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준의 산림생태계와 자연 보호구역 역대급 피해
[환경일보] 3월 4일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은 213시간만에 진화됐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단일지역 산불로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산불이 휩쓴 면적은 2만923㏊, 서울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가 불탔다.
울진삼척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산불로 총 3988ha가 피해를 입었다. 축구장 약 5700개 면적이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 상당리 덕구리 등이 3170ha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금강송면 소광리가 225ha이며 삼척시 풍곡리가 593ha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산불이 덮친 울진‧삼척 지역은 접경지를 중심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북 울진군 서면과 북면, 봉화군 석포면,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등 2개 광역지자체 3개 기초지자체 등에 걸친 이 지역은 민북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금강소나무 군락 파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산림청이 산림 내 식물의 유전자와 종 또는 산림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보호‧관리가 필요한 산림을 지정하며, 보호구역으로는 규제가 가장 강하다.
울진·삼척·봉화의 접경지역에 있는 소광리 일대는 국내에만 자생하는 금강소나무의 최대 군락지이다.
조선시대부터 국가의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조선 왕실에서 황장봉산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부터 지킨 산림보호 구역이다. 한국 산림의 성지이며 소나무 보전의 산실, 한국을 대표하는 숲이다.
또한 울진‧삼척 한국특산식물이 다수 분포하는 중요한 서식지로 향후 정밀조사를 통해 산림생태계의 피해 규명이 필요하다.

국내 최고의 야생동물서식지 삼척
이 일대 삼척산림보호구역은 국내 최고의 야생동물서식지이다. 국립공원이나 백두대간 핵심지역에 견줄만한 멸종위기종의 보고로 환경부 멸종위기종과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다수 서식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해 이러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역시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의 경계를 중심으로 대경목의 금강소나무가 분포한다. 울진‧삼척의 금강소나무 군락은 유전 상태가 국내에서 가장 양호하고 크기와 규모도 국내 최대이다.
수고15~20m, 흉고 60cm 이상의 형질이 좋고 유전자원이 우량한 소나무 도경계인 능선부 중심 분포한다.
이 지역은 빼어난 자연환경과 우수한 산림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금강소나무를 터전삼아 송이 등을 채취한다. 금강소나무 군락과 함께 한국 특산종 꼬리진달래를 서식지로 중부온대림의 전형이다.
이번 산불로 금강소나무가 불타고, 꼬리진달래를 비롯한 한국특산식물의 훼손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강소나무 고사로 인한 산사태가 우려된다. 고사한 나무로 인해 토사가 유실되고 이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화마가 쉽쓴 자리, 토양오염 우려
토양오염에 대한 조사도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산불이 휩쓴 땅이 재로 변해버렸다. 큰비가 내렸을 때 토양이 쓸려가 물로 흘러들게 되었을 때 저서생물들의 서식지 변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산불 피해지인 울진군 금강송면, 북면과 삼척시 가곡면, 원덕읍 일대는 700m 이상 고봉의 산악지대와 다양한 규모의 계곡과 폭포가 형성된 지역으로 야생동물 서식지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2004년 환경부에서 실시한 ‘울진삼척봉화 지역 자연환경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울진군 북부와 서부, 삼척시 남부 지역 일대에는 야생 포유류 19종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았던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용소골과 응봉산 일대는 야생동물 15종의 서식지로 울진‧삼척지역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가진 공간이다.
멸종위기1급 산양과 수달을 포함해 멸종위기2급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법정 보호동물도 6종이 서식하고 있다.
희귀 조류로는 가막딱다구리가 소광리에서 서식한다. 올빼미는 응봉산, 소쩍새,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말똥가리 등은 울진 북부와 삼척시 남부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호종으로 지정된 까치살모사, 맹꽁이 등 양서파충류도 서식하고 있다.
이번 산불 피해지는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197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분포하던 산양은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인해 현재 600~700개체가 4개 구역에서 서식하고 있다.
산양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지역은 강원도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 설악산 인근 그리고 경북 북부 울진삼척 지역이 있다. 이중 울진삼척지역은 산양의 최남단 서식지로 생태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

울진‧삼척 내 산양 분포지를 세분화하면, 울진군 지역은 삿갓재 주변의 능선과 대광천을 포함한 소광리 지역, 북면 두천리의 십이령 주변 능선과 계곡, 응봉산 지역 등이 주요 서식지다.
삼척시는 가곡면 풍곡리의 용인봉, 동활리의 복두산, 중봉산, 음지골, 용소골과 원덕읍의 사곡리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삼척시 용인봉, 복두산, 중봉산, 음지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서식지가 이번 산불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지막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았던 삼척시 가곡면 용소골 일대는 가장 많은 산양 서식흔적이 발견된 주요 서식지다.
용소골은 응봉산에서 발원하여 덕풍마을까지 이어지는 계곡으로 거친 기암절벽으로 이뤄져 산양 서식에 적합한 지형이다.
이외에도 화재 초기 피해를 입었던 울진군 북면 장재산에서도 산양 서식지가 발견된 바 있다. 화재 초기 빠른 속도로 불길이 번지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야생동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산림과 자연 복원 목표 설정해야
울진‧삼척 산불은 국가적 재난으로 기록에서도 최대였다. 산림과 자연의 역사에서도 역대급이었다.
특히 한반도에서 역사를 기록한 이래 산림보호구역 즉 최고 수준의 산림생태계와 자연 보호구역이 피해를 입은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산불로 훼손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치유하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이번 산불 재난을 극복하는 정부의 손길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보호구역의 산림생태계가 산불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정밀하고 깊이 있는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산림생태복원의 원칙과 방향을 세우고 실제 자연과 산림의 생명력을 증진시키는 복원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학계, 민간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
녹색연합은 “산림생태계를 실태를 정확히 규명하는 전제 위에서 자연과 산림이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며 “산림생태복원의 기본 원칙을 확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봄부터 실천해야 할 과제를 도출하고 즉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