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리바이어던’ 베레나 파라벨,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
“환경 고려한 새 정치‧과학 필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자연 보여줄 것”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환경일보] 권영길 기자 = 다큐멘터리 ‘리바이어던(Leviathan)’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II에 선보였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그해의 주제에 따라 주목할 만한 영화인이나 영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섹션이며, 올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II는 ‘21세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선’이다.

다큐멘터리 리바이어던(Leviathan)은 하버드대학 감각민족자연연구소 소속 베레나 파라벨(Verena PARAVEL) 감독과 루시엔 카스탱-테일러(Lucien Casting-TAYLOR) 감독이 다른 스태프 없이 고프로 카메라 12대를 들고 저인망어선에 올라 촬영한 작품이며, 두 감독을 만나 리바이어던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베레나 파라벨(Verena PARAVEL) 감독(왼쪽)과 루시엔 카스탱-테일러(Lucien Casting-TAYLOR) 감독 /사진=권영길 기자
베레나 파라벨(Verena PARAVEL) 감독(왼쪽)과 루시엔 카스탱-테일러(Lucien Casting-TAYLOR) 감독 /사진=권영길 기자

Q. 다큐멘터리 ‘리바이어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이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A. (루시엔)
이 영화는 특이한 영화이며, 신(scene)이 없고 그저 어떤 내용이 변이돼 아메바처럼 진화되고 해체되는 영화다. 내러티브도 없으며, 그리고 시작도 없고 중간도 없다. 우리는 그런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영화가 우주적인 괴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는 메시지가 없는 영화, 의제가 없는 영화를 만들려고 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 분량 중에 기억이 남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이 다른 장면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밤의 전경인데 갑판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촬영에 담겨 있다.

그때는 너무나 어둡기 때문에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녹슨 보트만 보인다. 녹슨 보트는 위험해 보이며, 기계 소리도 위협적으로 들리면서 배의 반대쪽을 카메라가 보여준다.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전체적으로 검고 어둡지만, 그곳은 하얀색 파도가 치고 있다. 거기 포트홀을 보면 밑으로 가깝게 내려가면서 생선(대구) 머리가 보이는데 바닷속에서 위로 올라오며 눈, 혀(방광) 등이 입 밖으로 나오며 질식사했는데 저인망어선에서 고기잡이가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파도에 따라 생선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데, 얼마나 끔찍하고 폭력적인지 영상에 담겨 있다.

(베레나) 한 장면이 아니라 전체적인 면에서 봤으면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부분이 생각나는데 그중 한 부분이 굉장히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카메라가 배 옆쪽 피가 흘러나오는 부분을 비추고 있는데, 피가 조금씩 나오다가 점점 더 카메라에 가까워지며 나중에는 성경에서는 나오는 피의 홍수처럼 배 자체가 피바다가 돼 덮여진다.

이것은 생선의 피로 복합적인 것을 보여주는데, 마치 갑판을 가득 채운 생선의 피가 마치 사람이 피를 흘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배가 루트를 따라 흘러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그 속도가 광적으로 빠르다. 그것을 보면서 광적인 면도 느끼게 됐고, 그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종말론적인 부분을 시사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도 했다.

Q. 리바이어던을 촬영하며 저인망어선에도 올랐는데, 다음에는 작품을 위해 어디까지 할 생각인가
A. (루시엔)
죽음까지 불사할 수 있다.

(베레나)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뭔가 기여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고 싶고, 뭔가 논의의 시작을 만들어 주고 싶고 변화하는 시초가 되고 싶기도 하다. 또 자신을 놀랍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고, 그런 의미에서 갈 수 있는 만큼 멀리 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이런 희생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가 바뀌고,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길 원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는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리바이어던 작품은 촬영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그것은 몇 주 동안 바다에 나가야 했고 추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 촬영은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대상을 집중하게 만든다.

우리는 가족과의 시간, 아이와의 시간 등 많은 희생을 하며, 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녹초가 돼도 우리는 그러한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것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은 ‘뭔가 흔적이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고, 결국 ‘사람들에게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베레나 파라벨 감독 /사진=권영길 기자
베레나 파라벨 감독 /사진=권영길 기자

Q. 리바이어던 작품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그 기간 동안 감정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것 같다.
A. (베레나)
6번 정도 바다에 나갔고, 한번 나가면 고기 잡는 기간이 어떤 때는 3주, 어떤 때는 10일 등 전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이러한 날들 중 유독 화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사실 감정은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다가오는데, 바다의 경험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면서 굉장히 강력하고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어부들은 비합법적인 일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었다. 자기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있으며, 결국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비소모적인 수준으로 고기를 잡는다.

이러한 저인망어선에서 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을 2개 이상 쓰는데 그러다 보면 잡은 고기 중 절반은 죽어간다. 사실 이렇게 넓은 바다도, 해양 자원은 굉장히 많이 오염되고 없어지고 있다. 

이렇게 어업이 너무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부들은 바다에 대한 지식이 있으며, 오랫동안 어류 자원이 줄어든다고 경고해 왔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바다와 어부는 불명확한 관계가 있다. 어부들은 바다를 동경하고 있고 바다 앞에서는 작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쓰레기들을 바다에 집어던져 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면 화보다 두려움을 느끼고 무섭고 피곤함을 느끼지만, 그 속에는 기쁨도 있다. 이러한 순간들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다.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리바이어던 스틸컷 /사진제공=(사)부산국제영화제

Q. 리바이어던 촬영을 스태프 없이 고프로 12대로 촬영했는데, 촬영 시 어려운 점과 이렇게 촬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루시엔)
세미프로 한 카메라 하나는 누가 훔쳐 갔고, 하나는 물에 젖었기에 고프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고프로의 장점은 전통적인 카메라와 달라서 흥미로운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고, 방수도 되기 때문에 사용했다.

고프로 12대 중 4개는 고정됐으며, 3개는 배, 1개는 삼각대, 나머지는 어부들의 머리, 가슴, 손목 등에 부착했다. 이번 쵤영 중에 고프로 1개가 소실되기도 했다. 또 촬영 기간 동안 영상은 어부들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어업 활동 하는 것을 담았다.

Q.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는데, 혹 바라는 점이 있나
A. (베레나)
수상에는 관심이 없고, 영광이나 명성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 것은 사실이고 수년간 이 일을 해 왔으며, 일할 때는 엄격하게 열심히 한다. 현재 우리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이 일을 가지고 생계를 꾸리기엔 힘든 건 사실이다. 작품을 하면 돈을 더 쓰게 되는데, 이 일을 계속 하기 위해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했다. 또 대부분 오락적인 영화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보면 약간 슬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희생을 하고, 이 세상에 뭔가 심각하고 진지한 것을 내놓으려 노력해 왔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는 생계를 꾸려 가기 힘들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지원과 도움이 됐으면 한다.

Q. 처음 영화를 만나게 된 순간과 삶 속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A. (루시엔)
영화를 접한 나이가 많이 늦었다. 그 이유는 가족이 영화를 보러 가지도 않았고, 집에 TV도 없었다.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며, 다른 것을 하고 싶었고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접한 것은 스물한 살 두 살 때이며, 그때 촬영감독이 되려고 했다. 영화는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영화는 오락 이런 부분에 집중도를 흐리게 만들고 산만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꽤 흥미 있고 아름다운 것도 있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현실을 도피하거나 집중력을 분산하게 만들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베레나) 앞으로 남은 여생에서 영화 없이도 살 수 있고 행복할 것이다. 또 음악을 좋아하고 책도 읽는다. 현재 영화가 너무 많다. 지금까지 살며 영화를 보면서 제 삶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많지 않다. 최근에는 TV시리즈를 보고 있다. 작년까지 보지 않았지만, 왜 안 봤냐면 사고방식이 싫었고 중독되는 것이 싫었다. TV시리즈를 보게 된 것은 아이들이 TV 시리즈를 보면서 시작했고, 뭔가 지적 요소가 들어가 있어 어떤 영화보다는 훨씬 좋은 시리즈가 있어 괜챦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사랑, 브루조아 등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 /사진=권영길 기자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 /사진=권영길 기자

Q. 앞으로 보여줄 작품이 궁금하다
A. (루시엔)
다음은 ‘자연’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아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보여주고 싶다. 큰 바람이 있다면 영화를 통해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지금 존재하는 정치와 과학은 파괴돼야 한다고 본다. 완전히 새로운 정치적인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과학은 환경 밖에서 존재할 수 없으며, 환경은 정치와 과학보다 훨씬 더 세계적이고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기는 하다. 다만 우리는 새로운 정치와 과학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와 과학은 환경과도 발걸음을 맞추고,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관객들이 이러한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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