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기, 기후위기 대응 능력은 국가 경제력”
고유업무에 디지털 신기술 접목, 국민 환경 요구 충족

안병옥 이사장은 “환경공단은 탄소중립의 선도자로 기술, 정책, 시장 등의 분야에서 정부와 지자체 정책을 뒷받침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안병옥 이사장은 “환경공단은 탄소중립의 선도자로 기술, 정책, 시장 등의 분야에서 정부와 지자체 정책을 뒷받침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뭐든지 물어보세요.” 두 달의 기다림 끝에 만난 안병옥 환경공단 이사장의 답변이다. 2021년 마지막 날, 한국환경공단 제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 정책설계자에서 정책집행자로 변신하기까지, 그에게는 최소 2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취임 직후 요청한 인터뷰가 2월 중순이 지난 후에야 수락된 이유다.

적확한 답을 끌어내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환경공단 업무가 포괄적인 만큼 지적도, 질문거리도 많았다. 안병옥 이사장은 기자의 이런 고민을, ‘뭐든지 물어보세요’라는 한마디로 시원하게 날렸다. 현재 전 세계적 관심사인 탄소중립 선언, 그리고 그에 따라 변화가 예상되는 한국환경공단의 추진사업에 대한 방향과 실행방법에 대해 안병옥 이사장과의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배출권관리제에 블록체인 기술 접목 시도
민간기업과 폐하수장 유기성 폐자원 활용

Q. 탄소중립 선도기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 내 역점 추진사업을 밝힌다면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필두로, 우리 사회는 급변기에 들어섰다.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을 맡은 시점이,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시기임을 체감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한국환경공단의 설립법령에도 명시된 미션이다. 그런 만큼 환경공단은 탄소중립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 우리 공단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 이사장의 일이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업무로는 정부주도의 탄소감축 확산을 위한 기후대응기금 수탁, 그리고 배출권 거래제도와 사업별 온실가스 감축 인지예결산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 공단은 기술, 정책, 시장 등 모든 분야에서 정부와 지자체 정책을 뒷받침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이제, 한 나라의 기후위기 대응 능력은 곧 그 나라의 경제력이 됐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흐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의 목표 달성은 물론, 달성을 위한 과정도 중요해졌다. 이제 국가나 기업에서 탄소중립 추진을 하지 않거나,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은 매우 무거운 과제다. 우리는 이런 난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이 변혁의 시기를 기회 삼아 도약을 준비 중이다. 우리 공단은 우선 탄소중립 선도기관으로서 2030년 NDC(2018년 대비 40% 감축)를 달성하고, 2050년 넷제로(Net-zero)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환경’의 가치 확장과 함께 공단은 탄소중립의 선도자로서 기술·정책·시장 등 모든 부문에서 경제·산업 부처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또한 기업, 시민사회, 국민 개개인과 지속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실천을 이끌어 낼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디지털 탄소다이어트’ 추진을 선언했다.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디지털 탄소다이어트’ 추진을 선언했다.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Q. 세부 실천 지원(계획)은 어떻게 되나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 3개가 있다. 우선, 글로벌기업이 경쟁적으로 도입 중인 ESG경영이 그 첫 번째다. 우리 공단은 기업 전반에, 여력이 부족한 소기업까지 ESG경영이 정착 되도록 지원할 것이다.

두 번째 열쇠는 다름 아닌 디지털 전환이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환경공단의 고유 업무에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해 점점 높아지는 국민의 환경 관련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다. 또한 하수도, 건설폐기물 및 소규모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스마트 하수도’, ‘지능형 폐기물 안전처리체계’, ‘소규모 대기배출 원격감시’, ‘폐수 배출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원격 감시 및 관리가 가능해진다.

마지막 세 번째 열쇠는 산업계의 녹색전환이다. ETS(탄소배출권 거래제) 대상기업의 탄소중립 설비 지원, 유기성폐자원 활용, 그린수소 생산,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한 화학재활용을 추진함으로써 산업계의 녹색전환을 현실화할 것이다.

하폐수처리장·소각장에 디지털 트윈 개념 적용

시설 시뮬레이션 가동··· 에너지 절감, 오염물질 배출 감소 기대

Q. 환경공단 전통업무로 축적된 빅데이터와 디지털 신기술이 만들어갈 사업이라면

환경공단은 자동차배출가스와 관련된 120개 항목을 분석해 제공한다. 또한, ‘환경 품질’을 측정한 결과를 정책에 반영해 왔다. 환경공단에 축적된 에너지는 실로 상당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축적 중이다. 이 데이터가 필요한 신사업 부문은 많다. 최대한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신사업과의 접목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현재 배출권관리제와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하폐수처리장, 소각장 등의 환경기초시설에 디지털 트윈 개념을 적용해 시설을 시뮬레이션으로 가동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설의 효율적 운영, 에너지 절감, 환경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실현하는 4차산업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하수처리장의 경우,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해 연구한 사례가 있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 활용 폭을 확장시킬 가능성을 보고 있다. 또한, 환경관리사업 수행 중 축적된 빅데이터를 ‘자동차배출가스 관리시스템’, ‘미세먼지 농도’, ‘굴뚝자동측정기(TMS)’, ‘도로먼지 지도 정보’, ’생활폐기물 정보관리시스템‘에까지 활용하고자 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축적된 빅데이터와 민간기업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은 축적된 빅데이터와 민간기업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Q. 통합물관리로 생긴 환경부·수자원공사와의 역할 구분이라면

수량 중심의 물관리 분야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전됐다. 최근에는 하천관리까지 환경부가 맡게 되면서, 물관리가 일원화됐다. 수자원공사는 물로 ‘사업’을 하는 공사다. 반면, 한국환경공단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통합물관리라는 수레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라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우리 공단은 이 두 기관의 물 관련 정책을 뒷받침하기도 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유역단위로 세워진 국가정책은 지자체 정책과도 연결된다. 우리 공단은 국가정책과 유역단위 계획, 지자체 정책과의 일관성을 항상 검토한다. 따라서, 물관리가 일원화된 이후에도 우리 공단은 물종합전문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책임을 지킬 것이다. 물 관련 기업들이 성장의 물줄기를 높이, 멀리 뿜을 수 있도록 호스 역할을 할 것이다. 성장의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과 인증을 하는 물산업클러스터를 우리 공단이 운영하고 있다.

Q. 자원순환 차원의 물 재이용과 관련된 추진 사업은 무엇인가

수자원은 한정된 반면, 물 수요는 한정 없이 늘고 있다. 부족한 공급을 해결할 방법은 물의 재이용밖에 없다. 물은 순환자원으로 인식돼 산업폐수도 재이용하고 있다. 물 재이용과 관련된 사회적 관심도, 기술도 높지만 물을 대량으로 재이용하겠다는 곳은 많지 않다. 수요처를 발굴하는 동시에 재이용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관광객과 개발사업의 폭발적인 증가로 물수요가 늘었다. 그러나, 지질구조상 강물을 풍부하게 쓸 수 없다. 하천도 상당 구간이 말라 있는 상태다. 지하수의 사용량이 늘며 지하수위가 낮아져, 높을 때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지만 낮아지면 지하수 쪽으로 침수해 지하수를 쓸 수 없다. 이런 현실이니 물의 재이용이 제주도에서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 물재이용관리계획을 환경부 요청으로 우리 공단에서 검토한 적이 있다. 제주도 내 골프장에서 물을 많이 사용하고 도두하수처리시설 추가증설계획도 있어 물을 재이용할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제주도는 동부와 서부의 물 사용 여건 차이가 크다. 현재 우리 공단은 제주도에서 분리된 농업용수 관로를 연결해 부족한 지역으로 물을 보내고, 비닐하우스 주위에 내리는 빗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 폐기물 시스템 한계 극복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등 추진

Q. 환경공단은 폐기물과 하수도 분야뿐 아니라 자원순환 관련 정책 지원, 제도 운영, 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 재활용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폐기물사업은 역사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2018년 쓰레기 대란, 2019년 전국 불법 폐기물 문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폐기물 증가 등 잇따른 환경문제 발생으로 기존 폐기물관리 시스템의 한계점이 노출됐다. 이에 정부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2020년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발표했다. 같은 해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지난해에는 K-순환경제 이행계획 수립을 발표했다. 이 계획 수립에 우리 공단이 참여했다.

이런 정책 흐름의 변화에 따라, 우리 공단은 ‘순환자원인정제도 활성화’, ‘환경성보장제 대상 품목 확대’ 등 기존 제도의 개선과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운영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1월 환경공단이 참여해 열린 고품질 자원재활용 정책토론회. 정부의 ‘K-순환경제 이행계획 수립’에 참여한 한국환경공단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등의 신규 사업을 시행한다.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올해 1월 환경공단이 참여해 열린 고품질 자원재활용 정책토론회. 정부의 ‘K-순환경제 이행계획 수립’에 참여한 한국환경공단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등의 신규 사업을 시행한다.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우리 공단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고 확대할 수 있는 부분은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우선 폐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슬러지, 가축분뇨 등의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민간기업과 함께 하고자 한다. 농촌에서 배출되는 오염되지 않은 폐비닐은 플라스틱으로 재탄생시키는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민간기업과 시행할 계획이다.

타이벡 수거 시범사업 추진

2023년 사업대상 차광막·부직포로 확대

Q. 도시보다 농촌의 폐기물 수거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폐비닐, 폐농약 용기 외 영농폐기물은 공단의 수거·재활용사업에서 빠져 있다. 개선 대책이 있다면

고령농가의 영농폐기물 문제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영농폐기물은 지자체에서 처리한다. 영농폐기물 중 폐영농비닐과 폐농약병을 환경공단에서 수거하고 있다. 대량이기 때문에 우리 공단에서 맡은 것이다. 영농방법이 변화하면서 대폭 증가한 농촌폐기물로 타이벡, 차광막, 부직포 등이 있다. 과거 소량이라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감귤농가가 많다. 태양광 반사율을 높이기 위해 바닥에 타이벡을 까는 감귤농가가 늘면서 타이벡 폐기물이 늘고 있다. 타이벡 수거는 올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2023년에는 사업대상을 차광막, 부직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품목으로 전환 가능성을 검토해 음료수 병처럼 농민이 아닌 생산자에게 재활용책임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고령농 문제에 관해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올해부터 공익직불제가 시행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농식품부에서 직불금을 주면서 영농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매립하지 않고, 임의로 방치하지 않으며, 연 2회 이상 마을 공동수거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상, 농촌에서는 참여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집하장이 부족하다. 전국의 집하장은 약 8500개 소, 임시집하장은 4530개 소이다. 임시보관장소도 없는 곳에는 공동수거일을 지정해 공단에서 수거하는 방식으로, 영농폐기물 방치를 막을 계획이다.

인터뷰하는 내내 안병옥 이사장은 주어진 정책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견해를 밝히고, 현재에 맞는 해결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가 과거 환경부 차관 시절 환경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듯, 환경정책을 과학 기반으로 실행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