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녹색채권, 기후변화 대응 기업‧자본시장 판도 반영에 한계
기업 마케팅 수단 전락한 ESG 활성화, 탄소중립 진정성 갖춰야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의 정도가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고 있다. 배성미 인하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탄소위험에 대한 자기자본비용의 반응 정도’를 파악한 결과에는 이러한 경향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따르면 탄소위험이 감소할수록 기업의 자기자본비용도 줄었다. 탄소위험이 자기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에 따라 달랐으며, 기업의 R&D 집중도와도 상관관계를 보였다. 탄소집약형 구조를 띠며 그만큼 탄소위험도가 높은 기업들이 제품 및 기술 혁신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월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녹색금융/ESG 국제심포지엄 2021’에선 이 같은 연구결과가 공유됐다. 본 심포지엄은 인하대학교 녹색금융대학원이 주최하고 지속가능경영연구소가 주관했다.
배 교수는 연구에 대해 “기후변화의 위험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자기자본비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사용, 에너지효율 향상 등으로 탄소집약도를 줄이면 자기자본비용의 감소라는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김영규 한국기업평가 사회가치평가본부 팀장은 “우리가 흔히 ESG 채권으로 일컫는 GSS(Green·Social·Sustainability) 채권에 집중된 기존의 지속가능 금융시장이 기후전환채권으로도 확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과 자본시장의 판도를 반영하기엔 지금의 녹색채권으론 한계가 있단 얘기다.
탄소중립 달성의 키 ‘기후전환채권’
김 팀장은 “기후전환채권은 최근 해외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기존의 녹색채권은 녹색분류체계에 명시된 항목에만 채권이 발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한정된 투자로는 절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전환채권을 ‘녹색분류체계에는 없지만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다양한 투자 지원의 목적에서 나온 채권’으로 설명했다.
지속가능 금융시장이 정작 GSS 채권의 목적이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GSS 채권이 발행되는 배경을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의 수요를 반영한다는 취지보단 금리 혜택을 취하거나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윤 대표는 GSS 채권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본질적 이유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있음을 강조했다.
일관화 된 ESG 평가 방법 우려
아울러 ESG 평가에 관해서도 발언을 이었다. 그는 평가 결과가 일관화돼야 한다는 논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는 평가 방법 자체를 일관화시키자는 요구로 귀결될 수 있다고 봤다. 윤 대표는 “투자자들이 평가결과를 통해 투자전략과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의 변별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재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시장에 충고했다. 자신들이 해야 하는 역할과 인식부터 따지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은 기업, 기업은 다른 이해관계자에 요구하기 바쁘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곧 인류의 지속가능을 위한 회사의 역할을 말한다”면서 “결국 회사의 역할이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 각각의 역량이 이어져야 연결고리도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