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투명, 기능중심 경쟁력 갖추고 거듭나야

대학은 각종 학문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개인의 지적·인격적 수양과 함께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 연구, 봉사는 대학의 3대 기능으로 천 년여 넘는 긴 시간 동안 진화하면서 형성됐다.

미국에서는 사립 명문대학과 주립대학이 연구를 통한 국가사회발전을 강조하면서 연구중심대학이란 형태로 진화했다.

독일의 대학은 최고 수준의 교육을 위해 교육과 연구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형태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대학들은 개별 국가를 넘어 세계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이후 경성제국대학과 관립전문학교를 통합한 국립서울대학교가 탄생했고, 전문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던 사립학교들은 대학으로 인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1965년 국공립대학 14개교, 사립대학 56개교였던 것이 2009년 국공립 26개교, 사립 151개 교 등 177개교로 증가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대학은 매우 짧은 시간에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고등교육 기관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81%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은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한류의 열풍을 만들어내고 세계 속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근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자랑스럽고 큰 역할을 해온 대학에서 도덕적 해이를 자행한 각종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우리나라 굴지의 한 대학에서 적발된 내용을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는 수준이다.

수 년동안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조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 수억원을 본인이 관리하면서 이 중 일부를 임의 사용했다. 연구계획서 상에 없는 1000여만원 짜리 노트북을 구입하고는 소모품을 산 것처럼 거래내역서를 허위 발급한 경우도 있다.

연구와 상관없는 배우자를 연구 과제에 참여한 것처럼 조작해 수억원의 인건비를 지불하기도 했다. 회의를 한 것처럼 조작해 수백만 원을 돌려쓴 사실도 드러났다.

해외 파견 후 활동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적발된 사실만 이렇다. 대학에서의 비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과정이야 어떻든 그저 성과만 내면 되고, 내 것만 챙기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일반화될까 걱정스럽다.

대학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최고의 지성,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교육과 연구에만 매진하며, 언제라도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다.

이번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자. 연구중심, 교육중심, 직업훈련중심 대학 등 철저하게 기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의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화학물질, 실험폐수 및 폐기물 등이 법과 규정에 따라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발표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자율과 투명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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