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정책학회 학술대회②]
탄소중립기본법·지속가능기본법, 시행령 보완 과정 혼선 불가피
미래 불확실성 및 지역 특성 반영 기본 틀 ‘기후변화적응법’ 강조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성으로부터 회복력을 키우는 ‘기후적응’에 대비할 제도적 근거가 부족한  전문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의 정책을 묶어 시행하는 현재로선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간, 광역 및 통합적 영향 자체를 파악할 수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단 지적이다.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변화적응법(가칭)’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존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충돌할 우려 때문이다. 두 법적 근거가 얼핏 방향은 같아도 실제적인 효력을 위해 세부적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엔 상충과 중복의 조짐이 세어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성으로부터 회복력을 키우는 ‘기후적응’ 전략 마련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지난 18일 열린 ‘2022 한국환경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선 이러한 어수선한 입법 체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입법현황 비교’에 대한 발표에서 “기후변화 적응의 정책은 자연재난과 환경오염, 생태계 변화 등에 의한 피해를 포함한다”며 “자연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뿐만 아니라 삶과 맞닿은 국토 및 도시개발, 에너지, 교통, 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 산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에서 재난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음에도 국내 개별법에선 이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않은 걸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재난 대응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재정적 부담을 따지면 특히 농어촌 같이 재난에 더욱 취약한 곳은 불공평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가 관리하는 재해대책기금이 기후변화 대응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도록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의 특성이 반영안 된 상태에서 기존에 했던 정책들을 묶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왔다. 이는 기후변화를 재난으로써 명확히 정의하고 지원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시키는 환경으로 작용했다.  

한상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부처에서 했던 정책을 묶어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간, 광역 및 통합적 영향 자체를 파악할 수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기후변화 적응 막는 ‘상충’과 ‘중복’

지역의 재난 대응, 재정 지원 필수   

한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영향에 관한 정보 수집이 초보 수준에 그치는 현재로선 취약성은 회복할 수 없다”면서 “기후변화 영향의 불확실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기본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개별법이 있어야 한다”며 ‘기후변화적응법(가칭)’ 제정을 제시했다. 

탄소중립기본법과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란 기존의 두 가지 틀로는 적응에 관한 정책적 성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한 선임연구위원의 견해다.

그는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정책이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갖추려면 시행령이 어떻게 마련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지속가능발전기본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의 시행령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서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하지만 소관 기관이 다르다. 상충이나 중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김은아 연구위원은 “탄소중립기본법과 지속가능발전기본법 모두 적응의 중요성을 원칙적으로는 이야기하고 있어도 실질적으로 어떻게 액션을 취할지 그 목표를 정하긴 어렵다는 게 한계”라며 “기후변화적응법 제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기후변화 적응을 지자체의 역량에만 너무 의존하는 한계를 벗어날 제도적 틀을 만드는 차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서용 고려대학교 교수는 “일본, 미국, EU 등 너무 다른 지역의 입법 체계를 베끼려 하지 말고 이제는 우리의 것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변화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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