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에서 열린 WTO각료회의는 1년여전 선언문채택이 실패한뒤 폐막하는 유례없는 국제회의로 남겨졌다. 급기야 각료회의의 합의 실패로 2004년 말로 예정된 DDA종료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EU와 미국이 사실상 농산물시장에 대폭적인 개방원칙에 합의한 것이 확인 됐다.
당시 회의가 결렬된 것은 회의주제 중의 하나인 싱가폴 이슈(무역투자, 경쟁정책, 상품이동, 정부조달시장의 개방)를 놓고 선진국과 아프리카 국가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선진국 6개 나라에 의해 무리하게 진행되는 WTO에 대한 개도국들의 반감이 많이 작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큰 개도국들이 선진국들의 관세와 보조금 감축부담을 대폭 강화하고, 개도국 우대는 확대를 주장 하면서 무역장벽 축소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한, 즉 농산물 수출국 22개국은 미국과 EU의 보조금 철폐를 강력히 요청했다. G22의 그룹을 형성 한데다, NGO들의 선진국 수출국들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협상은 개도국이 원하는 대로 연기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농업 측에는 시간을 벌었는지 모르나 세계은행에 의하면 DDA가 성공적으로 타결되면 2015년에는 세계소득이 연간 5000억불로 증가하며 이중 60%가 개도국에 귀속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의 금융 구조조정도 받았었다. 국민은행, 포철, 삼성 등 은행, 기업이 외국투자자본에 많이 잠식되어 있다. 거의 개방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종자회사도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갔다. 밀, 콩 ,옥수수 등은 93%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쌀 개방만이 추후의 협상과제로 남아있다.
현재는 힘 있는 나라들의 약육강식의 현상인 것 같다. 미국 등이 쌍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개별 개도국들은 상당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양자 협상보다 다자간 협상이 유리한 것은 분쟁조정이 있기 때문이다. 칸쿤 회의로 개도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개도국이 실제로 다자간 통상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내년에는 미국, 중국과 쌀의 재협상을 하여야 한다.
고 관세로 막고 있는 특별품목인 마늘, 참깨등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칠레와의 FTA 협약이 채결되면, 포도 등 농업부문에 피해가 예상되고 현재도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환경보전을 위해서, 문화유산의 보전을 위하여 우리 몸에 맞는 우리 농산물을 최소한에 자급자족해야 할 물량은 지켜야 될 것이다. 농업의 구조조정이 필요 하겠지만, 축소 방향으로 보다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술 집약적인 작목으로 지도, 유도 또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는 농업협상에서 시장 접근 문제는 상당 부분 합의되었고 남은 문제는 미국과 EU의 보조금 폐지문제, SP품목 지정문제이다.
농업협상에서 진전은 우리나라에는 개방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고 3년 전만 해도 미국과 EU가 대립하여 EU와 우리나라에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었으나 G-22의 강력한 대두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WTO 의안 초안대로 DDA농업협상이 타결될 경우 우리나라 농업부문의 피해액은 2006년부터 2010년 까지 연평균 2조 1000억에 달한다고 한국농촌 경제 연구원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 고성장으로 잘살게 된 것은 수출주도형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부존자원이 없는 이 나라는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다. DDA타결로 상품 및 서비스 개방요구 국제통상 규율이 확립된다면 우리의 수출도 좋아질 것이다. 다자주의 체제의 기능 강화는 FTA 체결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쌍무협상을 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경해 회장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기를 다시금 바랄뿐이다.

박정희
그린훼밀리운동연합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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