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바다만 바라보며
그 쪽빛 물결 그리워만 하던
나무, 나무들..
바다를 닮은 잎새들 피워 올려
쪽빛바다 수해(樹海)를 펼쳤다.
겨우내 하늘만 바라보며
푸른 하늘 연모하던
나무들
하늘을 닮은 잎새들 피워 올려
또 하나의 하늘을 펼쳤다….


몇 해 전 헬기를 타고 백두대간의 푸른 능선을 바라보며 느낀 감동을 이렇게 시로 표현한 적이 있다. 백두대간은 말 그대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00km를 막힘없이 내달아 우리 국토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산줄기이다. 이 지역은 생태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자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후손들을 위해 꼭 보전되어야 할 곳임은 이미 대다수 국민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백두대간에 대한 대접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지난해 말 제정된 백두대간보호법은 백두대간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고 잘 보호해서 우리와 다음세대에 물려주려는 취지로 최초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 획기적인 조치였다.
백두대간보호법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지역주민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백두대간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에 제약이 되지 않을까 하여 많은 오해와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마을마다 반대 플래카드가 걸리고 집단시위가 이어졌다. 필자가 산림청장이 되어 지방청을 초도 방문하는 장소까지 찾아와 항의를 하였다.
지난 37년 동안 산림행정에 종사해 온 지론 한 가지를 밝히고 싶다. 그것은 산촌에 살고 있는 주민 없이는 산을 제대로 지키고 가꿀 수 없다는 것이다. 백두대간의 훼손은 대부분 국가와 공공기관의 개발사업이었지 지역 주민이 아니라는 주민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사실 백두대간보호법은 보호구역 내에서 주민의 행위제한 보다는 광산과 같은 대규모 훼손행위에 대한 제한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주민을 배제한 백두대간 보호는 불가능하므로 백두대간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재산권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림청장 취임 후 수개월을 지내면서 지역 주민, 스님, 지방의회 의원, 자치단체 공무원 등 많은 분들을 만났다. 이 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느낀 것은 진심을 가지고 대화를 하면 반드시 통하고 신뢰가 형성되며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점에 도달하리라고 확신한다. 백두대간 보호는 반드시 국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이루어야 할 목표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머리와 마음을 맞대 함께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강릉 옥계 백두대간 능선 가까운 지역에 자병산이 있다. 옛적엔 기우제를 올리면 가뭄에도 비를 내렸다는 아름답고 고마운 산이었다. 이 자병산이 석회석 광산개발로 이제는 흔적이 없어지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은 산을 없애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다. 산을 그대로 놔두고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백두대간보호법은 선진국으로 가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푸른 백두대간의 벅찬 감동을 후세에 길이 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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