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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단병호 의원 (민주노동당)
자세가 너무 편하신거 아니세요? 키가 커서 그런가요?”
“왜요. 근엄하게 찍어야 합니까.”
사진을 찍는데도 여간 곤욕이 아니다. 습관이 되어버린 구부정한 포즈(?)를 바꿀 길 없어 그대로 찍는다. 오히려 정형화된 포즈보다는 이렇게 편한 이미지가 단병호 의원에겐 더 잘 어울리기에. 그게 그의 진짜 모습이니 말이다.

단병호 의원을 만난건 월요일 오전, 때마침 민주노동당원들의 체육대회 날이기에 단체티를 입고 의원회관에 나타났다. 만난 장소가 의원회관이 아니었다면 단의원의 직업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편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그리고 그의 삶을 조금은 대변해 주는듯한 검게 그을린 얼굴과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이 한층 정겨워 보인다.


시찰차 남미순회
국내보다 훨씬 진보적

지난달 단병호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로서 환경노동 시찰차 남미에 다녀왔다. 열흘 남짓한 기간동안 여러 나라를 시찰하는게 여간 곤혹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느낀게 많단다.
“남미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나 그 외 분야를 따져도 열악한게 많죠. 하지만 그들의 노동환경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노동여건이나 제도가 국내보다 훨씬 낫더군요. 주5일제 근무가 법제화된데다 근로환경도 상당히 진보적이었어요. 환경의식은 어떻고요. 경제력이 낮아서 실질적인 추진이 더딜뿐이지 사람들의 환경마인드는 제대로 박혀있더군요.”
단의원은 페루에서 환경청장과의 잊지못할 면담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페루에서는 주요 환경정책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따로 있더군요. 정부·학계·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주요 환경정책을 결정하죠. 우리나라의 자문형태가 아닌 그들에 의해 실질적인 결정이 난다는게 참으로 인상적이더군요.”
짧은 기간이지만 다른 나라의 진보적인 시스템을 보다가 국내 여건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소외받는 그룹이라는 것만 봐도 국내 현실이 어떤지 여실히 드러나니 말이다.

노동자 단병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저요?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잘난 것도 없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보자는 생각으로 노동계에 참여했던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요.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힘들어 하잖아요. 그 짐을 같이 덜었을 뿐입니다.”
사회는 점점 양극화되어 가고 그에따라 불평등의 문제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절대 다수에게 최소한의 기본적 생존권은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게 단의원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언론에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투쟁하는 단병호’ 그 자체이다. 그런 삶이 힘들고 고달프지만 그렇다고 벗어날 수도 없다.
“이젠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네요. 지금의 일이 선택이 아닌 제 삶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죠. 노동운동을 하다보면 우울하고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죠. 항상 뭔가가 관철되다보니 어렵고 힘겨울때가 많았지만 그 와중에 느끼는 보람은 사업장 내의 노동자들이 회사측으로부터 실제 권리등을 보장받고 대우가 개선됐을때, 그때 그들의 기뻐하는 표정을 보면 다시 노동운동의 에너지가 충전되죠.”
뿌듯함보다 힘겨운 날이 많았지만 그 시절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왔기에 지금도 계속 투쟁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게 아닐까. 하지만 에너지도 에너지 나름이지 가족들 만큼은 그의 그런 에너지를 염려할만도 하다.
“아무래도...음... 가족들은... 그렇죠. 하지만 다행히 잘 이해해줬기에 지금까지 일할 수 있던 거겠죠.”
가족 얘기가 나오자 선뜻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진 빚이 많긴 많은가보다.
“이제까지 가족들과 많은 시간 보내지 못한게 너무나 미안하죠. 반대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하지만 그가 챙겨야 할 가족이 비단 집에 있는 가족만은 아니기에 하루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결코 미룰 수도 없다.

‘환경’으로 시작해도
결국 ‘노동’으로 끝난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환경분야에 전문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환경지식도 많이 모자란 것 같고 말이죠.”
단병호 의원은 솔직한 심경을 전했지만 노동을 사랑(?)하는 그가 어찌 환경을 외면할 수 있겠냐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환경문제를 짚어도 그는 단연 산업환경의 심각성을 꼽는다.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지역의 오염과 그로인한 근로자들의 건강문제까지... 결국 환경에 대한 관심도 노동자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게 그의 숙명인 것 같다.
앞으로 하고싶은 일에 대해서도 그는 망설임없이 “지금 계속 하고 있잖아요”라고 말할만큼 다른 일에 새롭게 신경쓸 여유가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달라진게 없다고 한다. 민주노총에 있을때 가졌던 문제의식을 여기서도 계속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니... 변한게 있다면 일하는 장소와 방법이 변했다면 변했을까. 그런 수단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하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어느 곳에 있든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에게도 개인적인 바람은 있다. “이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이게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꼭 그러고 싶네요. 국회의원이라고, 정치한답시고 4년을 떼우는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실질적인 법안을 개정해 주고 하나하나 개선시켜 나가고 싶어요. 그들이 제 삶의 이유니까요.”
그를 지금의 길로 이끈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단병호’ 자신이었다.
살아있다면 단의원과 비슷한 또래가 됐을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던 지난날을 그는 결코 잊지않겠노라 오늘도 다짐한다.


글·사진/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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