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R&D 투자와 수소경제 활성화 서둘러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뒷받침할 기저에너지 필요

한국환경한림원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 및 핵심기술 개발 현황’을 주제로 제18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한국환경한림원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 및 핵심기술 개발 현황’을 주제로 제18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최근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진정한 탄소중립 선진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보다 다각적인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정책 대안 등 실질적인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10일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과 핵심기술 개발현황’을 주제로 열린 제18차 환경정책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또한 재생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수요와 가격 등을 통한 정책적 유인책을 제공해 생산·유통·소비로 연결된 탄소중립 실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작년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수립한 후 부문별 이행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회식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전후 감축 달성’이라는 진취적인 목표를 내세워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수소에너지,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등 주요 기술 변혁과 관련 산업의 육성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가 내걸은 탄소중립 정책현황 및 제도적 지원과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10대 핵심기술에 대해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모색해 보기 위해 한국환경한림원 주최로 이번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이날 이규용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인사말를 통해 “지구의 미래와 인류의 운명을 위해서 환경을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산업 육성과 다양한 에너지원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8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규용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제18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규용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가장 효율적인 저탄소 에너지원 ‘수소’ 

심포지엄에선 친환경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에너지원인 ‘수소’가 탄소중립 실현에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소는 정부가 2년 전 이미 수소경제를 공표했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확장성이 높고 연소 시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자원으로 여겨졌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생산 시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이는 것이 필수인데, 기후적으로 한계가 있는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나 불안전한 자연기반 탄소 흡수원보다는 고갈될 우려가 적고 운송이 쉬운 수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한종희 KENTECH 수소에너지 Track 교수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소는 수송·발전·산업용 연료와 열원 등 광범위한 산업 구조에 연계돼 있다”며 “수소생산 등 협력을 통한 초소형 모듈형 원자로(MMR) 기술 및 실질적인 수소 에너지 자급률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는 필수”라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수소 관련 생산 계획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수전해 설비를 2030년까지 40GW로 확대해 연 1000만톤의 청정수소를 생산한다는 ‘EU 수소전략’을 발표했으며, 미국 에너지부는 수소경제 이행을 위해 2019년부터 ‘H2@Scale’ 프로젝트로 수소 생산·재생에너지 활용 계획을 진행 중이다.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은 ‘탄소중립 핵심기술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효율 저탄소사회를 구축하려면 수소와 같은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 수소차, 수소환원제철 그리고 수소를 활용한 연료 전지 등 지속가능한 순환자원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정부 차원에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수소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태양광·풍력··· 전력 공급원으로서 불안

반대로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방식인 태양광과 풍력 등이 탄소 저감 정책에 기여하는 바는 인정하지만, 기후적 변동성에 따른 한계로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서는 다소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러한 부정적인 사례가 영국에서 발생했다. 국가 전력의 1/4을 풍력으로 생산하는 세계 최대 풍력발전 국가인 영국은 최근 이상기후로 바람이 줄어들어 비상이 걸렸다.

그 결과 영국과 유럽 전체 풍력 발전량의 비중이 13%에서 5%로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기 요금 또한 영국은 전년 대비 7배, 스페인은 5배가량 급격히 상승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약 40%로 2050년까지 80~90%로 늘려 탄소배출을 없애겠다는 영국과 EU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재생에너지에 전력 공급을 의지하는 방식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실제로 증명된 셈이다.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고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지나치게 과신하게 된다면 지리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처럼 에너지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도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한계점을 공감하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략을 NDC 수치에 맞춰 진행하기보다 ▷간헐적 재생발전에 대한 대안점 ▷태양광·풍력 설비 면적 조성 ▷산업 비용의 전환 기간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 ▷주민 수용성과 같은 논점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실제적인 대책들을 마련한 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 /사진출처=한국환경한림원

탄소산업 다각화, 구체적 탄소중립 방안 세워야

정부의 편향적인 탄소중립 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세운 탄소 흡수원 확보 수단 정책을 보면 한쪽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농경지, 초지, 습지 등의 분야에서도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을 통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을 위한 실행 가능한 구체적 방안·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류범희 SK E&S 사업지원센터장 부사장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솔루션, 무탄소 전환의 보급 확대와 그에 따른 전력 계통의 문제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예측 및 실현하려는 목표들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혁신에 대한 방향성 또한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총배출량 세계 7위이자 1인당 배출량 4위인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힘쓰고 있는 시점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더욱 세밀한 시행 전략과 구체적 수단이 뒷받침된 탄소중립 방안들이 나와야 할 때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공표되는 탄소중립 추진 정책은 현실성과 구체성이 상당히 결여돼 있어 국내 산업계와 일반 국민들에게도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동헌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2050 탄소중립 정책이 2009년에 발표된 녹색성장 국가 정책수단과 별 차이점이 없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부문별 산업계 종사자들과 시민들, 그리고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해 시나리오를 재설정하고 구체적인 기업 지원 방안을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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