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야 환경보존을 위한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민단체들은 정부정책에 못 마땅해 하는게 사실이죠. 그런 부분들이 저희를 부담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그러한 움직임이 저희를 채찍질 해주는 계기가 되기에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방법적인 차원에서 약간의 개선은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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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중간이고 못 하면 핀잔만 듣는 곳이 바로 환경부 사람들이다. 그런걸 보면 과대반응으로 시위하는 환경단체들이 야속할만도 한데 김학주 과장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고마워 한다.
“지난 30년간 개발위주의 정책으로 현재 어려운 환경여건을 물려받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국가정책에 있어 환경요인을 비중있게 고려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대책 수립, 4대강 수질오염 총량관리제 정착 등 성공적인 환경정책을 이끌어 냈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참여정부의 정책에 상대적으로 묻혀버릴 수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된거죠. 결국 정부의 환경정책 전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거고요.”
김과장이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게 바로 ‘대화와 타협’이다. 누구나 쉽게 얘기하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사항이기 때문이다.
계속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환경정책도 나오고 있지만  이런 정책보다도 김 과장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 그리고 가장 추진하고 싶어하는건 다름아닌 ‘전략환경평가체계시스템’이다. 전략환경평가체계로 개선되면 사전환경성검토제도를 계획수립 단계에서 환경단체, 주민 등의 의견이 보다 실질적으로 반영되며, 현재 관련 법안은 개정중에 있다.
“일례로 쓰레기장을 설립할 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도 같은 문제는 차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겠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죠. 아직까지는 ‘보상’이 중요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러한 절차에 있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요구되기에 추진하게 됐습니다.”
스한 봄과 더불어 새롭게 펼쳐질 환경정책에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김학주 과장이 느끼는 가장 뿌듯한 순간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제가 준비한 하나하나가 제도가 되고 법이 되어 그 영향력이 온 국민에게까지 확산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직원들과의 단결과 협력이 그러한 법안의 한줄을 좌우할 수 있다는데는 만큼 심사숙고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뿌듯함으로 남고요”
공무원의 자부심 아니, 환경부 사람들의 자부심이란게 이런건가 싶은 대목이다.
하지만 항상 이런 뿌듯함만 간직하고 사는건 아니다. 환경기술과에서 지금의 정책총괄과로 자리를 옮긴지 이제야 한달이 지났고 기존업무에 새로움을 더하기 위한 그만의 전쟁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러한 인사이동을 전문성 차원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정작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러한 인사이동이 얼마나 큰 효율을 가져다주는지 모릅니다. 우선 타 부서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실질적인 이해로 이어지고, 스스로도 새로운 마음으로 여러 대안들을 내놓을 수 있게 되죠. 제 경험이기도 하지만 한 부서에 오래 있다보면 점차 자신이 파 놓은 구덩이 안에서 자꾸 맴도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게 하는게 바로 이러한 인사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떠한 방법이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일이다. 어쨌건 김 과장은 아직까지도 조금은 낯선 자리에 앉아 업무 익히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래도 그러한 ‘낯설음’에서 나오는 ‘설레임’이 마냥 좋다고 한다.

지만 일을 하면서, 나이가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강압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는 김학주 과장. 특히 가족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해주지 못하는게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한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주말이 다가와도 일하는 생활이 몸에 배인 탓인지 주5일제도 그에게 있어서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아직까지도 여유로움이 마냥 어색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기에 달라지려고 노력중이다. 최근에 오랜만에(?) 다시 펼쳐든건 다름 아닌 소설책이다.
“지금 가방에도 책 한권이 있지만 자꾸 끊어 읽다보니 결국 며칠째 가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보고 ‘터닝북’이라고 하던가요. 제가 딱 그 경우네요.”
본인을 재미없는 사람이라며 웃음지었지만 누구나 일과 가정 그리고 여유까지 완벽하게 잘 해내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본인의 부족함을 알고 채워나가려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분명 ‘삶의 재미’를 아는 사람이다. <글·사진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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