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적응적 감축에서 능동적 대응으로
기후변화와 팬데믹 극복 위한 현세대의 녹색 재건 필요

반기문 보다나은미래를위한반기문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재단
반기문 보다나은미래를위한반기문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재단

[환경일보] 김경태·김봉운 기자 = 과거 반기문 이사장은 UN사무총장 시절 연설에서 “세계 환경의 날, 모든 정부와 많은 이들에게 지금의 우리와 미래세대의 이익을 위해 무관심을 극복하고 탐욕에 맞서 싸우며 우리의 자연 유산을 보호하는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 세계에 호소했다.

과거 우리는 보다 편한 생활을 위해 산업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무분별한 발전으로 편한 삶을 영위하는데 성공했으나, 이로 인한 결과는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은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반기문 이사장은 UN사무총장 시절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파리협약을 통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면서 세계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노력은 2019년 발표된 유럽 그린뉴딜로 이어졌으며, 유럽 각국은 탄소중립을 약속했으며 미국, 일본 등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반기문 이사장은 이후 국내로 돌아와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직을 맡으며, 국내에 생소했던 기후변화 문제의 이슈화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이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본지는는 6월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와 국제사회의 흐름에 관해 반기문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반기문 보다나은미래를위한반기문재단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파리협정 타결이 가장 큰 보람

Q. UN 사무총장 시절에도 기후변화에 큰 관심을 갖고 많은 일들을 한신 것으로 압니다. UN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기후위기 관련 활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제8대 UN 사무총장 재임 기간 중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을 업무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미래세대를 위해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제정하고,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타결되도록, 전 세계의 의지를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고 그 성과를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총회 및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前 UN 사무총장
 반기문 UN 사무총장 시절 /사진제공=GGGI

비록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부시,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 및 시진핑 주석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협상에 참여시켰으며, 주요국들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 2015년 12월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습니다.

파리협정 발효를 위해 최소한 55개국이 비준해야 하며,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 배출량의 55%를 초과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탄소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과 2위 국가인 미국의 비준서 기탁이 필요했습니다.

끊임없는 설득 노력의 결과 2016년 9월3일 G20 항저우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동시에 비준서를 기탁받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비준서 공동 기탁을 통해, 2016년 11월 비로소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발효할 수 있었습니다.

UN 사무총장 재임 기간 중 많은 국내외 언론과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인터뷰에서 당시 ▷지속가능개발(SDGs) ▷기후변화 ▷양성 평등(gender equality) 문제 등의 이슈를 UN 업무 중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 이슈는 각국의 가장 시급한 정치적 의지를 요하는 문제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UN 사무총장 재임 기간 중 북극에 4번, 남극에 1번 총 5차례 극지를 다녀왔으며, 이 같은 경험을 통해 기후변화의 결과를 현장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극복은 국제사화 평화로 이어져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UN 사무총장 재임기간 중 기후변화는 국제사회의 주요 인간안보 및 정치 문제(human-political issues)의 근원 요인(root cause)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번영과 안정을 저해하는 다수 갈등(이민, 자원 부족, 종족간 갈등 등)의 기저에는 기후변화가 있으며, 기후위기 극복은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사막화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사막화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미 2007년 UNEP는 다르푸르(Darfur) 위기의 기저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 부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상기후 발생과 이로 인한 이주민 발생은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카리브해 연안 등 지역에서 허리케인과 같은 기후변화에 기인한 이상기후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이주민 발생 문제 등 유사한 유형의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 이슈는 UN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리우 환경정상회의(1992) 이후 UN은 10년 단위로 환경 정상회의를 개최하고(리우+10 환경정상회의(2002), 리우+20 환경정상회의(2012)) 있으며, UN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힘써온 결과 교토 의정서(1997) 및 파리 기후변화협정(2015) 타결에도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계절관리제 시행으로 미세먼지 줄여

Q. UN 사무총장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새로 신설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아 미세먼지를 비롯해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주셨는데, 그동안의 주요 활동과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먼저 핵심 성과로는 계절관리제 및 중장기 정책제안을 진행했습니다. 출범 6개월 후에는 계절관리제를 발표했고, 2년차에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주도로 최초로 채택된 UN기념일인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매년 9월7일)을 통해 호흡공동체인 동북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반기문 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큰 만큼, 과감하고 담대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지자체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반기문 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큰 만큼, 과감하고 담대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지자체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사진=환경일보DB

계절관리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겨울철 12월~3월 4개월 동안 추진하는 강력한 고강도 감축 정책입니다.

이는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상향식으로 만든 최초의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소 가동중단(14~27기), 노후 경유차량 운행제한(약 114만대) 등 역사상 가장 과감하고 혁신적인 조치를 담았고, 광범위한 국민토론을 통해 정책수용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정책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약 20%(2만2000톤) 줄었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27%(33→24㎍), 고농도 일수(50㎍ 초과)도 18일에서 2일로 감소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와 우호적 기상여건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미세먼지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한 실증적 예입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020년 12월 9일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020년 12월 9일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정책제안에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교통 혁신, 전기요금 원칙 확립 등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적이고 담대한 대책들이 포함됐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한 회의들만 300여차례 개최됐으며, 500여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정책제안 내용에 대해 수차례 토론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향식 정책결정 과정에 따라 추진했습니다.

인류와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 필요

Q. 최근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그린뉴딜 특별세션에서 특별 연설을 하셨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도 그러한 위기를 희망하지 않았으나, 인류가 직면한 이러한 전례 없는 도전은 그러한 위기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많은 정부가 팬데믹으로 경제재건을 위해 재정지출을 증가시켰습니다. 만일 그러한 경제재건이 종래의 경제성장 방식을 답습한다면, 장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팬데믹에 대한 해결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엠블렘 P4G 서울 정상회의 /자료제공=외교부
엠블렘 P4G 서울 정상회의 /자료제공=외교부

경제재건은 인류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가별 탄소감축계획(NDC)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되는 녹색재건(green recovery)이 돼야 합니다.

먼 미래에 기후변화와 팬데믹 극복을 위해 녹색재건(green recovery)이라는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가 노력할 것을 촉구해야 합니다.

Q. 우리나라가 P4G를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더 과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A. 우리나라는 2017년 대비 24.4%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2030 감축목표(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했습니다.

아울러,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타결 이전 UNFCCC(UN Framework on Climate Change Convention)에, 우리나라는 당시 2030년 통상배출량(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 감축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했습니다.

배출권거래제로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대상 기업이 부담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면죄부가 됐다.
배출권거래제로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대상 기업이 부담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면죄부가 됐다.

이후 2019년 12월 기존 BAU 방식의 2030 목표를 절대량 방식으로 변경하고, 관련 법령(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완료했습니다. 

올해 4월22일 미국 주도로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NDC 목표를 향후 추가 상향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5월23일)에서 우리나라는 기온 상승 1.5°C 제한을 위한 노력과 글로벌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상향된 잠정 2030 NDC를 10월 초순경 발표 예정이라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잘 보존된 자연 환경을 미래 세대에 전수하는 것이 현세대의 의무라는 사실을 감안해 우리나라의 연내 NDC 상향 계획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기를 기대합니다.

순탄소배출량 ‘0’ 탄소중립

Q. 끝으로 기후위기를 멈추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며, 현재 정부의 탄소중립 실현 노력과 각 분야별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A.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점 과제로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 적응(adaptation), 기후투자, 기후재원, 투명성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파리협정이 목표로 하는 1.5°C 이내 상승을 위해서는 어느 한 요소가 다른 요소보다 더 중요하다기 보다는 협정이 포괄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어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 동향은 현재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추진 중인 핵심 정책은 무엇보다 순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기문 이사장 /사진=김봉운 기자
반기문 이사장 /사진=김봉운 기자

“2050 탄소중립”은 파리 기후변화협정 타결(2015년 12월) 및 UN 기후정상회의(2019년 9월) 이후 121개 국가가 기후목표 상향동맹에 가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글로벌 의제화 되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및 기후변화가 팬데믹 확산의 기저요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기후변화 이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 및 시급성을 촉구하는 국제적 목소리가 강화되고 있으며,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선언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적응적(Adaptive) 감축’에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전략 수립을 통해 ‘능동적(Proactive) 대응’을 도모한다는 목표 아래, 2050 탄소중립 정책을 2020년 10월 발표했습니다.

2050 탄소중립 정책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한 신경제‧사회구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입니다.

2050 탄소중립은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 추진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 ▷공정(公正) 전환을 통해 전국민 참여 유도 ▷탄소중립 인프라 강화 등의 전략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실현 노력과 분야별 역할에는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에는 에너지·수송·건물·농식품·산림·해양수산·녹색 유망기술·학교 교육·녹색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탄소중립 추진 방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2050 탄소중립 실현 및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며, 이를 기업, 금융, 교육,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탄소중립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며, 국가의 경제 체질과 대중의 생활습관의 변화를 요청하는 장기 과제로서, 특히 어린 시절부터 환경 교육의 중요성과 탄소중립 과정에서 취약 계층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righteous transition)’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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