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조혼·학대·방임 등 내몰린 현지 생활상 고발

난민 캠프의 교육 센터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로힝야 난민 아동의 모습 /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난민 캠프의 교육 센터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로힝야 난민 아동의 모습 /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24일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난민 캠프 상황을 전하며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들이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로힝야 난민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지난 2017년 전체 75만명 이상의 로힝야족은 대규모 폭력 사태와 조직적인 인권 유린을 피해 미얀마의 라카인 주를 집단 탈출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탄압을 받았다. 오는 25일이면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 학살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된다.

세이브칠드런이 최근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아동 66%와 부모 및 보호자의 87%는 “도착했을 때보다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사에는 현지 난민 캠프 9곳의 ▷12세~18세 아동 94명 ▷19세~25세 85명 ▷부모와 보호자 114명 등 총 293명의 로힝야 난민이 참여했다. 

아동의 절반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답했으며 4분의 1이 “고통스럽다”고 표현했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이들은 80%에 가까웠다. 부모와 보호자들의 10명 중 9명은 우울감(92%), 불안감(90%), 스트레스(96%)를 지니고 있었다.

‘아동 결혼(조혼)’ 또한 로힝야족 난민들의 걱정거리였다. 소득의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아동 결혼을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방법으로 여겨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조사 대상 중 약 60%가 3대 관심사 중 하나로 조혼을 꼽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진은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은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필요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들의 절망감이 증가할수록 아동 결혼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노 반 마넨 (Onno van Manen)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은 “로힝야족 대부분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미얀마에서 계속되는 폭력사태 때문에 현재로선 무리”라고 했다. 

그는 “근본 원인이 해결돼 로힝야족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국제사회와 지방정부, 방글라데시 정부가 로힝야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그들에게 법적 지위, 교육, 취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힝야족 난민캠프의 한 청년은 조사에서 “몇 년 전만 해도 갱단이 지금처럼 극도로 활동하지 않았고 보안 당국이 더 책임감 있게 행동했기 때문에 더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난민캠프 내 12살 아이는 "우리는 이곳에서 버마어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지금 영어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를 잊어 버린다.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놀 수 없다. 미얀마의 넓은 운동장과 열린 공간이 그립다"고 답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기후위기대응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조혼, 학대, 방임, 보호자 부재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한 아동 250명의 사례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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