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십과 첨단 기술로 ‘선한 영향력’ 전파 기대

서울시에서 하루 처리되는 분뇨의 양은 1만2000㎥ 정도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과거에는 수작업 등으로 많은 불편을 초래했지만, 요즘은 분뇨수거용 특수차량을 이용해 예전과 같은 악취는 발생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약 35억명의 인구가 여전히 비위생적 화장실을 쓰거나 야외에서 일을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수질오염이 발생하고 매년 40여만 명의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이 장티푸스, 설사, 콜레라 등의 질병으로 사망한다.

수세식 화장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물과 전기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공동 진행한 ‘화장실 재창조’ 프로젝트를 완성하며 종료식을 가졌다. 물과 하수처리시설이 부족한 빈곤 국가에서 아이들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업이었다.

게이츠 재단은 2011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천문학적 자금을 대고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이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술적 난제와 대량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원가 저감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결국 게이츠 재단은 2018년 삼성에 도움을 요청했고, 삼성종합기술원이 참여해 3년 만에 쾌거를 이뤄냈다.

이 기술은 고체와 액체를 분리한 후 고체는 탈수·건조·연소 과정을 통해 재로 만들어 처리하고, 액체는 바이오 정화방식으로 무해한 물로 바꾸는 원리다.

저개발국이 삼성의 화장실 기술을 상용화할 때 특허를 무상 제공하고 게이츠 재단에도 계속 컨설팅 지원을 한다고 삼성 측은 공표했다. 글로벌 사회공헌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친환경 분야에 7조원 규모의 투자계획도 추진한다. 1992년 ‘삼성 환경선언’ 이후 30년 만이다.

주요 내용은 혁신기술을 통해 초저전력 반도체 및 제품을 개발하면서 기후위기를 돌파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이를 흡수할 대책을 마련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는 ‘RE100’에도 가입했다. 저전력, 자원순환체제, 용수재활용 등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가속화한다.

삼성전자는 주력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TV와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제품 약 5억대를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곧 ICT 제조 기업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이번 전략은 친환경과 지속가능경영을 우선으로 하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30년 전 환경선언과 다른 것은 환경경영시스템 전체를 다루기 보다는 타겟 중심의 ‘저탄소·저전력·친환경’ 기술 개발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혁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하면서 인류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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