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이상기후 감시, 신뢰도 높은 기후예측 정보 생산
기후예측 선진 기술 도입, 아태지역 기후예측 서비스 경쟁력 제고

APEC기후센터 신도식 원장 /사진=권영길 기자
APEC기후센터 신도식 원장 /사진=권영길 기자

[부산=환경일보] 권영길 기자 = APEC기후센터(이하 APCC)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심각해지는 이상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이상기후를 감시·분석하고, 기후예측 정보를 생산해 APEC 회원국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신뢰성 있는 기후정보의 생산을 위해 기후예측에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으로, 본지는 지난 3월 제5대 APEC기후센터 원장으로 취임한 신도식 원장을 만나 아태 지역 기후예측 정보 및 APEC기후센터에서 하는 전반적인 업무를 살펴봤다.

Q. APCC 원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1988년 기상청 기상연구소에 입사해 연구개발에 전념해 오다 2007년 태풍예보를 전담하는 기관인 국가태풍센터를 설립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기상청의 정책부서장을 거쳐 예보·기후 등 업무를 총괄하는 예보국장, 기후과학국장, 기상청의 기획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관을 거쳐 지방의 예보와 기후업무를 총괄하는 부산지방기상청장과 수도권기상청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위험에 대응하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을 목표로 이상기후를 감시하고 신뢰도 높은 기후예측 정보를 생산하는 APEC기후센터(이하 APCC)의 대표를 맡고 있다.

APCC에서 그동안의 기상·기후 분야의 정책기획 역량과 현장 경험 및 리더십을 바탕으로 APCC가 국내 유일의 기후예측 전문기관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후예측 전문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APCC 현안 해결 최종보고회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APCC 현안 해결 최종보고회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Q. APCC가 현재 제공하는 기후정보는 무엇인가

APCC는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2013년 하반기부터 3~6개월 기간으로 확대해 ‘전 지구 장기기후 예측정보’를 제공해 오고 있다. 향후 6개월 동안의 장기기후 예측정보는 자연재해 저감 대책 수립을 위한 정책 의사결정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지역별 농산물 생산량 조절과 수자원 확보 관리 등 각 분야의 중장기 계획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APCC에서 생산하는 6개월 장기기후 예측정보(기후 전망)에 대한 국내 기후정보 사용자의 활용을 높이고 국내 센터의 기여도를 강화하기 위해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장기기후 예측정보 서비스’를 지난 2019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이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동남아지역도 인도네시아 지역의 산불 및 연무 발생 등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APCC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지역의 화재·연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단계별 산불 발생 위험도 정보인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산불 조기경보 예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APEC기후센터 누리집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현상과 관련된 주요 기후변수 및 기후지수 등의 감시(Monitoring) 정보를 주간·월간·계절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APCC 전 지구 가뭄 감시시스템’은 지난 1·3·6·12개월 기간에 대해 시간 단위별로 강수 부족량을 계산해 개개의 용수공급원이 가뭄에 미치는 영향을 산정하는 표준강수지수(Standardized Precipitation Index, SPI) 기반의 가뭄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APCC Training Program 참여한 연구진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APCC Training Program 참여한 연구진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Q. 각종 기후정보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APCC에서는 국내와 아태지역 등으로 제공하는 신뢰성 있는 기후예측 정보 기반으로 농업·수자원·보건·재난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신뢰성 있고 지역적으로 상세화된 기후예측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후변화 아래에서 작물의 생산량 증대와 안정적 식량 공급을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예측 정보를 활용한 병해충 관련 중장기적 전망을 통해서 효과적인 병해충 방제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병해충 발생 전 모든 병해충을 대상으로 하는 고비용의 기존 예방방제 대신 중장기 기후정보를 활용해 발생 가능성이 큰 병해충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이고 효과적인 예방방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중장기 기후정보를 통해 기후변화 및 이로 인한 이상기후의 발생 양상을 파악해서 지역의 변화된 기후와 풍토에 특화된 작물 품종의 도입·확보가 가능하며, 이러한 정보의 활용으로 국내 특정지역의 변화된 기후와 풍토에 적합하도록 기존 작물의 품종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품종을 발굴할 수 있다.

‘수자원분야’에서는 하천의 다목적 댐 운영과 관련 장기기후 예측정보를 활용해 댐 용수량(일정한 용도로 쓰는 물의 양)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 예로 지난 2008년 가을과 2009년 봄 사이에 강원도 태백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는데, 이때 댐 운영자들이 장기기후 예측정보를 활용해 갈수기에 대비, 유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이 지역에서 50%의 제한급수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는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발생 및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생산으로 기후요소가 전력의 수요·공급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력의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춰야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며, 이미 반영되던 사회·경제적 요인과 함께 신뢰성 높은 기후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 전력에 대한 수급관리와 적정한 예비전력량의 산정이 가능하다.

‘보건분야’에서는 체감도 높고 상세화된 기후예측 정보로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건강피해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만을 반영하는 폭염특보 기준을 운영해 왔는데, 이 폭염특보 기준은 사람의 열적 체감도 반영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기상청은 기온·습도를 고려해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일 최고체감온도’를 반영해 신규 기준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준의 도입으로 온열질환 사망자에 대한 감지율도 이전 기준 대비 약 17%가 높아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후예측 정보는 폭염·한파·가뭄 등 이상기후 발생을 예상해 정부와 사회가 이상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꼭 필요한 정보이다.

2022 부산기후변화협의체 세미나에서 개회사하는 신도식 APEC기후센터 원장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2022 부산기후변화협의체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는 신도식 APCC 원장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Q. APCC가 참여한 부산기후변화협의체의 발전 방향은

2012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부문별 취약성 지도’에서는 제주를 제외하고 부산은 해수면 상승 및 침수 피해 등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도시로 나타났다. 또 부산연구원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부산신항·다대항·남항과 신평장림공단·녹산산단 등 주요 항만이나 산업공단이 침수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최근 부울경 지역에서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해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상황이 커지고 있는데, 부산의 각 기관들이 협력해 철저한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에 2021년 3월 결성된 부산기후변화협의체는 부산지역 내 기후변화 관련 과학·정책 등을 공유하고, 부산의 2050 탄소중립 이행 및 기후변화 문제를 공동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부산시와 부산지방기상청, 부산연구원, APEC기후센터 등 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부산기후변화협의체는 부산 지역 내 기후예측·기후변화 관련 관계기관들이 이상기후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피해 저감을 위해 기후예측 정보의 활용 역량을 향상하고, 부산지역 탄소중립 실현의 구체적 방안·정책을 공유하기 위해 2021년부터 매년 부산기후변화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APEC기후센터 외부 전경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APEC기후센터 외부 전경 /사진제공=APEC기후센터

Q. 2022년 APCC 활동과 미래 비전이 궁금하다

APCC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후예측전문 연구기관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원장을 비롯한 센터 직원의 모든 역량을 접목해 새로운 비전을 달성할 예정이다.

APCC의 새로운 비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센터 직원과 충분히 소통하고 미래의 발전 전략을 수립해 계획을 추진해 가며, 더불어 연구성과 중심의 건강한 조직문화를 정착하고 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센터의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확립해 나갈 것이다. 또한 아태지역 기후예측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후예측 관련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APEC 회원국 간의 기후 협력과 교류 확대 등을 통한 국제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APEC기후센터 신도식 원장 /사진=권영길 기자
APEC기후센터 신도식 원장 /사진=권영길 기자

APEC 회원국 간 기후 협력‧교류 확대

젊은 과학자 국제기구 참여 지원, 국제협력 강화

미래지향적 지구 기후시스템 연구·기술 개발

Q. APCC 원장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서 밝힌 APCC 미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 목표 3개를 설정하고,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첫 번째 목표는 APCC 기후예측연구와 서비스사업의 역량을 고도화해 연구성과 중심의 건강한 조직 문화를 정착하며, 다학제적 융합연구와 기상청 현업에 적용 가능한 실용화 연구를 강화할 것이다. 또 APCC 연구원의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성과 중심의 연구조직으로 연구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두 번째 APCC가 추구하는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센터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며, 기후예측 핵심기술 개발과 장기예보 정확도 향상 등 긴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다.

아울러 세계기상기구(WMO)의 연구정책과 연계한 미래지향적 지구 기후시스템 연구 및 차세대 기후예측기술 등에 관한 기관의 고유 업무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센터의 기후예측 연구성과나 연구정책 방향이 기상청의 미래 기후정책에 최우선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센터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상청과의 업무협력과 지원체계를 지금보다 더 발전시켜 나아갈 예정이다.

세 번째 목표는 아태지역 기후예측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후예측 선진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회원국 간 교류확대를 위한 국제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실천 방안으로 APCC에서 실행하고 있는 기후예측워크숍과 APEC 기후심포지엄 이외에 국제학술대회 개최, 기후예측기술 교육훈련 프로그램 확대, 젊은 과학자 지원프로그램 재개 등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센터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APCC 연구원들이 WMO 등 기상·기후 관련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Q. 신도식 APEC기후센터 원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탄소중립을 위한 개인의 쓰레기 줄이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활동을 생활화해 실천하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1회용품과 플라스틱 등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SNS 캠페인 제로 웨이스트 ‘고고챌린지’에도 참여하기도 했으며, 개인적으로 매일 ‘Net Zero, Zero Waste’ 실천운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실천과제는 종이컵 사용 금지 및 개인컵·텀플러 사용, 장바구니 사용 등 다회용품 사용 생활화, 공용 쓰레기통 사용, 배달음식 자제, 쓰레기 분리수거 철저 등 쓰레기 감축 상시화, 전자보고, 이면지 활용 등 종이절약 일상화, 점심시간 냉난방기 및 전등 끄기 등 에너지 절약 습관화, 대중교통 이용, 친환경 운전하기 등 배기가스 저감 생활화, 과대포장 거절, 장바구니 사용 등이 있다.

친환경 중심의 저탄소 소비생활로 기후변화를 막는 기후행동에 모두 동참하길 바란다. 매일 실천 과제들을 점검하며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도 적극 앞장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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