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도 주몬트리올총영사 겸 주국제민간항공기구대표부대사

김상도 주몬트리올총영사
김상도 주몬트리올총영사

[환경일보]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은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명확한데, 최근 일련의 환경 및 보건 관련 현상들은 생물다양성보호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일깨워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산림, 플랑크톤, 산호, 고래와 같은 탄소흡수 생물의 감소는 기후변화 대응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생물종 감소로 인한 서식처와 먹이 부족으로 동물들이 인간의 거주지에 접근하는 현상이 빈번해지는데 이는 코로나19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창궐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열대지역 지진해일의 피해 급증은 해안가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는 맹그로브숲의 파괴에서 야기되는 측면이 크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서명된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인류 노력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CBD 이전에도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람사르협약), 세계유산협약,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철새보호협약과 같이 생물종과 그 서식처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생태계의 특정 부분을 규율하는 협약으로서 제1세대 환경협약이라고 한다.

CBD는 이러한 부문별 협약체제의 분절화를 극복하고 생물다양성의 보호를 넘어 생물유전자원의 지속가능개발과 공평한 이용까지 규정한 포괄적인 협약이라는 점에서 제2세대 환경협약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2세대 환경협약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로는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돼 현재까지 세계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과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이 있는데, CBD와 함께 리우 3대 협약이라고 한다.

CBD는 생물다양성의 보존,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이용,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의 공평한 공유라는 3대 원칙(목표)과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인센티브 조치, 유전자원 접근, 기술이전, 정보교류 등을 규정하고 있다. CBD 체제는 CBD 본협약, 생물안정성에 관한 카르타헤나의정서,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로 구성돼 있는데, CBD 본협약은 이미 196개국이 당사국이므로 수적인 면에서 유엔 회원국보다 많아 거의 전 세계적 보편성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김상도 주몬트리올총영사와 베느와 샤헤 퀘벡주 환경부 장관 겸 인종차별대응장관 /사진제공=캐나다몬트리올영사관
김상도 주몬트리올총영사와 베느와 샤헤 퀘벡주 환경부 장관 겸 인종차별대응장관 

생물다앙성에 관한 우리의 경험·자산···
글로벌 환경국가로서 위상 제고

CBD 당사국들은 2년마다 당사국총회를 개최해 CBD와 관련되는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CBD 사무국 예산을 포함한 운영계획을 확정한다. 특히, 새로운 10년이 시작될 때에는 10년 단위의 전략계획을 수립하는데, 2010년 일본 나고야 CBD 총회에서 2011~2020 전략계획이 채택됐고 그 구체적인 이행 방안으로 20개의 구체목표로 구성된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가 정해졌다.

2021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전략계획은 Post-2020 GBF(Post-2020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라고 하는 2020년 이후의 세계생물다양성체제라고 하며 2020년 10월 중국 쿤밍에서 개최된 제15차 CBD총회(COP15)에서 수립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COP15가 약 1년 연기되면서 Post-2020 GBF 수립도 연기됐다. 2021년 10월에는 Post-2020 GBF 등 CBD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정치적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이 재조정된 COP15의 고위급회의(전반부 회의)가 중국 쿤밍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됐고 2022년 12월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Post-2020 GBF를 실질적으로 논의할 후반부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CBD 당사국 총회 결정사항들을 이행하고 CBD 관련 일상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CBD 사무국은 몬트리올에 소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CBD에서도 높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우선 2014년 평창에서 제12차 CBD 당사국 총회를 개최했다. 또한, CBD 사무국이 운영하고 있는 5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2016~2020년 중 약 700만불을 공여했는데, 이는 2016~2020년 CBD 전체 사업예산의 약 19%를 차지한다.

CBD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생물다양성에 관한 우리나라의 경험과 자산은 세계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산림녹화를 동시에 달성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우며 우리 선조들이 발전시켜 온 논농사 기술은 생태계에 친화적인 농법으로 알려져 있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아픔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약 70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보존된 세계적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러한 기반 위에 우리나라는 2021년 서울 P4G 정상회의를 계기로 생물다양성 관련 3대 이니셔티브(자연을 위한 정상들의 서약, 생물다양성보호지역 확대 연합, 세계 해양 연합)에 가입해 생물다양성 보호에 앞장서는 글로벌 환경 국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생물다양성협약 채택 30주년 기념 전시 /사진제공=주몬트리올총영사관
생물다양성협약 채택 30주년 기념 전시 /사진제공=주몬트리올총영사관

생물다양성 문제가 더욱 중요시되는 몬트리올에서는 생물다양성 문제가 훌륭한 외교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 총영사관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올해 6월 15일과 16일, CBD 채택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는데, 이 행사는 캐나다 연방 환경부 장관, 퀘벡주 대외관계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CBD 사무총장, 그 밖에 환경, 과학연구 분야의 퀘벡 주요 인사들과 몬트리올 주재 외교단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총영사로서 이번 행사에 대해 특히 더 보람있게 느꼈던 이유는 지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안을 주제로 해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우리 동포사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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