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학기지서 잎‧열매채소 동시 재배... 미국이어 두 번째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은 최저기온 영하 25.6도의 남극세종과학기지 내 대원들이 농진청에서 보낸 채소를 실내농장에서 재배해 첫 수확을 거뒀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실어 보냈던 실내농장은 올해 1월 중순 현지에 도착했다. 2~4월 설치와 시운전을 마치고 5월 7일 첫 파종을 시작했다.
이후 농작물이 잘 자라 상추 등 잎채소는 6월부터 매주 1~2kg씩 수확을 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재배를 시도한 열매 채소인 오이, 애호박, 고추는 7월 중순부터, 토마토와 수박은 8월 중순부터 수확 중이다.
현재 17명의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은 실내농장에서 기른 신선 채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고 있다. 쌈은 물론 애호박 된장찌개, 오이냉국, 무침, 수박화채, 주스 등에 활용하고 있다.

10년 전 보낸 실내농장이 상추 등 잎채소만 재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보낸 실내농장은 잎채소와 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이 실내농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빛의 주기와 세기를 농작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또 농촌진흥청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실내농장 내부의 재배환경과 생육 상황을 영상으로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어 남극대원들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시로 컨설팅하고 있다. 실내농장 규모는 12x2.4m 크기의 컨테이너 2개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재배실과 휴게실로 운영 중이다.
현재 남극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 나라의 83개 기지가 운영 중이다. 일부 기지들은 신선 채소 공급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잎채소와 열매채소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실내농장을 구축한 연구기지는 미국에 이어 남극세종과학기지가 두 번째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은 “대원들이 신선한 채소를 자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기지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이 실내농장에서 푸른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