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살상·착취 구조 거부하는 삶의 방식 지향
“긴급격리, 소유권 박탈 없이 학대 재발 막을 수 없어”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6월5일은 ‘환경의 날’, 1972년 6월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 공동 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이다. 매년 이날, 세계 각국은 지구의 ‘환경’ 즉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에 대해, 그것이 생물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점검한다. 인간이 악화시킨 지구의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재난을 불러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후위기’다.

이렇게 인간이 일으킨 기후위기에 더해, 인간이 저지른 착취로 동물이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지킬 목적으로 2017년 11월 설립된 단체가 동물해방물결이다. 환경의 날을 앞두고,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이뤄졌다. 1985년 문을 연 이 서점은 인권, 동물권, 환경 등 다양한 담론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언어에서부터 ‘종(種) 평등’을 지향한다. 단체에서 지난해 구조한 소들은 6마리가 아니라 6명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목숨 명(命) 자를 쓰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말과 글에서 ‘종 평등’ 표현을 추구한다. 이 대표는 동물해방물결 누리집에서, “선거운동 기간 ‘살리는 힘’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은, 동물을 수단으로 취급해 온 인간의 태도가 어떤 불평등과 생태 위기를 불러왔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치부돼 온 인간과 비인간 동물 사이 ‘종 차별적’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공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12월 동물해방물결,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논의체가 구성됐다. 개 식용 농장주도 참여해 개 식용 종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하거나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대표가 인터뷰 중 많이 쓴 단어 중 하나는 ‘논의’였다. 설립 이후 줄곧 ‘행동’을 통해 존재와 의미를 보여준 동물해방물결과 ‘논의’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인권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의 ‘결’이 존재하고, 그 ‘결’들이 겹치는 지점을 찾는 ‘합의’라는 과정이 따른다. 동물권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의제 하나를 달성하는 데도 수많은 만남과 대화, 즉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당당히 동물해방을 위해 목소리를 내 온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의 생각의 결은 어떤지, 일문일답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식용 개 도살 및 매매 실태 조사 보고서 ‘반려동물? 대한민국 개들은 이렇게 도살된다’ 발표와 함께 조사 대상이 된 여주 계신리 불법 개 도살장을 2021년 7월9일 경찰과 함께 급습했다. /사진제공=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식용 개 도살 및 매매 실태 조사 보고서 ‘반려동물? 대한민국 개들은 이렇게 도살된다’ 발표와 함께 조사 대상이 된 여주 계신리 불법 개 도살장을 2021년 7월9일 경찰과 함께 급습했다. /사진제공=동물해방물결

Q. 단체명 ‘동물해방물결’의 정확한 의미와 사연을 듣고 싶다

‘동물해방’을 위한 ‘물결’이라고 보면 된다. 설립 당시만 해도 ‘동물해방’의 근거인 ‘종차별’에 대한 담론이 국내에서는 미미했다. 과거 ‘동물해방전선(ALF, Animal Liberation Front)’이라는 국제단체가 있었다(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도 등장한다). 동물실험과 상품화에 반대해 불법수단도 동원한 그들과는 달리, 합법적인 틀 안에서 움직이는 단체를 만들자는 것이 동물해방물결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물결’은 기존에 없던 동물운동 방식으로 변화의 물결을 일으켜 보자는 의미다.

Q. 2017년 11월 출범 후 동물해방물결이 이뤄낸 가장 큰 성과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동물권행진을 국내 최초로 실시한 것이다. 종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동물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반대하는 행진이다. ‘먹을거리’로만 취급받던 축산동물의 고통을 알리는 탈육식 캠페인은 2019년 5월부터 시작했다.

다음으로, 2021년 개 도살 및 매매 실태보고서 ‘반려동물? 대한민국 개들은 이렇게 도살된다’를 발간한 것이다. 성남시 모란 개시장부터 출발해 약 8개월간 추적, 잠입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양지에서 몰아낸 개 도살과 매매가 어떻게 음성화됐고, 현행 동물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밝혀냈다. 이는 다수의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관련 결과는 ‘개 식용 공식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구’에도 전달됐다. 관련자는 처벌받았고, 개 도살자와 경매자에 대한 유죄 판례가 세워졌다.

마지막으로, ‘비거니즘 확산’이다. 지난해 2월 1호를 발간한 ‘물결’은 비거니즘을 알리는 계간지다. 피켓, 플래카드의 단문으로는 비거니즘 운동의 메시지를 완전하게 전달할 수 없어 창간한 것이다. 다양한 필자의 글을 통해 비거니즘 운동을 더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인쇄물을 통해 담론을 만들고, 인쇄물 밖에서는 서로 생각과 정보를 자주 교환해야 한다.

Q. 비건(Vegan)은 ‘철저한 채식인’을 뜻하지만 중요한 건 이유와 목적에 있다고 보는데, 비건·비거니즘에 대한 생각은

비건(Vegan)은 지향점, 즉 목적이다. 동물을 학대 및 살상, 착취하는 구조를 거부하고, 나아가 없애는 것이다. 비거니즘(Veganism)은 이를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해 이런 목적과 방식을 지닌 이들을 ‘비건 지향인’이라 부른다.

2019년 7월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위해 당시 표창원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이지연 대표 /사진제공=동물해방물결
2019년 7월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위해 당시 표창원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이지연 대표 /사진제공=동물해방물결

동물보호법 보호 대상과 기준 확대 필요

Q. 단체활동의 한계, 또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전에 언급했듯 우리, 즉 비건 지향인들의 목표는 동물을 학대하고, 살상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동물 관련 법을 개정하고, 산업을 축소해야 한다. 산업구조의 중심에는 소비자와 업계가 있다. 업계 행위를 규제 및 제한, 금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법 개정이다. 국회나 정부에서 업계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그동안 개정되지 못한 동물권 법제도가 많다.

물론, 한번에 쉽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점을 앞당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한계’라기보다는 ‘과제’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하튼 우리가 앞으로 실현해 나가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니 말이다. 결정권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득 또는 압박할 것인지,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방법을 모색하는 것 자체도 과제다.

Q. 최근 진행한 캠페인은 무엇인지, 또 그 성과라면

2020년 11월 터진 방어·참돔 학대 사건에 대한 대응이다. 어류양식협회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수입 수산물 검역 완화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방어와 참돔을 바닥에 던진 것이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들의 행위를 동물학대로 경찰에 고발했다. 검찰수사 결과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에 동물해방물결은 항고했다. 어류 동물학대 종식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계속 의견을 내고 있다. 바닥에 던져진 어류가 식용이냐, 아니냐가 동물학대 해결 기준이 됐다는 것은 ‘식용 어류 동물’은 없다고 인식하는 동물해방물결의 대표로서 부끄럽고 소모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외국 사례를 찾아보니 관련 판례를 찾을 수 없었다. 동물을 공공장소에서 집어던진 경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류 동물의 지각 여부, 보호에 대한 논쟁이 이뤄졌다. 동물해방물결은 어류 동물 관리 운동과 착취를 줄이고 동물보호법상 보호 강화를 위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한국은 개를 산업으로 착취하는 유일한 나라

Q. 그렇다면 현재 예정된 활동이나 계획은 무엇인지

개 도살 및 식용 금지에 관한 것이다. 동물해방물결 설립 후 목표 달성을 위해 단일캠페인으로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집중했던 운동 중 하나다. 한국은 개를 산업적으로 착취하는 유일한 나라로, 집단 번식 농장이 있고, 농장으로부터 유통하는 중간업자와 도살장, 식당이라는 구조화된 형태가 완벽히 이뤄진 곳이다. 개 식용과 착취마저 끝내지 못한다면, 소·돼지·닭의 착취를 끝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설립 후 3년간 관련 캠페인과 집회에 집중한 이유다. 하지만 국회 앞에서 집회를 계속해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논의도 하지 않았다.

물론,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해 2개의 도살장이 철폐된 것이다. 이런 행동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제 개 식용은 종식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2월에는 ‘개 식용 사회적 논의기구’가 출범했다. 4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기구는 현재 2개월 연장됐다. 지난해 개 도살 기구에는 동물해방물결을 포함해 정부 관계자, 상인, 개 식용 농장주도 참여한다. 실상, 개 식용 논쟁은 종식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이제 쟁점은 종식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개 식용 산업으로 학대받은 개들에 대한 구조·돌봄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대한 논의와 활동이 필요한 단계다.

더불어 지난여름 시민 모금으로 구조한 6명의 소들의 보금자리를 강원도 인제군에 조성 중이다. 합법의 영역에서 식용으로 착취되는 동물을 해방하기 위해 축산업에 반대하는 캠페인 전개가 중요하다. 나아가, ‘해방돼 자유롭게 살아가는 축산동물도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종 차별 철폐

모든 동물의 억압‧착취 반대

축산동물의 고통 알리는 탈육식 캠페인

개 도살‧매매 실태 보고서 발간

비거니즘 운동 확산까지···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으킨 ‘해방’

Q. 지난 4월5일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떻게 보나

10년 만에 전부 개정을 이뤘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주나 오락, 교육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이나 문화의 축소를 불러올 정도의 효과를 발휘하는 규제는 거의 없어 실망스럽다.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동물의 도살 방법을 규정하는 제10조에 대한 처벌 규정이나 반려동물 식용 금지, 학대 행위자에 대한 동물 소유권 박탈 등 동물에 대한 윤리적 대우를 확장할 수 있는 개혁적인 내용이 추가됐어야 했다. 정부와 국회는 착취, 학대받는 동물을 실제로 구제, 보호하는 동물보호법 마련을 위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국민 의식에 비해 현실은 너무 뒤쳐지고 있다.

‘식용 어류 동물일 경우 동물보호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개정돼야 한다. 동물의 정의를 국제적인 추세인 두족류, 십각류까지 넓혀야 한다. 동물보호법 범주가 척추동물에 한정돼 있고, 지각 있는 모든 동물 종들을 동물보호법에 포함해야 한다.

Q. 동물당 창당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실행 계획이 궁금하다

동물당 창당 세미나를 이곳 서점 풀무질에서 연 적이 있다. 이때 논의 내용을 계간지 ‘물결 1호’에 담았다. 우리나라는 창당 요구 기준이 높다. 6개월 내에 5개 시·도당을 만들어야 하고, 각 시·도당은 1000명의 당원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인구와 비건 지향인을 위주로 당을 창당하려 했다. 비건 지향인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네이버 카페 ‘비건 클럽’을 만들었다. 활동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사람들은 부산, 충북 영동 등 다양한 지역에 거주한다. 우선 서울에서 기틀을 잡고, 5개의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비건 클럽은 동물해방물결의 하부조직이 아니다. 클럽 활성화는 동물해방물결 단체에서 중요하게 진행 중인 사업이다. 동물해방물결은 비건 클럽이 자생하도록 돕는다. 이 클럽이 잘 운영되면, 창당도 현실화할 수 있다.

Q. 동물학대 재발 방지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은

학대자의 소유권 박탈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인데, 이번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에서도 빠졌다. 동물 학대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제도가 도입됐을 뿐이다. 학대받는 동물에 대한 소유권 박탈이나, 긴급격리에 대한 사항도 들어가지 않았다. 동물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2항에는 ‘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 동물은 격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신체적 고통’에 대해 자의적 판단을 함으로서 명백한 학대임에도 긴급격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긴급격리도, 소유권 박탈 없이는 의미가 없다.

Q. 정치인 대다수는 동물이 고통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긍정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사회적 합의란, ‘언제 밥 한번 먹자’ 수준의 인사말이다. 정치인은 꼭 해야 할 일에는 ‘사회적 합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잘 모르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일에 쓰는 표현인 것이다. 사회적 합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모든 문제에 사회적 합의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옭음·그름의 영역은 합의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표현을 쓰는 사람과 관계를 끊는 등의 극단적인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 운동가들에게 합의는 뚫어야 할 벽과 같은 것이다.

2021년 8월 농장 철거 전 소 구조 활동을 진행 중인 이지연 대표 /사진제공=동물해방물결 
2021년 8월 농장 철거 전 소 구조 활동을 진행 중인 이지연 대표 /사진제공=동물해방물결 

함께, 오래, 행복하게 지속되는 운동

“왜 이토록 어려운 길을 선택하셨어요?” 이지연 대표가 동물해방물결을 설립 후 여러 번 들었던 말이다. 이 대표는 운동을 통해 열정과 노력에 비해 성과는 언제나 아쉽지만, 그럼에도 지속해야 하는 것이 운동임을 깨달았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활동이 운동”이라는 것. 이 대표는 “동물권운동도 결국은 인간을 포함해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것이니, 좀 더 행복한 운동 방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촬영을 위해, 그에게 동물해방물결 사무실 안내를 부탁했다. 사무실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이 대표의 말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가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지구를 살리는 비건이 미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탈육식, 탈축산이며, 비건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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