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행정 두루 통하는 친환경 도시정책 전문가 자질 부각
‘공원녹지 가치 확보, 걷고 싶은 도시’ 변화의 공감대 이끌 것

이재준 (사)스마트포용도시포럼 대표를 지난 16일 수원시 장안구 소재 이 대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재준 (사)스마트포용도시포럼 대표를 지난 16일 수원시 장안구 소재 이 대표 사무실에서 만났다.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공원은 도시의 품격을 드러낸다. 고층 주택가, 오피스라는 삭막함 속에서 우리는 심신을 달래줄 힐링의 장소를 원한다. 녹지공간이 그 대안이다. 그만큼 공원은 경계없이 공평하게 제공돼야 할 ‘도시자원’인 것이다. 하지만 돈 앞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재정투입의 우선순위에서 번번히 밀려나기 일쑤다. 도서관, 체육관, 도로, 공원, 주차장 등 무엇이 먼저냐는 가치판단에서 발목이 잡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가야 할까. 문제의 해결을 위해 친환경 도시정책 분야 20여년의 베테랑이 포부를 밝혔다. 주인공은 이재준 (사)스마트포용도시포럼 대표다. 

지속가능, 생태도시, 탄소중립···. 지금은 일반화된 이 단어들은 15년전엔 조금은 낯설었다. 대중들의 이해와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고 당연히 정부와 정재계가 행동에 나설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지난 16일 기자와 만난 이 대표는 “지속가능, 생태, 탄소중립 등을 연계한 도시계획을 연구한 세월만 한 15년 이상은 되는 것 같다”며 “환경과 도시를 접목하는 것이 나의 주제였다”고 소회했다. 

공학박사인 그는 20여년간 학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시민참여 도시개혁’이란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일선에서 부딪쳤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및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렇게 정부의 도시환경 정책에 일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사회연합에서 10년여간 시민운동에 참여했으며 2011년부터 5년 동안은 수원시 부시장으로서 행정에도 몸담았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정책도 그 시대의 사람과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한 발짝 아니 반 발짝만 먼저 가면 됩니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야 적용도 해보고 실패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성공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정책적인 묘안은 도시공원 프로젝트에서 더욱 중요하다. 공원녹지의 기능이 점차 강조되고는 있다 해도 조성과 관리를 위한 예산확보 등 행정적으론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지속가능 도시 구현, 20년의 노력

공원녹지 활성화 숙제 고민

민간과 상생하는 접근책 권장

이 대표는 “도시계획적인 처방만 제대로 해도 공원녹지 문제는 쉽게 접근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간사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예산 투입을 최대한 줄이면서 공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개발이익을 공원조성 비용으로 충당하는 데서 변화의 계기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 과정에서 생겨나는 민간의 기부채납액을 활용한다는 것인데, 사업자에게 용적률을 높여주는 인센티브로 꾸준히 사업 수요를 만들어 민간자금을 지속 유치하고 이를 통해 공원을 확보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지난 2015년 퇴임 기자회견 당시의 이재준 전 부시장 /사진출처=수원시  
지난 2015년 퇴임 기자회견 당시의 이재준 전 부시장 /사진출처=수원시  

다만 행정의 사업비 부담을 줄이려는 이러한 계획은 법과 제도란 틀에서 한계를 마주한다. 용적률을 조정하는 과정엔 사회적인 합의가 따라야 하는 탓이다. 

그는 난제를 풀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 중에 있다. 오히려 용적률을 낮추자는 국가적인 붐이 일던 과거, 학계 전문가로 나서 용적률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끌어냈던 경험이 있기에 자신도 있다.      

이 대표는 “신도시를 늘리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존의 장소를 리모델링해서 보전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용적률을 완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용적률을 올려 사업자가 50%의 추가 이익을 냈다면 그에 대한 30%는 사업자가 가져가게 하고, 나머지 20%는 공원 등 사회기반시설을 짓는데 쓰면 된다. 지방의 재정부담은 크게 줄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원의 민영화라는 시도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그가 눈여겨 본 일본의 사례는 알찬성과를 그려보기에 충분했다. 공공이 만들었으나 재정난에 내팽개쳐졌던 공원은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 운영관리권을 넘기며 사정이 달라졌다. 철저한 관리를 조건으로 공원 내 영업을 허가했고, 현재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녹지공간을 거니는 문화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재준 대표는 지난 2월12일 수원 경기대학교에서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이란 주제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수원특례시가 가야할 길을 책에 담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재준 대표는 지난 2월12일 수원 경기대학교에서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이란 주제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수원특례시가 가야할 길을 책에 담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그는 “물론 민간에 운영권을 넘기는 행위를 남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카페를 독서실 대용으로 활용하는 인구가 늘면서 백색소음을 즐기는 비중도 커졌다는 시대상을 감안하면 생각할 만한 대안이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시민과 함께할 미션도 있었다. 이른바 손바닥 정원 프로젝트다. 부지를 확보해서 일정규모의 공원을 만들 땐 적잖은 시간, 예산, 제도가 수반되지만 이 방식은 조금 다르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다. 마땅한 관리 주체가 없는 장소에 시민과 관(官), 기업 등이 참여해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이다. 관리의 사각지대가 흔히 쓰레기장으로 변모해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식을 바꾸는 출발점도 될거라는 게 이 대표의 믿음이다. 

과거 얽매인 제도망 만연해 있어  

공원의 민영화, 상생 가치에 주목

친환경 대중교통 서비스 실현 

“코로나 팬데믹은 공원녹지를 포함한 외부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을 높였어요. 산책, 여가활동 등이 더욱 부각된 것이죠. 그러나 공원의 조성과 관리에는 분명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이럴 때 시민의 힘을 모으는 겁니다. 자그마한 정원을 함께 만들어 가며 우리들만의 실질적인 녹지공간을 넓힐 수 있습니다. 꾸준한 관심과 실천이 모아져 1000개의 손바닥 정원만 만들어져도 확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탄소중립 교통 네트워크’를 그린다. 보다 사람 중심에 가까운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공공자전거 보급을 늘려가며 자전거의 수요를 키우고, 이를 통해 전용도로 등 인프라 조성의 발판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인프라부터 만들고 기다리는 것보단 수요를 통해 목소리를 반영했을 때 눈높이에 가까운 인프라가 세워진다는 오랜 모니터링에서 나온 접근이다. 

그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아무리 좋은 철학과 정책도 그 시대의 사람과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며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쾌적함, 편리함, 안전함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히 도구망을 탈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아무리 좋은 철학과 정책도 그 시대의 사람과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며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쾌적함, 편리함, 안전함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히 도구망을 탈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지목되는 트램을 이용한 선순환이다. 지상 수단의 친환경화를 위해 기존의 도로를 활용한 순환 트램을 만들고 전기버스와 연동하는 방식이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도시 내에서만이라도 이동오염원인 자가용의 통행을 최대한 줄이려는 방책이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걷고 싶은 도시’다. 자전거, 친환경 트램 등의 서비스로 시민과 대중교통 간의 접점을 늘려가며 걷기와 친숙해지는 변화를 기대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바램을 기록하고자 했다. 집필한 ‘나의 사랑, 나의 수원’에는 그만의 오랜 고민들이 쌓여있다. 이 대표가 걸어온 길과 수원시가 가야할 길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까지 이 사회는 정해진 관행과 규약이란 도구망에 갇혀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 입었으면 좋겠어요.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쾌적함, 편리함, 안전함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히 도구망을 탈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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