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완화·지속가능발전 위한 ‘기후탄력적 개발’ 주목
“정부·지자체·민간 협치 기반, 참여‧실천 확대해 나아가야”

신지영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 /사진=박선영 기자
신지영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 /사진=박선영 기자

 

기후변화 국민체감도 높이는 국민평가단 운영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 컨설팅 시행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탄소중립법에 명시된 ‘기후위기 적응’ 개념은 기후위기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피해와 자연재해에 대한 적응역량과 회복력을 높이는 등 현재 나타나고 있거나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위기 파급효과와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유익한 기회로 촉진하는 모든 활동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올해 2월 발표한 제6차 평가주기(AR6) 제2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최소 170개국에서 기후변화 정책에 적응을 포함하고 있지만, 충분한 적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 오적응의 증거가 늘어나고 있어 유연한 적응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기후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이다.

신지영 한국환경연구원(KEI)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은 9월22일 열린 ‘울진 산불피해 지역 복원방향 및 산림일자리 창출’ 세미나에서 IPCC에서 제언한 ‘기후탄력적 개발’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현재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다음 단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적응에 관련된 각 주체가 기후변화 영향이나 취약성, 리스크, 기회를 고려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신지영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을 만나 기후탄력적 개발의 개념과 기후위기적응센터 역할과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9월22일 열린 ‘울진 산불피해 지역 복원방향 및 산림일자리 창출’ 세미나에서 토론 패널로 참석한 신지영 구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 /사진=박선영 기자
9월22일 열린 ‘울진 산불피해 지역 복원방향 및 산림일자리 창출’ 세미나에서 토론 패널로 참석한 신지영 구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 /사진=박선영 기자

“기후적응 각 주체, 취약성·리스크·기회 고려한 논의 이어가야”

신지영 센터장이 세미나에서 언급한 ‘기후탄력적 개발’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기후, 생태계, 인간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긍정의 시너지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제는 기후 적응과 감축 두 가지가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후탄력적 개발은 2월28일 발표된 IPCC 제6차 평가 보고서 중 제2 실무그룹 보고서 핵심 개념이다. 보고서는 각국의 기후변화 적응 노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지속가능 발전을 공통 목표로 하는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를 제시했다. 정부, 지자체, 민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협치) 형성을 전제하며, 향후 10년간의 사회적 선택이 미래의 기후탄력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4조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명시돼 있다. 동법 제19조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은 국가환경종합계획 및 시도 환경계획에 따라 관할 구역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해당 시·군·구의 환경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한, 올해 3월25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10조와 11조, 12조에 따라 국가와 시·도, 시·군·구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시·도 및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같은 법 제38조 및 제40조에 따라 국가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기후위기적응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보고서는 또한,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를 위한 자연기반해법(nbs) 등 기후위기 미래 적응 수단에 대한 설명과 그 실현 가능성, 적응 활성화 방안에 대한 평가도 제시했다.

신 센터장 설명에 따르면 자연기반해법은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고 복원해 기후변화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즉, 그동안 간과된 자연의 여러 기능을 기후위기 적응에 활용해 보자는 의미다. 신 센터장은 이 같은 개념을 활용해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극복할 것을 제안했다.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공개된 2020년(a), 2050년(b), 2100년(c) 폭염으로 인한 고열 환경에 노출될 인구 예측 분석 /자료=IPCC 제6차 보고서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공개된 2020년(a), 2050년(b), 2100년(c) 폭염으로 인한 고열 환경에 노출될 인구 예측 분석 /자료=IPCC 제6차 보고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보다 기후가 더 빠르게 변하고 있어 그로 인한 리스크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간과 자연에 미친 영향 및 취약성의 수준, 미래에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지역별·부문별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확장된 리스크 개념에 대해 신 센터장은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사전적인 의미의 리스크가 ‘사건이 발생할 확률·가능성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느냐’를 더한 개념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6차 보고서는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리스크의 구성요소인 취약성, 위해성, 노출성을 바탕으로 기후와 인간 시스템, 생태계(종 다양성)간 상호작용의 고려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신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취약성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을, 노출성은 시스템에 노출돼 있는 상태, 위해성은 기후가 가지고 오는 위해성을 의미한다.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적응 정책 전문기관인 KEI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는 다양한 적응정책 추진을 위한 정책 기반연구와 적응의 주요 주체인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의 적응정책 수립 및 이행을 지원한다.

‘기후탄력적 개발’처럼 기후적응과 연계된 개념을 정립하고 건강, 국토, 연안 등 적응과 관련된 여러 부문에 이를 어떻게 포함시킬지 가이드를 마련하는 업무를 시행하는 기후위기적응센터는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에 개념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를 국가대책에 포함시키고, 지자체적응계획 수립과 산업계, 공공기관에도 개념을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제2기 국민평가단 발족식  /사진제공=신지영 센터장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제2기 국민평가단 발족식  /사진제공=신지영 센터장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국민 참여 유도

더불어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는 과학적 평가도구 개발과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국민이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탄소중립법은 정부는 기후변화 현상 연구에 국민과 사업자에 정보를 공개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신 센터장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언론 등을 통해 알고는 있지만 다음 단계인 대응 행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신 센터장은 7월21일 열린 한국환경연구원 ‘기후위기 적응 포럼’에서 “지금까지 적응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적응 1.0 시대였다면, 이제는 적응 2.0 시대로,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참여해 실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때”라고 전했다.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업무 중 대표적인 것이 기후적응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이다. 센터는 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이행점검 시 국민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평가단을 모집·운영한다. 평가단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 대한 의견제시 및 홍수·가뭄 대응, 이상고온에 따른 생물대발생 대응력 제고를 대표로 하는 8대 국민체감형 과제에 대한 이행점검의 활동을 펼친다.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활동 예정인 제2기 국민평가단은 기후적응 개념, 기후변화, 기후위기 영향 등의 교육을 약 6개월간 거친다. 이후 3차 대책에 포함된 41개 국민체감형 과제를 점검하고 평가하게 된다. 평가는 전문가와 국민평가단이 함께하며, 41개 과제 중 우수과제를 뽑게 된다.

신 센터장은 “2기 평가단에서는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에 방문하거나, 농부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등 현장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철강산업 적응협의체 분과 세션  /사진제공=신지영 센터장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철강산업 적응협의체 분과 세션  /사진제공=신지영 센터장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 컨설팅 시행

센터는 또한, 산업계 적응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체감하지 못한 기후재난에는 예방 투자를 않는다.” 신 센터장이 기후위기 적응역량 강화를 위해 기업인을 만났을 때 주로 받은 인상이다.

또한 “기업인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에 대응하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분위기가 기후변화가 몰고 올 다양한 재난을 인정하고 이를 외면하는 기업에 대한 여러 형태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신 센터장은 강조했다.

센터는 2015년 이후 산업계와 접촉하며 기업들이 기후위기 적응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해까지 100개 기업이 컨설팅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산업계와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후변화취약 10개 업종에 매뉴얼도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금년에는 철강·운송 업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와 대책, 사례들에 대해 매뉴얼이 우선 제작된다. 산업체와 협의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자료가 매뉴얼에 포함된다. 대상기업은 철강협회와 물류협회를 통해 기후변화 적응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선발과정을 거쳐 모집했다.

신지영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대응책으로 산업계 적응역량 강화 지원을 꼽았다. 사전 계획 수립, 기후변화 영향 파악, 적응 전략 수립, 이행 및 모니터링 단계를 거쳐 정부와 산업계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적응 실천 중점 과제··· ‘인신 개선’

탄소 감축 노력은 전 세계와 우리나라가 함께 진행 중이지만 국가기후위기센터장 입장에서 우리나라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아쉬운 점은 없을까.

신 센터장은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고, 국가와 지자체별 대책을 마련하고, 공공기관까지 대책 수립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이행·점검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게 된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해도 칭찬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히자만 감축과 적응 부문을 비교했을 때 감축을 각 분야별 얼마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실천단계가 되면 본인 분야에서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센터가 인식 개선을 업무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유다.

[신지영 KEI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지구는 더 이상 우리를 이전과 같은 혹은 현재와 같은 기후환경에 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진정으로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진심으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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