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책토론회, 고품질 자원재활용 체계 구축법 모색
기업 의지 결여···민간 재활용 업체 참여 문제도 풀어야

11일 국회에선 ‘고품질 자원재활용 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온라인 캡처  
11일 국회에선 ‘고품질 자원재활용 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온라인 캡처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플라스틱을 고품질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업계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리배출 된 플라스틱 용기를 물리적 재활용을 거쳐 다시 쓰는 이른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숱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를 포함한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11일 국회에서 ‘고품질 자원재활용 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은 “고품질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부분들이 실천력과 구체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논의로 이어졌다. 이수호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본부장은 투명페트병이 분리배출 되고는 있지만 최종 수요처까지 제대로 못 가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이 본부장은 “투명페트병이 정상적인 절차로 가기 위해 유통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내 대부분의 원사(原絲) 제조업체들은 가격 때문에 여전히 중국산을 선호한다”며 분리배출로 만들어진 재생원료가 아직 시장에선 먹힐 수 없음도 강조했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실효성 논란 

김정년 식품산업협회 이사는 “플라스틱 재생원료 혼용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재생원료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압축 페트 가격이 지난해 1kg당 319원(2021년 8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고 우려했다. 재생원료에 대한 수요·공급 불균형이나 생산원가 상승 요인을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이사는 “전국의 플라스틱 공공선별장 가운데 투명페트병만을 따로 선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은 극히 적다”며 재생원료 생산 기반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Bottle to Bottle의 취지를 명확화시키는 것도 선결될 과제다. 패널들은 식품용 플라스틱에 다시 식품을 담을 수 있어야 하지만 샴푸통 등과 철저히 구별시킬 방안이 현재로선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정년 이사는 ‘식품투명용기’ 표식을 달아 따로 관리하자고 건의했다. 그는 “Bottle to Bottle을 사전적으로 해석한 소비자들이 샴푸 등 세제를 담았던 투명페트병도 자칫 식품용으로 쓸 수 있다고 오해할 우려가 있다”며 “식품용 투명페트병의 분리배출이 쉽도록 생산부터 배출, 수거, 선별 등 전 주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선별 된 플라스틱들이 수거시설에 쌓여 있다. 토론회에선 '플라스틱 공공선별장 가운데 투명페트병만을 따로 선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 극히 적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진=환경일보 DB
비선별 된 플라스틱들이 수거시설에 쌓여 있다. 토론회에선 '플라스틱 공공선별장 가운데 투명페트병만을 따로 선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 극히 적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진=환경일보 DB

김은숙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은 “식료품뿐만 아니라 샴푸나 워셔액 등에도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비식료품 용기 중에 식료품용으로 혼입 시 위험도가 높은 것은 유색페트병으로 따로 생산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심은 Bottle to Bottle을 위해 분리시켜 배출해도 정작 수거·선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모아졌다. 패널들은 “수거·선별업체가 투입 인력이나 장비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인지하면서도 의견을 좁혀 가진 못했다. 

수요·공급 불균형, 생산원가 상승 요인 해결해야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정책 세밀화 및 대상 확대 필요

Bottle to Bottle 체계, 동기부여 부족  

토론을 지켜보던 자원순환단체총연맹 관계자는 “투명페트병의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려면 전용수거차량을 확보하고 선별시설을 늘여야 한다”면서 “결국 돈의 문제인데 지자체가 아닌 민간시설에는 왜 국고 지원이 되질 않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김정연 식품산업협회 이사는 “업체들이 별도로 수거·선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기 위해 지원금 등 투자 유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식품업계의 자율적인 재생원료 사용의 지속을 위해서도 이는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업체 관계자는 "투명페트병의 분리배출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전용수거차량을 확보하고 선별시설을 늘여야 하는 일"이라며 재정적 지원을 강조했다. /사진=환경일보 DB  

홍동권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투명페트병의 분리배출과 수거, 선별이 제대로 되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이것은 원칙적으로 생활폐기물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민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허규회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본부장은 “민간업체들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 가운데는 자체 분석을 통해 투명페트병 선별 체계 도입에 적극 나서는 곳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적잖은 투자가 수반되지만 투명페트병을 분리해서 판매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고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홍수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업체 지원에 대해 “기존 EPR(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통한 지원금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분리배출로 만든 재생원료 가격이 현재보다 높아졌을 때 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에 관한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우선이다. 홍 소장은 “재생원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도 팔리는 구조가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며 “플라스틱 용기 제조사만이 아닌 섬유업계를 대상으로도 사용 의무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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