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완료된 기후위기 홀대 시 정산값 상상 초월”
봉사활동 중 ‘재난불평등’ 통감···
실질적인 기후약자 지원 대책 마련해야

대학생기후행동 김민하 활동가 /사진=박선영 기자 
대학생기후행동 김민하 활동가 /사진=박선영 기자 

“이미 도래한 기후위기, 정부는 계획이 있습니까?”

“기후위기 대처 전문인력, 기후약자 프로그램 시급”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대학생기후행동 김민하 활동가(21세, 숙명여대 수학과)와의 첫 만남은 ‘세계 펭귄의 날’ 행사에서 이뤄졌다. 청년기획단 팀장으로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두 번째 만남의 장은 온라인 행사로, 역시 환경 관련 행사였다.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정책화하는 ‘서울, 청년이 그린다’ 프로그램에, 김민하 활동가가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참가한 것이다. 행사 후 그는 서울시에 지원해 강남구 수해복구 현장과 대방동 침수피해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김민하 활동가가 청년기획단 팀장으로 참가한 세계 펭귄의 날 행사에서 어린아이가 남극에서 펭귄을 보호해야 한다는 글씨를 쓰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김민하 활동가가 청년기획단 팀장으로 참가한 세계 펭귄의 날 행사에서 어린아이가 남극에서 펭귄을 보호해야 한다는 글씨를 쓰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취업’보다 ‘환경’에 진심인 대학생

김민하 활동가는 조깅할 때마다 쓰레기를 줍는다. ‘플로깅(Plogging,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jogging의 합성어)이 일상인 그는 교내에서 ‘대학생기후행동’ 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21세 대학생의 일정은 ‘취업 준비’ 대신 ‘환경운동’으로 채워져 있다. 김 활동가는 졸업 후에도 환경 관련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못난이 농산물’ 문제를 지적했다. 기후위기 속 식량위기가 전 지구적 이슈인 가운데 멀쩡한 품질의 농산물이 작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진다는 것. 그는 이러한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문제든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렵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라며, “폭우 등 기후재난을 겪기 전에는 기후위기를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반면, 재활용이나 쓰레기 등 생활과 밀접한 환경문제에는 친구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변화로 인한 사회적 현상들을, 정부와 기업이 경제적 관점으로만 대응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환경위기를 극복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에게 필요한 환경교육에 대한 질문에, 그는 “생태감수성 교육도 필요하지만, 우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소상히 알림으로써 위기의식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꿀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김민하 활동가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데서 그치면 의미가 없다. 느낌을 행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옷도 중고품을 찾는다고 한다.

올해 들어 특히 기후가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한 김민하 활동가. 하지만 이는 올해 갑자기 생긴 일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쌓여 온 영향들이 올해 크게 터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후재난은 앞으로도, 더 크게 찾아올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IPCC는 21세기 말 전 지구 평균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 대비 최소 1.9℃에서 최대 5.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8월8일, 이날 하루에만 동작구 신대방동에 쏟아진 강수량이 381.5㎜. 이제 7월 장마, 8월 땡볕도 옛말이 됐다. 이변이 일상이 된 것이다. “전에 없는 폭우를 보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반복은 재난의 전조임을 깨달았다”라는 김민하 활동가. 그를 만나 환경운동으로 가득 채운 그의 일상에 대해 들어봤다.

김민하 활동가가 ‘서울시 정책제안 활동’ 프로그램에서 서울시 대학가와 원룸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제공=서울시 
김민하 활동가가 ‘서울시 정책제안 활동’ 프로그램에서 서울시 대학가와 원룸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제공=서울시 

빨대 꽂힌 거북이··· 고통스러운 모습에 충격

김민하 활동가는 온라인에서 기후위기 등 환경 관련 정보와 강연을 접한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글로벌환경학과 강의를 들으며 관련 지식을 넓히고 있다. 그는 고교생 시절부터 폐기물 문제와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그린피스에 후원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8년 5월, 그린피스를 통해 접한 한 영상이 그를 환경운동 현장으로 이끌었다. 코에 빨대가 꽂힌 거북이가 피를 흘리며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에, 내내 가시지 않던 그 충격은 그를 후원자에서 운동가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올해 7월 있었던 ‘서울시 정책제안 활동’이다. 그를 포함해 공개 모집에서 선발된 청년 300명은 6월부터 서울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로하스협회를 통해 참가한 팀원들과 1개월간 숙의과정을 거친 후 서울시에 제안할 의제를 도출했다.

서울시에서 1일 발생하는 쓰레기는 9700톤에 달한다. 그중 재활용폐기물이 차지하는 양은 3900톤으로 40%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쓰레기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반면, 늘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할 매립지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는 서울시의 시급한 현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룸촌 현장을 팀원들과 방문했더니, 쓰레기 배출이 아무 곳에나 돼 있었다. 또한, 문전수거 원칙에 따라 좁은 골목에서 환경미화원이 청소차량 대신 수레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결국 주제를 ‘원룸촌 쓰레기 문제’ 해결로 정했다. 김민하 활동가는 정책발표 자리에서, 문제점으로 환경미화원의 업무가 과중한 점, 폐기물을 버리기 위해 사용하는 비닐이 또 다른 폐기물이 되는 점, 혼합배출로 인해 재활용률이 낮은 점, 거리 미관을 해치는 점 등을 지적했다.

주택건설기준 제38조는 분리배출함은 차량출입이 용이한 곳, 주민들의 이용이 편리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가로등 밑에 위치해 깨끗하고 밝은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서울시 대학가와 원룸촌 주택가를 몇 개 지역으로 나눠 분리배출함을 설치하고 관리인을 둘 것을 제안했다. 또한, 기존 분리배출함의 불결한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이미지 쇄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범배출자에게는 에코마일리지, 제로 웨이스트 상품 등으로 포상할 것도 제안했다. 또한 자신이 제안한 정책들을 실행한다면 비닐 쓰레기와 생활폐기물 감소는 물론 수거차량의 주행거리를 단축효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시설 지정을 통해 실질 재활용률과 거리 미관을 개선할 수 있으며, 분리배출함 관리 인력제도로 청년 및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활용품 수거 및 분리에 대한 아이디어로, ‘재활용자판기’ 제도를 제안했다. 가구별 인식카드를 지급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종이팩, 유리병 등을 재활용자판기에 넣으면 업사이클링 브랜드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김민하 활동가는 또한 교육용 키트와 분리수거 봉지를 함께 제공하는 분리배출 교육용 키트, 배달용기 용량에 맞게 규격을 정하고 다회용기 수거함 설치(보증금 제도 적용)로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대회 입상 여부와는 별개로, 문제점을 지적받은 서울시의 후속 조치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김민하 활동가는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에 기후위기 관련 리스크를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전문인력 배치를 제안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김민하 활동가는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에 기후위기 관련 리스크를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전문인력 배치를 제안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 홀대하면, 엄청난 정산의 시간 겪을 것”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삶에 두루,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강도는 고르지 않습니다. 소외된 지역,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크게, 무겁게 다가옵니다.”

김민하 활동가가 환경 문제 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기후불평등’이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가 어떤 지역, 어떤 계층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재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8월 수해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반지하 침수피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재난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와 방안이 시급한 현실을 깨달았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전문인력 배치’다. 환경은 모든 일에 연관된 것이므로, 환경부뿐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에 기후위기 관련 리스크를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전문인력 배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환경뉴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경은 정치, 경제, 사회 등에 비해 덜 중요한 분야로 다뤄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환경과 무관한 분야는 없다. 환경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민하 활동가는 “그럼에도 계속 환경을 홀대했다가는 엄청난 정산의 시간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에 가까운 지적을 했다.

그는 “이미 선진국들과 대기업들이 초래한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환경 약자들이 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대책과 보장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기업이 ESG경영을 홍보하지만, 환경에 대한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경제라는 틀 안에 환경을 맞추려고만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민하 활동가가 말하는 기후불평등 해소 방안은 지난해 통과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서 구체화됐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기후정의’에 대해,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눠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 제정과 별개로, 기후위기가 특정 계층에 특히 가혹하게 작용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김민하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이미 배송 완료됐다. 본격적인 기후위기 시대에, 정부는 기후적응에 관한 계획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기후약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하 대학생기후행동 활동가가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환경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환경뉴스를 쉬어 가는 코너로 취급하면 큰일 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