린터 등 다양한 제품이 환경마크를 부착하고 판매중이다. 상품을 선택할 때 환경마크가 붙어있는가를 확인하고 고르는 것, 이것이 우리의 지구환경과 건강,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녹색소비 실천의 첫걸음이다.

문승식
환경마크협회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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