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대상은 공익 기능하는 30ha 이상 산림과 보호 구역까지 확대해야
경제림 가능 수종갱신 위해 ‘장벌기 임업’ 기반 필요, 산불예방엔 임도 필수

제21대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이 선대 때부터 가꿔온 100년 수령의 잣나무를 가리키며, 산림경영과 관리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투자로 ‘시간’을 꼽았다. /사진=김인성 기자
제21대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이 선대 때부터 가꿔온 100년 수령의 잣나무를 가리키며, 산림경영과 관리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투자로 ‘시간’을 꼽았다. /사진=김인성 기자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산림은 그 터를 닦는데 시간이 다른 분야보다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비교 못할 ‘커다란 자산’이 된다.”

농어업에 비해 정책적으로 뒷전이었던 임업 분야에 ‘임업직불제’라는 희망을 불어넣은 인물은 바로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이다. 그는 아트인아일랜드의 한 카페에서 산림경영의 중요한 메시지와 함께 취재진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박정희 회장은 4대째 내려오는 전통 임업인이자 경영인으로서, 많은 산주 및 임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0년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정부에 적극적으로 ‘임업직불제’의 필요성을 제기해 통과시키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현재 손꼽힐 정도로 잘 조성된 유명한 산림복합경영단지의 대표기도 하다.

산림복합경영단지란 산림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목재생산과 단기소득사업을 복합적으로 경영해, 산주의 소득 증대를 도모하는 것이 목적인 구역이다.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붓꽃섬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붓꽃섬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박 회장은 아트인아일랜드의 트리하우스에서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도록 자리임대를 하는 등 산림 관련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박 회장은 아트인아일랜드의 트리하우스에서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도록 자리임대를 하는 등 산림 관련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부모가 트리하우스에서 쉬는 동안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근처 텃밭에 물을 주고 있다. 그들은 “텃밭에 자라는 식물을 보는게 가끔 게임보다 재밌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부모가 트리하우스에서 쉬는 동안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근처 텃밭에 물을 주고 있다. 아이들은 “텃밭에 자라는 식물을 보는게 가끔 게임보다 재밌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박 회장은 평창 흥정계곡과 무이계곡에 위치하는 270ha(82만평)의 산림을 소유하고 있다. 해당 산림에는 목공체험시설인 재제기 목공소와 버섯재배 임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약 6000평에 달하는 붓꽃섬, 아트인아일랜드에는 100여 세대의 트리하우스를 마련해 심신이 지친 사람들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2000평의 체험텃밭을 통해 친환경으로서의 건강한 삶과 추억도 쌓을 수 있게 조성했다.

아울러 강원도 평창 출신인 박 회장은 환경 전문가이기도 하다. 1962년생으로 한양대 환경공학과에서 석사, 강원대 환경학과에서 이학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강원보건환경연구원 근무 이후 임업후계자를 거쳐 자영독림가 인증을 받고 한국산림경영인협회 이사, 부회장, 수석부회장직이라는 굵직한 자리를 여럿 거쳤다. 현재는 한국임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산림정책연구회 이사, 농어업정책포럼 산림분과위원회 산림정책 소위위원장, 남북산림협력포럼 자문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성공한 임업경영인이지만, 우리나라 임업경영인과 산림 관리를 위해 고민을 쉬지 않는다. 박 회장은 “현재 국내 산림에선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수입해오는 해외산 목재를 보면 우리나라 목재와는 크기와 질이 눈에 보일 만큼 차이가 있다. 이는 원시림과 이차림의 경제적 활용 차이이며, 생태와 산불 예방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 국내 산림이 얼마나 방치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벌채와 함께 임도가 조성된 박 회장 소유 산림 /사진=김인성 기자
벌채와 함께 임도가 조성된 박 회장 소유 산림 /사진=김인성 기자
박 회장의 산림은 사람들에게 버섯 재배를 임대하는 장소가 마련되는 등 다용도로 쓰이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박 회장의 산림은 사람들에게 버섯 재배를 임대하는 장소가 마련되는 등 다용도로 쓰이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목공체험시설인 재제기 목공소 /사진=김인성 기자
목공체험시설인 재제기 목공소 /사진=김인성 기자

이와 더불어 산림경영에 대해 여타의 산업과 동일시 하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임업은 최소 30년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업 승계가 되는데, 은퇴한 임업인에게 연금 등 최소 생계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또 박 회장은 실제 산림 경영인들을 위해 세 가지 분야에서 헌법소원과 공정경쟁기관 등에 제소 중이기도 하다. 그는 “사유림이 국립공원, 수자원 보호구역 등 보호림에 묶이면 개인의 이용이 금지되지만 재산세를 계속 내게 된다. 국가가 사용 시 사용료도 못 받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180개 정도의 자연휴양림 중 36개가 개인 소유다. 그러나 국가 세금 등으로 운영되는 휴양림에 가격을 대폭 감소해 운영하니 36개의 개인 휴양림 모두 망했다. 벌채의 경우 일본만 해도 신고제인데 우리나라는 허가제인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대담 중인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왼쪽)과 김익수 환경일보 대표이사 /사진=김인성 기자
대담 중인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왼쪽)과 김익수 환경일보 대표이사 /사진=김인성 기자

Q. 올해 3월 서울 면적의 41.2%, 2만4923ha의 산림이 소실된 대형산불이 일어났다.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산불의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면 당연히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나무가 소실되면 그 자리에 새로운 기회가 창출된다.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고, 완전히 예방할 수도 없다. 하지만 산불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임도’를 확충하는 것이다. 임도 개설을 통해 초기 진압에 필요한 장비들과 차량들이 손쉽게 진입할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방어선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임도는 일차림을 제거를 위한 벌채를 할 때 만들어지는데, 현재 주민들의 반대로 지자체 등의 벌채에 대한 허가가 매우 소극적이기에 벌채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림의 근본적인 가치, 부동산보단 작품으로 봐야
정부 탄소중립에 풍력, 태양력 등만‧‧‧ 흡수원인 목재는 포함 안 돼
생태계서비스지불제(PES)처럼 직불제 대상 확대 필요

 

Q. 임업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임업직불제’가 올해 10월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산림의 공익적 가치에 비해 혜택 및 보상 체계가 이제야 반영된 것 같다

이번 임업직불제의 가장 큰 의의는 산을 소유하고만 있던 산주들이 임업인으로 전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업직불제를 통해 그동안 방치해뒀던 산림에 관심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숲가꾸기와 육림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더 나아가 직불금의 대상을 30ha 이상의 산림과 산림보호구역까지 확대해야 한다. 현재 외국에서 시행 중인 산림 생태계서비스지불제(PES)와 마찬가지로, 임업직불제가 공익형 직불제인 이상 공익기능을 동일하게 수행하는 이들 산림도 직불금의 대상이 돼야 한다.

박 회장은 모든 산들이 탄소흡수원으로 공익적 역할을 하는 데도, 올해 시행되는 임업직불제에 범위적 한계가 있음을 안타까워 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박 회장은 모든 산들이 탄소흡수원으로 공익적 역할을 하는 데도, 올해 시행되는 임업직불제에 범위적 한계가 있음을 안타까워 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Q. 산림청에서는 작년부터 ‘분할지급형 사유림매수제도’를 도입하고, 금년에 4804ha의 사유림을 매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실상 국유림 확대는 해야 된다고 본다.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사유림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국가가 매수해 관리하는 건 옳다. 임업인의 소수만이 임업에 종사하고 있고 그 나머지는 산림경영보다 묘지이용이나 방치라고 보면 된다. ‘분할지급형 사유림매수제도’가 산림관리나 산주 소득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 회장 소유의 산림은 방치된 다른 산들에 비해 나무들이 곧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박 회장 소유의 산림은 방치된 다른 산들에 비해 나무들이 곧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Q. 협회에서는 ‘임산물 소비촉진 소셜(SNS)’ 등 교육에도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임업인들에게 있어 교육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도 교육을 꼭 받으라고 한다. 임업인의 80%가 단기임산물을 생산할뿐더러 전체 임업량의 80%가 임산물이다. 임업인 스스로가 자부심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생산하는 임산물에 대해 소비자에게 얘기할 수 있는 임업 교육이 필요하다. 작년 한국산림경영인협회에서는 ‘산림경영모델학교 교육’과 더불어 ‘임산물재배와 6차산업 현장교육’도 진행한 바 있다.

관리한 그의 산림은 토양질이 다른 곳보다 좋아 원래의 개두릅 나무(오른쪽)보다 훨씬 크게 자라있는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관리한 그의 산림은 토양질이 다른 곳보다 좋아 원래의 개두릅 나무(오른쪽)보다 훨씬 크게 자라있는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Q. 지난 5월 초 제15차 세계산림총회에서 숲가꾸기, 먹거리, 지속가능한 목재 등 논제가 공유됐다. 세계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임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나라가 ‘산림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임산물 먹거리, 임산물의 천연물질 소재, 힐링 의료산업, 목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산업이 연구 및 개발(R&D)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이를 지원해줄 정부의 제도‧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임산물 시스템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이는 외국 사례에서는 볼 수 없으며, 국내 인구밀도가 방글라데시 다음으로 2위이기 때문에 한정된 땅에서 나올 수 있는 임산물 형태가 발달했다. 이는 실제로 국제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먹거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산림 관련한 임산물도 마찬가지다. 미래로 갈수록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식량안보 위기가 발생하면서 자급률 또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세대에 있어 다른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일 수 있지만 먹거리만큼은 개발도상국에 속한다. 먹거리는 즉 국가복지다. 사는데 있어서 먹는 문제는 빼놓을 수 없다. 먹거리에 대해서 산림청의 정책이 더욱 보완돼야 국가의 복지도 좋아진다.

아트인아일랜드 안의 트리하우스 일부 /사진=김인성 기자
아트인아일랜드 안의 트리하우스 일부 /사진=김인성 기자

Q. 작년 산림청에선 매년 해오던 모두베기 벌채 면적 허용범위를 50ha→30ha로 축소하는 ‘벌채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임업인의 입장에서 어떠한가

벌채 제도 개선안이 30ha로 줄었어도, 실상 하는 벌채의 규모는 5ha 이하다. 벌채는 기후, 생태, 물, 경재림 생산 등에 대한 다각적이고 다양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산림은 척박한 땅에서 자라 경제성은 떨어지는 수종의 일차림이 주류다. 육림업과 숲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젠 우리나라 산림도 녹화에 성공해서 경제성 좋은 수종을 육림해야 한다. 충분히 이차림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만큼 수종갱신하는 동안 50년 이상 나무를 키우는 ‘장벌기 임업’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가 자라는 기간 동안 임업인들이 숲 공간을 활용해 단기임산물생산업과 산림휴양산업을 전개한다면, 지속가능한 임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협회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와 국내외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제·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곧 산림유지, 산림관리의 동력이 된다. 산림관리 등을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물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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