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어촌 실현, ‘혁신 리더십’으로 거제 바다 미래 이끌어

거제수산업협동조합 엄준 조합장/ 사진=안압지 기자 
거제수산업협동조합 엄준 조합장/ 사진=안압지 기자 

2022년 5월 31일은 제27회 ‘바다의 날’이다. 섬둘레 443㎞로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거제는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특산물이 수천억 이상의 가치로 창출되고 있다. 거제 바다는 존재 그 자체로 환경·생태의 자연보전 가치가 중요한 지역이다.

현재 거제수협을 힘차게 견인하고 있는 젊은 패기의 조합장으로서, 또 대대로 수산업의 가업을 이어온 수산업의 장인으로 취임 후 2년 만에 부실조합 멍에를 벗고 재도약에 성공한 거제수산업협동조합 엄준 조합장을 환경일보가 만나봤다.

2019년 3월 21일 취임해 올해 취임 4년 차를 맞는 거제수협 엄준 조합장은 취임 전 하위권에 머물던 상호금융 당기순이익을 취임 2년 후인 2021년 전국 91개 조합 중 3위로 견인했다. 이에 사업목표 103% 달성,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으로 취임 이후 2년 만에 부실조합의 멍에를 벗고 재도약 ‘시동’에 성공한 바 있다.

거제 수산업의 수장으로서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산업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환경과 생태에 대해, 그리고 거제수협의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엄 조합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Q. ‘힘 모아 마음 모아 다시 뛰는 거제수협, 더 변화하자. 더 새롭게 2022년’이라는 슬로건 아래 취임 이후 추진해온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하나로 먼저 적자사업장 폐쇄를 들 수 있다. 대포위판장, 뷔페예식사업장 마트옥포점 폐쇄가 그것이다. 이와 함께 80명 이상의 직원을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감원하고 30억원 이상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마른 멸치 위판 및 해상 경매 시행, 견내량 돌미역, 손질대구, 손질아구 등 어업인 소득증대를 위한 신규사업 및 신제품 개발에도 주력했다. 어업인 어업활동 개선 및 유통시설개선 사업으로 보리새우 3중망 승인, 성포위판장 및 구조라위판장 신축을 진행했고 상호금융 연체를 감축, 2019년 취임 당시 15.23%의 연체율을 2021년 12월 말 5.8%까지 완화했다.

건멸치 위판 및 경매 모습/ 사진제공=거제수산업협동조합  
건멸치 위판 및 경매 모습/ 사진제공=거제수산업협동조합  

Q. 가공하면 부가가치가 훨씬 상승하는 수산물의 경우 각 지역 조합들의 경쟁이 치열한데, ‘마른 멸치 경매’ 사업을 포함해 특히 거제수협에서 주력하는 ‘가공제품’들을 소개해 준다면.

거제지역에는 정치망을 중심으로 한 해 200억원 상당의 마른 멸치가 생산되는데 대부분 통영, 삼천포 지역에서 팔리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거제수협이 위판에 나섬에 따라 전국 제일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남해안 ‘마른 멸치 경매’ 등의 경제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거제수협 수산물 가공공장에서는 학교급식 및 군납 식자재와 싱싱회, 지역에서 생산되는 거제외포·관포 대구와 견내량 돌미역, 여차 미역 거제산 아귀를 홈쇼핑에 판매 및 홍보하고 있다.

대구와 미역은 원료가 부족해 판매하지 못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외 수협가공공장에서 생산되는 간고등어는 겨울철에 나는 원료 사용과 위생적 품질관리, 저렴한 가격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Q. 2021년 7월 거제수협은 홍콩에 수산물 1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사전 계약을 한 바 있다. 본 계약이 갖는 의미와 계약 이후의 진행 상황, 향후 해외 수산물 수출계획은 어떤가.

거제수협은 2021년 7월 9일 거제삼성호텔에서 영트레이드 홍콩유한공사와 100만 달러(한화 12억) 수출 MOU를 체결했다. 현재 홍콩에는 참조기와 간고등어를 거제수협수산물가공공장에서 생산해 매달 수출하고 있으며 오징어, 우럭, 광어 등 지역에서 생산 또는 조업 되는 수산물 위주로 계속 샘플링을 하고 있다.

아직 수출은 걸음마 단계지만 미국, 중국 등에 건어물 종류와 대구, 아귀 등을 조금씩 수출하고 있으며 품질 개발을 통해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홍콩과의 MOU 체결은 국내 수산물 판매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매출 증대를 이룬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수산물종합가공공장/ 사진제공=거제수산업협동조합 
수산물종합가공공장/ 사진제공=거제수산업협동조합 

Q. 거제수협 조합원 중에는 연로한 사람도 꽤 있다고 알고 있다. 현시점에서 거제 수산업에도 엄 조합장처럼 젊은 피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세대교체 계획 및 현재 수산업을 다음 세대가 가업으로 이어받는 사례들이 거제지역에 있는지 알고 싶다.

수산업 종사자의 고령화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인력이 고령화돼 어업 기술 전수도 어려워지고 예전부터 고수해오던 노하우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사실, 인위적인 세대교체라는 것은 이뤄지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는 어촌, 미래가 있는 어촌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수협뿐 아니라 수산 행정 및 현재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 세대들이 이 문제를 직시하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임을 자각해야 한다.

잡고 기르기만 하는 단순 어업에서 벗어나 생산된 수산물을 각 지역에서 가공해 유통까지 아우를 수 있는 6차 산업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수산업의 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젊은 사람들이 어촌으로 귀어할 수 있게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함과 동시에 바다와 어촌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체험하고 체류할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멍게 등 양식업이라든지 정치망 어업 등 지금도 젊은 어업인들은 부모 세대의 과업을 이어받아 침체한 어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직도 어업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수산업 자동화시설 및 인력수급 문제 등은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Q. 수산물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엄 조합장의 환경에 대한 고견, 특히 거제지역 수산·해양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바다의 환경은 당연히 보존돼야 한다. 거제지역은 미국 FDA에서 지정한 청정해역이다. 산업이 가속화되면서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야기되는 바다 환경의 훼손과 파괴는 어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어업인 스스로가 바다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육지에서 유입되는 각종 쓰레기 등 오염물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정책들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2021년 4월 19일 거제시 구조라항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 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4월 29일 방송에 출연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엄 조합장/ 사진제공=거제수산업협동조합 
2021년 4월 19일 거제시 구조라항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 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규탄대회 이후 4월 29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하는 엄 조합장/ 사진제공=거제수산업협동조합 

Q. 거제지역 바다 환경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짚어보자면.

거제 바다는 북쪽으로는 부산·진해만과 인접하고, 신항개발과 향후 가덕신공항 등 각종 해양개발사업으로 어업의 피해가 심각하게 예상되는 지역이다. 특히 남쪽으로 바닷모래 채취를 위한 EEZ 모래 채취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어 천혜의 황금어장 및 어류의 산란장 파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라는 핑계로 조업 가능한 바다 또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Q. 바다를 연구·개발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하면 지구온난화와 바다 환경의 황폐로 굴, 멍게, 해초, 해조류 등이 ‘장기 10년, 단기 5년’이면 생산이 불가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에 대한 엄 조합장의 생각이 궁금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수온과 바다 환경황폐와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환경 문제들은 단순히 지역 수협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범국가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와 고민해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굴, 멍게 양식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거제는 최근 몇 년간 고수온과 빈산소수괴(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용존산소라고 하며, 용존산소의 농도가 낮은 물 덩어리를 빈산소수괴(hypoxia water mass)라고 함) 등으로 양식업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 대안을 찾아 나갈 것이다. 아울러 연안 어장을 벗어나 좀 더 나은 어장개발을 건의하고 그에 대한 대책 또한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Q. 현재 소규모의 바다정화 활동은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거제 바다를 살리는 데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화 활동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계 기관과의 공조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거제수협에서는 각 어업인 단체들과 정기적으로 바다정화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수산관계기관들과도 유기적으로 협력해 바다활동계획을 수립·실행하고 있다. 또한 매년 해양쓰레기 수매사업을 전개해 어업인들이 조업 중에 인양한 해양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수매하고 있다.

올해 5월에도 5월 31일 바다의 날을 기념해 거제시 및 거제지역 어업인들과 대대적인 연안정화활동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거제수협은 지속해서 우리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Q. 거제수협의 발전 방향과 목표는?

2019년 3월 취임 후 거제수협의 개혁과 변화를 위해 부단히 달려왔다. 더 이상의 자본잠식을 탈피하고 조합 이미지 쇄신으로 효시 조합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다. 

아울러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회복하고 정기적인 지도를 통해 직원들의 창의적인 의식변화를 꾀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어업인이 생산한 수산물의 판매강화와 복지증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Q. 조합원이나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있다면.

먼저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드린다. 첫째, 거제수협의 정상화를 위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진심으로 조합을 위하는 일꾼이 되어달라.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며, 조합원 입장에서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봉사의 원칙에 근거해 실천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둘째, 보다 능률적이고 창의적인 의식과 실천이 필요하다. 혈연 학연·지연에 연연하지 않고 직무 능력 위주의 경영방침과 신상필벌 원칙을 고수할 것이다. 조합장인 본인부터 개혁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솔선수범하는 직원이 될 것이다.

2019년 3월 취임 후 조합경영 정상화를 위해 적자사업장 폐쇄 및 직원감원, 신규사업을 진행해 온바 거제수협의 적자요인들은 대폭 줄었다고 자신한다. 조합원들의 어업활동 개선과 소득증대를 위해 거제수협은 노후화된 위판시설 신축, 신상품개발, 홈쇼핑 방송 판매, 대구 금어기 일원화 등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어업인의 생산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면 거제수협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문제해결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 거제수협은 더는 조합원들에게 불신받지 않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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