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11월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체험을 시행하며 의미있는 연말을 보낸 성북구 북악중학교. 여느 학교보다는 아담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지만 그렇기에 사제지간이 더욱 화목할 수 있다고... 환경교육에 열의있는 교사가 있어도 학교장의 벽을 넘어설 수는 없는게 현실인 만큼 교사들과 학생들이 함께 환경교육에 앞장서고 이를 적극 후원하는 학교장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북악중학교만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편집자주> 








▲서울 성북구 북악중학교 이상돈 교장선생님
                                                  ⓒ환경방송

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학교에나 그 학교가 추구하는 교훈이 있다. 북악중학교는 ‘사랑이 있는 학교, 더불어 하나되는 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사랑이 있기에 더불어 갈 수 있는 학교. 더불어 하나되기 위해 환경을 가르치는 학교가 바로 북악중학교이다. 이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가르치기보다 직접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상돈 교장선생님. 오는 8월이면 정년퇴임을 맞아 정든 교정을 떠나지만 그렇기에 얼마 안 남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환경교육은 느끼는 것!








북악중학교 전경                            ⓒ환경방송
“뭐든지 교실에서 배우는건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하지만 학생들을 데리고 직접 밖에 나가면 학생들의 눈빛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산이든 하천이든 오염된 현장을 둘러보고 나면 누가 뭐라 그러지 않아도 ‘잘못’임을 깨닫게 되죠. 물론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최소 ‘나는 이렇게 버리지 말아야지’하고 결심을 하겠죠. 어른들이 부끄러워할 부분입니다. 보고 배운게 없다면 아이들은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리는지, 길거리에 버리는지 조차 분별할 수 없죠. 즉 자신들이 보고 배운 그대로를 따라하는 것이기에 어른들의 처사가 중요하고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이 중요한 것입니다.”
역시 37년 베테랑 교사답게 ‘교육’에 답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학생들과 오염현장 견학을 가보면 학생들보다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는다고 한다.
현재 북악중학교는 ‘환경교육 시범학교’로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그래서인지 환경교육에 대한 열의도 대단하다. 올해 환경교육계획까지 이미 빼곡히 잡혀 있어 당장 이달부터 환경 외부인사 초청강연이 진행된다.
또한 분리수거자원봉사단의 선발을 시작으로 분리수거함 배부 및 관련 교육이 진행되며 동아리라고 할 수 있는 ‘환경 사랑반’이 조직된다. 또한 물의 날을 맞아 물사랑 글짓기 공모 및 황사대비행동요령지침 등의 행사도 추진된다. 물론 각 가정에 보내는 환경보전국민생활수칙도 잊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매월 환경보전우수시설 견학, 숲체험, 환경전시회, 생태공원 견학, 학급 분리수거 점검, 교복 물려주기 행사 등 다양한 환경교육 일정이 잡혀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해마다 알뜰 바자회도 개최해 ‘아나바다 정신’을 경각시키고 있다.
“바자회를 앞두고 ‘일년동안 집에서 한번도 안 쓴 물건은 평생 사용 안 할 물건이니 갖고 오라’고 강조합니다. 집에서 썪히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단순한 물물교환이 아닌 단돈 백원이라도 돈을 지급하고 구입하고 팔게 만들면서 환경도 생각하고 경제도 생각하게 하려는 취지입니다.”
바자회와는 별도로 매년 2월과 9월에는 교복 물려주기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몇 해 못 입는 것 치고는 고가인 교복을 물려주는 행사야 말로 지극히 전통적이지만 지극히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먹을때는 농부생각, 
  버릴때는 환경생각!”








급식실 앞에서 담당 직원들이 분리수거 하는 모습 ⓒ환경방송
“아직도 ‘환경교육’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익지 않은만큼 학교에서 이렇게 환경교육을 실시한게 최근 일이죠. 언젠가 일본 자매학교를 찾은 적이 있는데 우연찮게 거리의 하수도에 들어가보게 됐죠. 생각외로 깨끗한 하수도를 보고 놀란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도 꼭 그 정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남기지 말고, 버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원자재도 없는 만큼 버린 것도 다시 재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급식 후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고 자원화하는데도 소홀히 할 수 없죠. 물론 남기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지만요. 요즘은 음식 남기지 말라는 말을 하도 강조해서 교사들이 먼저 밥 한톨 남김없이 식사합니다.”
예전에야 세세하게 분리수거 할 것도 없고, 도시락을 싸고 다녔기에 오히려 모자라면 모자랐지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학교는 다르다. 바글바글했던 교실안에는 달랑 30여명의 학생들이 앉아있고 교실 뒷편에는 분리수거 내용물에 따라 박스가 즐비해 있다. 더욱이 점심식사는 급식으로 통일되어 있기에 남긴 음식처리도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일부 위탁급식업체들의 말썽으로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데 그런 문제를 발생시키기 않기 위해 처음부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급식이 맛이 없고 영양가 떨어지고 비위생적이라면 당연히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줄어들테고 그러면 더욱 상태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죠.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해 급식업체에 강곡히 부탁했죠. 조금 비싸긴 해도 꼭 좋은 식자재를 써달라고. 대신 전학생은 물론 전 교사가 급식을 먹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죠. 지금이 그 결과입니다.”






급식실 벽에 붙은 문구가 인상적이다 
                                      ⓒ환경방송
결과는 이렇다. 도시락 싸고 다니던 교사들조차 이젠 모두가 급식을 하고 있으며 입맛 까다로운 학생들조차 오히려 급식이 맛있다며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학생들이 먹는 급식을 맛보면서 이제까지 떠올렸던 ‘급식’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을 정도로 깔끔하고 맛있는 식사였다. 급식소 벽에 붙여진 ‘먹을때는 농부생각, 버릴때는 환경생각’이란 문구를 보면서 밥알 한톨까지 남김없이 먹었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환경교육은 주요교과목에 쫓겨 작아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환경행사들에 참여하면서 성장할 학생들의 환경의식을 과연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성적이 전부가 되어버린 학생들에게, 결코 성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환경의식들이 모일 때 우리나라도 첨단산업만이 최고가 아닌 의식수준이 최고인 나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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