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4기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 결과 분석

[환경일보] 제4기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를 분석한 결과 국민들의 체내 환경유해물질 농도는 대체로 감소했지만 일부 물질은 외국에 비해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방부제로 사용되는 에틸파라벤, 담배연기 대사체인 코티닌, 담배연기·매연·난방연료에 포함된 2-나프톨의 체내 농도가 모든 연령대에서 제3기와 비교해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일회용컵 방수코팅제, 즉석식품 포장재 등에 많이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이 2015~1016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결과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돼 기존의 환경매체 중심의 노출 관리에서 벗어나 생활화학제품이나 개인환경 중심의 노출경로 파악 및 노출 저감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물질은 영·유아, 초·중·고교생에게서 성인보다 높게 검출됐다. 적은 양에 노출돼도 건강 영향이 클 수 있는 노출 민감계층에 대한 노출 관리에도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납 농도, 미국보다 2배 높아

성인의 혈중 중금속 농도는 미국(납 0.92㎍/L, 수은 0.81㎍/L)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수은은 미국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중·고교생의 혈중 중금속 농도는 성인의 절반 수준이지만 미국 중·고교생보다 혈중 납은 2배, 혈중 수은은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편, 제4기 영·유아 소변 중 수은 농도(0.15㎍/L)가 제3기 (0.42㎍/L)보다 절반 아래로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내분비계장애물질인 비스페놀A는 전 연령 모두 제3기에 비해 감소했고,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3기 조사에서는 영·유아에게서 가장 높은 농도(2.41㎍/L)를 보이던 것이 3년 뒤인 제4기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에게서 가장 높은 농도(1.44㎍/L)로 조사됨에 따라 해당 연령 집단에 대한 시계열적 추적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내분비계장애물질인 프탈레이트도 조사가 시작된 이래 모든 연령대에서 지속해서 감소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가소제로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대사체인 MEHHP, MEOHP, MECPP, MnBP 등의 성분이 모든 연령대에서 미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영·유아, 초등학생이 미국의 영·유아, 초등학생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간접흡연 예방정책 필요

초등학생과 영·유아의 체내 코티닌 농도가 높다는 점은 이들이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 또는 흡연시 발생하는 연기 등 간접흡연에 노출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등학생과 영·유아의 체내 코티닌 농도가 높다는 점은 이들이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 또는 흡연시 발생하는 연기 등 간접흡연에 노출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불화화합물은 제4기에 처음으로 조사된 물질이다. 성인의 혈액 속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이 미국 성인보다 3배 이상 높았고, 중·고교생은 성인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미국 중·고교생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의 주요 대사체인 코티닌은 성인 흡연자에서 제1기(991㎍/L) 이후 제3기(524㎍/L)까지는 지속해서 감소하다가 제4기 (621㎍/L)에 다소 증가했다.

제3기까지 감소한 원인으로 2011년 공공기관 및 공중이용시설 금연구역 지정 등 단계적 금연정책의 효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됐는데, 제4기에서 증가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성인 비흡연자의 코티닌 농도(2.08㎍/L)가 제2기(1.38㎍/L) 이후 지속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초등학생과 영·유아의 체내 코티닌 농도도 제3기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해 간접흡연 예방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판 중인 영·유아용 기구·용기·포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시판 중인 영·유아용 기구·용기·포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영·유아용 기구·용기·포장의 모니터링 필요

이번 분석을 담당한 국회입법조사처는 제4기 분석 물질 중에서 제3기보다 증가했거나, 외국보다 높거나, 영·유아, 초등학생에게 높은 농도를 보인 환경유해물질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몇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비스페놀A와 관련해서는 시판되는 생수를 주 식수원으로 사용하거나 냉동음식을 주 1회 이상 먹는 것이 비스페놀A 농도 증가와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먹이사슬을 통해 해산물·축산물로부터 직접 섭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플라스틱·비닐에 보관된 음식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에 영·유아용 기구·용기·포장 제조시 비스페놀A 사용이 금지됐는데 시판 중인 영·유아용 기구·용기·포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비스페놀A와 관련해서는 주로 플라스틱·비닐에 보관된 음식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스페놀A와 관련해서는 주로 플라스틱·비닐에 보관된 음식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장품에 과불화화학물 사용 금지해야

과불화화합물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협약’에 따른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며 잔류성오염물질 관리법에서 과불화옥탄산(PFOA)은 제조·수출입·사용 금지, 과불화옥탄술 폰산(PFOS)은 제조·수출입·사용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과불화화합물(PFAS)이 화장품에서 검출되고 있어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과불화화합물을 ‘사용할 수 없는 원료’ 혹은 ‘사용상의 제한이 필요한 원료’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흡연을 하지 않는 초등학생과 영·유아의 체내 코티닌 농도가 높다는 점은 이들이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 또는 흡연시 발생하는 연기 등 간접흡연에 노출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설치할 수 있는 흡연실이 간접흡연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라는 주장과 함께 흡연실의 유해물질이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제4차 기초조사 결과를 이용해 흡연실의 간접흡연 방지 효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간접흡연 방지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제4기 기초조사 결과는 장기적으로 흡연자에 대한 금연지원을 확대해 흡연율 감소를 목표로 해야함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의 건강증진 정책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중요 조사인 만큼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연계해 조사 규모의 분석물질 수를 확대하고 조사결과의 국민건강 정책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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