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런스 II]
인플레이션·에너지값 상승, 기후위기 대응 취약 지방정부 맞춤전략 요구
산업구조와 사회 시스템 전환 시급··· 저탄소 도시화 민간 참여 확대해야

[송도컨벤시아=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수출과 수입액이 국가 경쟁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큰 우리나라는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서두르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시대적 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사업발굴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16년간 금융자산운용가로 활동한 유세근씨(가명)는 2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청중 질문과 온·오프라인 토론자 발표 형태로 열린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런스에서 ‘기후위기 리스크 관리’에 대한 생각을 이같이 전했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해 묻는 온라인 청중 질문에 컨퍼런스 좌장을 맡은 손성환 녹색기후기금(GCF) 협력 자문대사는 “현재 한국이 처한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 에너지 위기와는 다르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위기로 많은 국가들이 주요 에너지원을 옮길 수밖에 없다. 반면 석탄소비가 지난해 6%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30년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고 수소 등의 연료가 휘발유보다 훨씬 많이 쓰이게 될 것이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이처럼 글로벌 대세에 따라 우리의 노력을 돌아보고 즉각적인 기후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 산자수렌 GCF 대외협력국장은 ‘한국의 기후위기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저개발국가가 아니고 공여국이다. 인천 송도에 기후위기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GCF가 자리 잡은 이유다. 140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탄소중립에 대한 법을 만든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4개국뿐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프로그램에 한국은 이미 지원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재정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측면에서 손성환 대사는 “GCF 공여국 한국은 탄소포집 기술을 만들어 저개발국가를 지원해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간 1.5℃ 목표 합의에 대한 행동 필요한 때”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FCCC COP27)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하는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컨퍼런스 패널로 참가해 “현재 우리는 위기 가운데 있고, 이미 기후재앙 단계에 들어섰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여름 서울시는 엄청난 홍수를 겪었다. 서울시 하수처리시설은 시간당 80mm를 감당할 수 있다. 강수량이 예측범위를 벗어나 강남역 주변에 피해가 컸다. 시간당 140mm가 쏟아져 하룻밤에 많은 목숨이 사라졌고, 12개의 자동차 보험사들이 수천 개의 보험 건을 접수했다. 이것이 당면한 기후위기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김 대사는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 우리는 야심찬 행동을 해야 한다. COP27은 정부대표단 간 1.5℃ 목표 합의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사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 40% 감축 목표를 전 세계에 공표한 한국은 이제 이 약속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식량과 에너지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인플레이션, 식량위기,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산업별로 지금의 목표를 상향 조치하거나, 민간은행,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목표한 감축량 달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27 개최국인 이집트의 칼리드 압델 라흐만 주한 이집트 대사는 기조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글로벌 목표 달성과 심각한 기후재난 대응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적극적 행동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COP27를 통해 이집트 또한 전 세계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한국의 리스크라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산업구조 개편과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자동차가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를 생산하는 협력업체 1/3이 줄어들 것이고, 일자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수용하는 문제를 담은 40% 달성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금 실장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구조로, 기관산업인 반도체 생산 역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이 같은 산업구조에서 2030년까지 40%를 감축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금융, 세제 등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올해 2조4000억원의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산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R&D에도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 실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구조 개편에 집중하고 있지만 결국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과거 정부에서 하지 못한 전력요금 인상을 하고 있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내년부터 더욱 확대해 국제사회와 약속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세헌 인천광역시 환경기후정책과장은 패널 발표에서 “탄소중립 조례를 제정하고 탄소중립비전포럼을 운영하는 인천시는 시민사회의 의견수렴 절차를 완료했다”며 “2050년이 아닌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인천시는 2023년 에너지 온실가스예산인지제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24년 전면실시 했을 때 부작용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관내 35개 사업장과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저탄소 도시 실현에 앞장서는 인천은 올해 7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대한민국 협력연락사무소를 송도 G타워에 개소했다. UN에서 운영하는 CTCN의 연락사무소는 개도국 기후위기 대응 기술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인천과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공동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대응 취약한 지방정부 맞춤형 전략 갖춰야
알프 이바르 블리크버그 UNDRR 동북아사무소 부대표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공동대응은 지속가능 발전과 복원력 시너지 차원에서 중요하며 이는 지방정부에서 이행해야 한다”며 “이제는 선제적으로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행동이 중요하며 이는 지난해 COP26에서 논의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도시가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한참 부족하다. 현재 1000개 이상의 세계 지방정부가 협력해 복원력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줬다. 지방정부의 노인들, 장애인 등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 할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기후정책수립에 지방정부를 파트너로 삼아 이들이 기후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는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건축물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건축물은 에너지를 줄이면서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건축물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리모델링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가 말한 건축물의 사용하는 에너지양을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직접배출량 7.2%, 간접배출량 17.5%를 차지했다. 직접배출량은 난방·취사 등을 위한 화석연료(도시가스, 프로판 등) 연소를, 간접배출량은 건물에서 소비되는 전기에너지 발전을 위한 탄소 배출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에너지, 산업 부문에 초점을 맞춤 중앙정부 정책과는 달리(기후위기 완화를 목적) 지방자치단체의 기후위기 적응정책의 우선순위는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건물·도시기반시설·수송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건축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 투자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신축 및 기축 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수준 강화 ▷2030년까지 탄소중립건축물에 대한 규정을 정비하고 2030년부터 신축건축물 실행 필요 ▷국내 에너지자립률 계산방식을 국제적인 계산방식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등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