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와 인구수 감소, 경작지도 줄어드는데 용수사용은 여전히 높아
농업용수 물값 면제, 관행과 경험 위주 관리가 물 사용량 증가시켜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농업은 식량안보나 국토의 지속가능성에서 주요한 국가전략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은 용수 등 수많은 문제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쌀 소비와 인구 감소로 경지면적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농업용수는 여전히 국가 물 사용량 중 최다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쌀 소비와 인구 감소로 경지면적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농업용수는 여전히 국가 물 사용량 중 최다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의 식생활 변화로 밀 등의 소비량이 늘면서 국내 주요 농사 곡물인 쌀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 2021년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57kg/년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경지면적 전망 결과에 따르면, 농민 고령화와 쌀 재배 농가 감소 등으로 2030년 경지면적은 지금보다 8.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21년 발표된 국가물관리위원회 보고서는 우리나라 총 수자원 이용량 중에서 농업용수는 154억톤으로 전체 이용량 중 42%, 용도별 이용량에서는 63%라는 여전히 높은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국가 물 사용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농업용수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농업용수의 타 용도로 사용전환 등 국내 농정 및 국제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물관리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물값 면제‧‧‧ 결국 ‘농업용수 사용량’ 증가 초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수익자(농업인)의 부과금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한국의 농업용수 관리 체제는 2000년 이후 민간관리(조합관리)에서 공적관리(농어촌공사관리)로 전환됐다. 그 이유는 쌀값의 정체 및 하락에 따른 수익 악화로, 조합비(물값)가 면제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농어촌공사는 연 2000억의 경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전 조합의 경영 악화가 공사의 경영 악화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다른 국가에서는 농업용수에 가격을 매기고 있다. 자본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을 포함한 총비용 회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 전 비용은 아니더라도 일부만이라도 회수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가뭄‧홍수 대비 지속가능한 농업용수 관리 방안’ 토론회가 22일 국회에서 개최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가뭄‧홍수 대비 지속가능한 농업용수 관리 방안’ 토론회가 22일 국회에서 개최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김진수 충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가뭄‧홍수 대비 지속가능한 농업용수 관리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농업용수 물값 면제에 대해 “이는 곧 물 절약의 인센티브가 사라져 물 사용량의 증가를 야기한다”며 “또 수리 시설의 용량 증가로 비용이 증가하고, 타 용수와의 수리권 거래의 어려움을 일으킨다”고 여러 문제점을 나열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재천 농업기반과장은 또 다른 물 과다 사용 요인으로 시설관리자가 영농철 농업인 요구, 경험과 개수에 따라 용수를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과장은 “관행과 경험 위주의 물관리를 데이터 기반 중심 물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며 물관리에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접목해, 물 흐름을 반영한 ‘용수 제어 고도화’를 통해 물 사용 및 노동력을 절감시킬 수 있다“고 건의했다.

여유 수량 다기능 및 다목적 활용 방안 수립 필요

쌀 소비와 논 면적 감소에 따라 기존의 농업용수에서 여유 수량이 발생한다. 이를 낭비하지 않고 쌀 농사를 하던 농업인들의 ‘수익 증가’와 ‘물순환’을 위해서는 ‘다목적 물 활용 방안’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이 나왔다.

이광야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고문은 “지금까지 농업용수가 농업 생산만을 지원하는 기반이었다면, 앞으로는 생산을 기본으로 하면서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스마트한 수단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 역시 “기존의 농업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용수의 개념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생산 및 홍수 조절에서 생태, 환경, 관광, 농촌 정주의 목적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 달성군의 옥연지는 매년 80만명에서 100만명의 방문객이 올 정도로 인기 명소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대구 달성군의 옥연지는 매년 80만명에서 100만명의 방문객이 올 정도로 인기 명소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해당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대구 달성군에 소재한 옥연지다. 옥연지는 2016년 둘레길, 백세정, 백세교를 조성해 연간 100만명의 관람객을 방문케 했다. 지역용수를 활용해 농업용수의 다원적 기능을 이끌어 낸 성공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안건에 대해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한 김고응 환경부 물정책총괄과장은 향후 정책 방향에 ‘2023년부터 하천유역 통합형 패키지 예산 사업 추진 계획’을 소개했다.

김 과장은 안전‧생태‧문화관광이 어우러지는 도심 명품하천 조성을 위해 “도심 하천 중심의 새로운 물 문화‧생태관광을 구축해 가치를 상승시킬 예정”이며 “수량‧수질‧수생태 통합형 하천 관리 기반 마련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비 안정적 용수공급 시스템 구축해야

최근 농업인들 사이에서 예사로 나오는 말이 있다. “농사를 업으로 삼은 이후,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는 내용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상이변은 홍수와 가뭄, 폭설 등 자연재해로 이어지고 있어, 용수 관리‧활용을 비롯해 농사 자체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2022년 장마는 한 달 넘게 이어졌지만, 강수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한 상황이다. 물에 잠겨있던 안동댐 상류 잠수교가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인근 물에 잠겨있던 농경지 20만평은 가뭄으로 바닥을 보였다.

근 10년간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5배 이상 증가(1만명→5만7000명)한 만큼, 농업용수의 합리적이고 기후위기에 대비한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가뭄‧홍수 대비 지속가능한 농업용수 관리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김인성 기자
‘가뭄‧홍수 대비 지속가능한 농업용수 관리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김인성 기자

물 공급체계의 안정화 대책에 김고응 환경부 과장은 “노후시설의 현대화 및 AI, IoT, 디지털 트윈 활용, 사전예측‧실시간 스마트 기술 물관리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더 나아가 “댐용수‧농업용수‧지하수 등을 연계하고 광역‧지방상수도 등을 연결해 비상공급체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아울러 기후위기에 대비한 탄소중립형 물관리로 2026년까지 댐 내 수상태양광 설치, 수열에너지 공급 확대,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화를 추진하고 하천주변 습지‧탄소숲 등을 조성해 국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부원장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치수능력 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물관리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에 대한 전략으로 ▷농어촌용수 관리단위에서 유역중심으로의 전환 ▷지표수-지하수 동시 활용 ▷비점오염원 관리 ▷용수공급부터 배출구까지의 수질관리 등을 제시했다.

논 중심의 용수공급 벗어나 밭작물 등 ‘식량주권’ 강화로

농업은 국민 먹거리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자급 쌀 수요가 줄고 수입 곡물의 소비가 증가하는 마당에,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미래 성장산업과 식량안보를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광야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고문은 “앞으로 농경지와 예산이 줄고 소득도 감소할 것”은 현실이라고 전하며, 그렇다고 국내 논 농업의 축소와 식량 수입 확대를 통한 대한민국 식량의 안정적 보급책 마련은 명백히 ‘오답’이라고 전했다.

이 고문은 “이제 새로운 논 농업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혁신적이고 스마트한 구조재선 방안을 마련해 농업인의 소득 향상과 식량자급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며 “건전한 농업용수 이용은 농업생산과 친환경, 지속가능한 농촌을 지탱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수 한국농어촌공사 부원장은 현재 농업분야의 화두로 “기존 벼농사 위주에서 밀, 콩 등 밭 농업 중심의 식량주권 강화”라고 언급하며 “논 중심의 용수공급에서 벗어나 밭작물 재배에 적합한 용수공급 관리 시스템 구축은 필수”라고 피력했다.

국내 식량주권 강화와 다각적인 물순환 및 활용을 위해 밭작물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식량주권 강화와 다각적인 물순환 및 활용을 위해 밭작물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 부원장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기준은 디지털‧스마트로 전환되는 농업용수 관리와 다양한 이해관계와의 거버넌스 활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환경, 경관, 에너지, 탄소중립 등과 밀접한 수자원을 잘 관리하면, 경제적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전망은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이외 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기됐다. 김진수 교수는 “조합은 농업용수 거버넌스 조직”이라고 정의하며 조합의 부재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러한 구역별 조직은 ▷상호감시에 의한 용수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상류지역은 용수가 충분하나 하류지역은 부족한 용수 배분의 불평등을 제어한다는 것이다.

한편, 농업계 측은 한목소리로 올해 제1기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 임기가 7월 말 완료됨에 따라, 곧 구성될 제2기 위원회에서는 과거와 달리 농업용수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장 농업인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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