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 모든 원료‧제품의 순환성 강화와 혁신소재 개발 필수
“환경 교육, 환경위기와 기후위기에 대한 평면적 서술에 그쳐선 안 돼”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 /사진=환경일보DB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김경태·김봉운 기자 =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며 환경위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한 세계 주요국은 다양한 환경정책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환경정책을 도입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대응에 나섰다.  탄소제로, 그린뉴딜 등 굵직한 국가적 정책 목표를 수립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무자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6월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해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호서대학교 교수)과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 전 차관은 서울대에서 해양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에코피스리더십센터 평화협력 분과장(2006∼2011년), 시민 환경연구소 소장(2014∼2017년), 제16대 환경부 차관 그리고 지난 4월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으로 역할과 소임을 다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과의 일문일답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안병옥 운영위원장 <사진제공=국가기후환경회의>
국가기후환경회의 안병옥 운영위원장 <사진제공=국가기후환경회의>

Q.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이후 근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4월 말 국가기후환경회의 활동을 마무리한 후 약간은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학 강의와 외부 강연 외에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관한 책을 집필 중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디지털 탄소중립 아카데미 설립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정부가 한국판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이루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했던 그린뉴딜은 그 자체로서 완결적인 것이 아닙니다. 향후 계속 확장되고 진화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는 뜻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극심한 경제침체 극복과 기후위기 대응 등 구조적 전환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의 대안으로서 제안되었습니다.

그린뉴딜은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인데, 2050 탄소중립 선언이 나오기 전에 확정되었고 그 규모로 보았을 때 탄소중립 달성에 충분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른바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뉴딜 2.0’이 절실한 상황인데, 올해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정투입 규모 확대도 논의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계절관리제 정책 추진으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와 좋음 일수 및 나쁨 일수가 개선됐다.
계절관리제 정책 추진으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와 좋음 일수 및 나쁨 일수가 개선됐다.

Q. 미세먼지 문제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미세먼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A.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제안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되면서 국민의 미세먼지 걱정을 덜어드린 것 같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 평균농도와 나쁨일수 등이 2년째 대폭 감소한 데는 코로나19와 기상조건의 영향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계절관리제와 같은 국내정책의 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2차 계절관리 기간에는 초미세먼지 전국 평균농도가 24.3㎍/㎥였는데, 이는 최근 3년 평균 대비 16% 개선된 수준입니다. 이 기간에 기상조건과 국외영향 등이 모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내 배출 감소가 초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중국 등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특히 중국과는 미세먼지 측정데이터 공유를 확대하면서 양국이 거의 같은 시기에 시행하고 있는 미세먼지 집중관리 성과를 공동으로 분석·평가하는 등 협력을 정례화, 내실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자간 협력은 2018년 10월 우리 주도로 출범한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을 통해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 협의체에는 남북한을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6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기후행동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패널에는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이용식 인천연구원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기후행동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패널에는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이용식 인천연구원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Q.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려면 연료 전환도 중요하지만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기후변화 대응, 특히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플라스틱만이 아니라 모든 원료와 제품의 순환성 강화와 혁신소재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플라스틱은 연간 1인당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점에서 자원순환 정책의 최우선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70% 이상이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고, 제품의 생산단계가 아닌 소비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면 생산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 디자인과 재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제도적 기반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종이, 유리, 철에만 적용되는 재생원료 의무사용제도를 플라스틱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겠지요.

Q. 환경부 차관 시절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으셨는데, 환경부 직원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셨나요

A. 특별한 소통방식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상급자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것은 기본입니다. 진정한 권위는 나이나 직급이 아니라 품성과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대화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가능하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충분했는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면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도 그렇게 평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안병옥 환경보전협회장은 4월30일 열린 '2021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안병옥 환경보전협회장은 4월30일 열린 '2021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Q.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환경부차관으로, 이후 국가기후환경회의를 거쳐 환경보전협회 회장(9월 임기 시작)에 선출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셨는데, 각각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위치에서 일하던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시민단체와 정부 조직은 정체성에서도 차이가 있고 작동원리라던가 의사결정 방식도 다릅니다.

시민단체의 역할은 시민의 목소리와 요구를 대변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판자’로서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지요. 반면 정부 조직의 역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원 배분입니다. 그래서 ‘조정자’로서의 기능이 도드라지는 것입니다. 정부에 참여하면서 정책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부처와는 또 다른 성격을 갖는 조직입니다. 환경부에서는 수많은 정책을 다뤄야 했기 때문에 환경 행정 전반을 경험할 수 있었지만 특정 이슈에 집중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어서 대안 제시에는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개최된 ‘2019 UN청소년환경총회’에서 축하연설을 하고 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개최된 ‘2019 UN청소년환경총회’에서 축하연설을 하고 있다.

Q. 일각에선 소비자 인식개선을 위해 환경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교육과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점과 추후 교육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기후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와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환경교육은 환경정책의 뿌리이자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환경부가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해 환경교육 강화에 나선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시도교육청에서도 환경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는 등 기후환경교육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교육현장의 추진여건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환경과목은 선택과목으로 채택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고 환경교육 전담교사 부족 문제도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교육 여건의 개선과 함께 교육 내용과 방식도 업그레이드되어야겠지요. 환경위기와 기후위기에 대한 평면적 서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응행동과 대안을 사고하도록 돕고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더 매력적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