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막는 미세먼지, 인지기능 장애 초래··· 암은 국소치료 아닌 ‘전신치료’로 극복해야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흔히 ‘아주 작은 것’, ‘아주 적은 양’을 표현할 때 ‘털끝’, ‘털끝만큼’이라고 한다. 미세먼지(PM-10, PM-2.5)는 이 털끝보다도 작은데, 그럼에도 그 파괴력은 엄청나게 크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폐와 심장을 위협하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게다가, 미세먼지 표면에 달라붙은 중금속은 뇌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신 박사는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물질은 신체기관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암과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 발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2.5μm 미만의 초미세먼지는 폐 속 깊이 침투해, 폐포에 들러붙어 폐포를 손상시킵니다. 그리고 폐혈관에도 침투해 뇌까지 갑니다. 결국 뇌기능을 떨어뜨려 치매를 촉발시킵니다.” 

미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 김의신 박사의 설명이다. 본지는 지난 11월 10일, 종로구 서머셋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김 박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 최고 의사’에 11번 선정된 세계적인 암치료 전문가다.

김의신 박사는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의 대기오염 물질은 각 신체기관에서 염증을 일으켜 암과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치매 사망률(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병, 상세불명 치매)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치매 사망률은 2009년 11.8명을 기록했고, 2019년 20.2명(총 1만357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6.3%(남성 4.5%, 여성 7.0%) 증가한 수치다. 2019년 서울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42㎍/㎥, 25㎍/㎥로 선진국 주요도시보다 높았다(환경부 2019 대기환경연보 참조).

치매의 대표적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대한민국 10대 사망원인 중 7위를 기록했다(2019년). 2009년 13위에서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김 박사는 “미세먼지는 혈관 탄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세먼지로 인해 뇌의 말초혈관이 막히면, 인지기능 장애로 기억력과 이해력, 언어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몸의 조화 유지하는 치료법 병행해야 효과적

“미세먼지는 암도 일으킵니다. 미세먼지가 몸 속에 침투해 일으키는 염증이, 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김의신 박사의 설명이다. 암 발병은 15~20%가 유전이며, 약 80%는 과다지방 섭취,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미세먼지가 국내 암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라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물질, 유전적 요인 등이 DNA 염기 배열에 혼돈을 일으켜 변이가 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국내 암 사망률은 지난 40년간 해마다 증가해 왔다. /자료출처=환경부 ‘대기환경연보’
국내 암 사망률은 지난 40년간 해마다 증가해 왔다. /자료출처=환경부 ‘대기환경연보’

2020년, 국내 신규 암 진단자는 24만3300명이었다. 이 중 사망자는 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0년 전 대비 사망률이 증가한 질병으로 폐렴(254.4%), 알츠하이머병(250.1%), 심장질환(34.4%), 대장암(22.1%)을 꼽는다. 남성의 암 사망률은 여성의 1.6배에 달한다. 알츠하이머병, 고혈압성 질환,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김 박사는 “환경오염, 스트레스, 지방 및 당분의 과다 섭취로 암 발생률이 높아졌다. 그만큼 암 치료법도 발전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사망률은 떨어지지 않을까? 이 질문에, 김 박사는 “암이 발생 부위만 없애는 국소병이 아니라, 전신을 함께 치료해야 하는 전신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cm 암세포 내 약 1조 개의 암세포가 혈관 속에서 돌아다니다가, 5~10년 후 다시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김 박사에 의하면, 암은 발생기전이 복합적이고 치료반응이 사람마다 달라 한 가지 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어렵다. 그는 “전문의의 경험과 지식으로 결정한 약, 수술, 방사선 치료 등의 국소치료 전후에는 암의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호르몬, 면역치료 등의 전신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주목 ‘중입자 치료’, 기존 항암치료와 병행해야 

김 박사는 덧붙여, ‘중입자 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방사선 암치료·수술 등과 비교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치료법으로, 중입자를 가속한 뒤 환자의 암 조직에 투사하는 방식이다. 김 박사의 생각은 “중입자 치료는 전문의를 통해 적절한 치료시점을 파악한 후, 꼭 필요한 환자에 한해 사용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암이 동맥 등의 혈관에 닿아 떼어내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시신경 등 중요한 부위를 누르고 있어 실명 위험을 막기 위해, 또는 숨골이 있는 뇌간에 발생한 암치료 등에 중입자 치료가 요긴하다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중입자 치료 전후 기존 호르몬 치료나 방사선 항암치료를 병행해야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유일한 치료법, 퇴행성 변화를 뒤집는 약이나 치료법은 없다. 암이 단번에 완치될 수는 없다”라며, “치료과정에서 장내 세균, 호르몬 등 체내 조화가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상식을 공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김의신 박사는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 / 캘리포니아대학교 얼바인 의료원 방사선과 교수 / 미국 핵 의사협회 회장 / 서울대학교 융합기술대학원 WCU분자 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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