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크라이나 전쟁 틈 타 ICBM 수차례 발사‧‧‧ 한반도 신냉전 시대 올 수도
친미 중동국가는 안보 위해 러시아와 외교추진, 국제인권보호와 국익 균형 필요

올해 2월에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 피해는 물론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올해 2월에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많은 민간인 피해는 물론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22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국회에서는 오전과 오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두 건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당일 오전에는 설훈‧양기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긴급 현지상황 보고 간담회’가 열렸다. 노웅래, 양정숙, 이병훈, 정태호 등의 국회의원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폴란드-러시아 국경지대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김영미 분쟁전문 피디가 현지상황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다음 타깃 ‘한국’ 될 수도··· 국제적 협심으로 러시아 제재해야

김영미 피디는 “한 국가가 다른 주권을 지닌 국가를 굴복시키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다음은 아프리카 혹은 남미, 아시아 국가가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일으킨 자체보다는, 뒤따라올 참혹한 결론들이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그때는 공격의 주체가 러시아가 아닌 다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김 피디는 민간인 시신 수백구가 발견된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의 소년 유리(14) 군의 사례를 들어 우크라이나 참상을 전했다. 김 피디는 “어린 소년이 취재진에게 구호품을 얻으러 가던 민간인 아빠가 러시아군의 총에 살해당한 사실을 진술했다”며 이에 김 피디는 “그에게 러시아군이 행한 민간 학살의 중요한 증인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그는 아직 14세지만 국제 형사 재판소의 조사 과정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김 피디는 “러시아는 제네바 협약을 어기고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며 “특히 공포를 전 세계인들에게 심기 위한 1세 아이를 성폭행하는 영상을 고의적으로 유출하는 등 선전적인 악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영미 피디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긴급 현지상황 보고 간담회’에 참석해 현지 취재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긴급 현지상황 보고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미 피디가 현지 취재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의 피란민은 올해 4월10일을 기준으로 450만명을 돌파했고 실향민의 경우 650만명에 달하고 있다. UNHCR은 전쟁이 계속된다면, 수백만명의 추가 피란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화상연설 당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동시통역을 해 국회를 숙연하게 만들었던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청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를 남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분단 국가인 우리도 언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스라엘에서는 5000여명의 난민을 수용해서 6개월 치의 생활비를 지급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0대 경제 대국으로서 눈치 보지 말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견해임을 밝혔다.

이어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아직까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동조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 인도,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러시아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더욱 국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한반도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포함됐으니 인류 보편적인 신뢰의 가치를 같이 도모하고, 국제 사회 속에서 연대와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익과 안보 위해 다각적‧능동적 외교전략 구사할 시기 

반면, 오후에 진행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동과 유라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 세미나’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국익을 위해 구사해야 할 외교전략들을 좀 더 다각적으로 집중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동과 유라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 /사진=김인성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동과 유라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 /사진=김인성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정치‧외교‧경제면에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동아시아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동참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중동과 유라시아 지역은 각국의 이해에 따른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

흔한 예로, 전통적 친미 국가인 UAE(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과 직접적 경제 제재에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외교 파트너로 러시아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중동의 외교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UAE와 이스라엘이 적대적 관계인 이란을 견제하고자 미국 중심의 외교 전략에서 러시아, 중국 등 신흥 강대국으로 외교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한국의 외교 상황은 복잡다기해졌다. 최근 북한은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갈수록 격해지고 전 세계가 무역, 기술, 공급망 등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한국도 주도면밀한 외교 대응책 수립으로 선제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수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지난달 3월에는 4년 4개월 만에 ICBM 발사를 재개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이란 핵 합의 복원에도 미치고 있다. 이란의 핵 위협을 막아야 하는 이스라엘은 핵 합의 복원을 반대해 왔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 세계가 관심이 집중 된 틈을 타  ICBM을 수차례 발사했다. /사진출처=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 세계가 관심이 집중 된 틈을 타 지난 3월 ICBM을 수차례 발사했다. /사진출처=조선중앙TV 캡처

그러나 이란 핵 합의 당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인 후 자국에 대해 가해진 제재 해제와 연결시키고 있어, 이란 핵 복원 진행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김홍걸 국회 동북아평화미래포럼 대표의원은 “미국의 우방국가 이스라엘은 이란 핵 합의 복원에 반대 협상 당사국인 러시아와의 외교도 중요하다. 이에 주도적인 외교를 추진해 국익을 취하고 있다”며 “주변 4대 강국들에 둘러싸이고 북한을 맞대고 있는 대한민국 또한 국제 정세에 대비하고 국익과 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다각적인 외교전략을 주요 핵심으로 내세웠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오던 핀란드, 스웨덴이 NATO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가 강화되며 세계적 신냉전구도 형성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된다”며 “또 국제질서의 변화는 미‧중 관계라는 더욱 복잡한 국제역학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까지 글로벌 공급망과 수출 모멘텀 등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돼 왔다. 보건안보, 식량안보의 이슈들도 새롭게 부각되는 국면이다. 지정학적 단층대에 위치한 한국은 실사구시적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노력을 통해 능동적인 행보를 해나가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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