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온실가스 평가 고도화··· 배출원별 목록 세분화 중요
해외 동력 확보 역량 ‘극과 극’, 지속가능 연계 대출 등 고려해야

중소벤처기업부와 (재)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가 지난 20일 주최한 '중소기업 탄소중립 대응방안 세미나
중소벤처기업부와 (재)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가 지난 20일 주최한 '중소기업 탄소중립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엘타워=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영)와 (재)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ASEIC)는 지난 20일 양재 엘타워에서 중소기업 탄소중립 대응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연사들은 탄소배출권, 탄소시장, 공급망에서의 ESG 등을 이슈로 제기했다. 특히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원을 규명하고 배출량을 산정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에 발언의 비중을 두는 모습이었다. 

배출원 목록이 점차 세분되고 체계화 됨에 따라 저탄소 경영 체제에 대한 압박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까지 커지는 양상이다. 세미나장에선 충분한 대처가 없다면 과거 수익성을 내던 사업이 적자로 돌아설 거란 예측도 나왔다. 탄소중립에 관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산정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은 탄소중립 대응의 최우선이다. 배출되는 탄소를 파악, 기록, 관리, 산정, 보고하는 이 과정의 맨 처음은 ‘시스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인 데 여기서부터가 진입장벽이다. 

우선 사업장에서 연료를 연소시키거나 운송수단을 쓸 때 배출되는 양에 더해 공정 가동 및 폐기물 처리에서 나오는 것을 따지는 Scope1(직접배출)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다른 기관의 전기나 열을 사용함으로써 배출되는 Scope2(간접배출)다. 아울러 Scope3(간접배출) 부문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한 ‘중소기업용 탄소배출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Scope3는 Scope2를 제외한 모든 간접배출원을 말한다. 종업원의 출퇴근과 출장, 구매한 원재료 또는 1차 재료를 생산하는 경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다.

이들 3개 항목의 경계를 이해해야 배출원 카테고리를 제대로 나누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측정할 수 있다.

사정에 밝은 책임투자 및 환경컨설팅 쪽에선 이 시스템 경계에 관한 명확한 이해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희원 원클 대표는 세미나에서 “냉장고를 유럽에 수출할 경우 냉장고를 생산할 때 발생한 모든 온실가스에 더해 배로 싣고 갈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팔린 냉장고가 수명이 끝날 때까지 평생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 같으면 상당히 수익성이 좋은 산업이었어도 시스템 경계를 모두 계산하고 따지면 적자로 바뀌기도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한경 ECO&PARTNERS 대표는 “기업들은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은 물론 수송과 재무적인 투자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Scope1, Scope2, Scope3를 정확히 측정하고 스크리닝(screening)해서 기업들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연 ECO&PARTNERS 글로벌협력팀 팀장은 “Scope1, 2는 물리적 경계 내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큼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 확인하고 에너지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Scope3의 경우 기업 내에서만이 아닌 다른 조직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데이터 수집이 그만큼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해도 따라 수익·적자 갈릴 위기

‘토양 탄소’ 거래 관심··· 현실은 불모지 

이날 세미나에는 기업체를 포함해 환경컨설팅과 금융 및 에너지 공공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안태용 중소벤처기업부 국제협력과장은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인식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인사말했다.

환경컨설팅 업계는 셋톱박스, 배터리팩, 전기청소차, 폐활성탄 재생 등 여러 업종에서 제품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나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등과 관련된 컨설팅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업체들은 해외 고객사들의 LCA(전주기평가) 기반 탄소배출 정보 공개 요청에 대응하거나 환경적 홍보 효과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맡기는 걸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다수는 아직 탄소중립, 녹색전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별다른 대응계획이 없다는 통계(중소기업중앙회·IBK기업은행)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중소기업들이 산업별, 업종별, 규모별로 탈탄소 전환의 동기를 유형화 시켜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 또는 해외기업의 요청에 시급히 대응해야 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 연계 대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고객사, 금융기관, 중소기업이 1개 혹은 2개의 탄소감축 등 지속가능 목표를 정한 후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대출금리를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은 ▷비금융 프로그램(그린컨설팅, 자가진단, 그린일자리 등) 제공 확대 ▷녹색금융 관련법 제정 등 정부의 정책 강화 ▷기후대응기금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청중들 사이에선 ‘토양 탄소(Soil Carbon) 거래’, ‘중소기업의 ESG 채권 발행’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토양 탄소는 최근 호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개념이다. 호주 정부는 친환경 작물을 심어 탄소의 흡수가 늘어날 경우 그 양만큼 탄소배출권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저탄소 경영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이렇게 토양 탄소를 통해 확보된 탄소배출권을 해외서 구입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박희원 원클 대표는 “토양 탄소의 거래를 위한 절차나 이런 제도적 부분들이 한국엔 없기 때문에 벤치마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유인식 ESG경영팀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ESG 채권 발행에 대해서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체를 포함해 환경컨설팅과 금융 및 에너지 공공기관 관계자 등이 세미나를 들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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