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야기 바탕으로 30년간 소통·설득 전략 이어온 ‘자원순환인’
“임기 내 고품질 재활용 통한 K-순환경제 이행, 탄소중립 실현 한몫”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 /사진=박선영 기자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은 “2025년쯤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가 사회문제로 본격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8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정 본부장은 지난 30년간 재활용폐기물종합관리 대책, 탈플라스틱 대책을 마련하고, 2018년 쓰레기 수거대란 시에는 위기 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시장 상태를 안정시켰다. 지난해 12월 K-순환 이행 계획 수립 등 직책이 바뀔 때마다 현안에 따른 법 재·개정에 참여해 왔다.

정 본부장은 자원순환본부 자원재활용처장으로 2021년 초까지 근무하며, 전기차 폐배터리 반납과 처리를 환경공단 업무가 되도록 추진했다. 폭발 위험이 존재하고, 땅에 묻거나 폐기 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배터리에 포함돼 있어서다. 그 결과 환경공단은 현재 전국에 전기차 폐배터리를 수거해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분류하는 미래폐자원거점수거센터 4곳을 운영 중이다.

정 본부장은 2003년 EPR 제도 도입을 기획했다. 이후 20년간 태양광 폐패널,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폐LED 등의 새로운 폐기물들이 생겨났다. 그는 2023년 태양광 폐패널, 폐LED의 EPR 대상 품목 편입을 주도했다.

“공단의 자원순환 업무 자체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정 본부장의 중점 업무는 고품질 재활용을 통한 K-순환경제 이행과 탄소중립 실현이다.

지난해 정 본부장은 전북환경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영농폐비닐을 재활용한 탄소 저감형 PCR-멀칭비닐(재생원료 40%, 신재 60% 혼합 사용)을 만들었다. 그동안 영농폐비닐은 재활용 시 고비용과 저품질 문제로 국내 재활용 수요가 부족해 폐비닐 처리의 어려움이 있었다. 환경공단은 중소기업과 연구개발 협업을 통해 순환경제형 PCR-멀칭필름의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기존 신재 사용 대비 PCR-멀칭 필름은 약 30% 이상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어 자원절약과 환경오염 방지를 통한 국가 탄소중립 이행도 가능하다. 기존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인장강도, 신장율, 인열강도 등 성능이 향상돼 영농 활동에 적합한 최적의 물성을 갖고 있음이 검증됐다. 내년부터는 사용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과거에 만든 정책이 업그레이드 돼야 할 시기에 자원순환본부장에 임명된 것이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거두지 않고 그동안 만들어 온 자원순환 정책 설명을 이어갔다.

“현장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통과 설득의 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을 10월 18일 집무실에서 만나 취임 소회와 임기 내 업무 추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8월30일 취임한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 /사진=박선영 기자
8월30일 취임한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 /사진=박선영 기자

30년 경험, 탄소중립 실현 위한 순환경제 완성에 기여

Q. 지난 8월 30일 한국환경공단의 자원순환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소회를 밝힌다면

환경공단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자원순환 개념 도입, 순환경제 이행계획 수립 등 자원순환 정책 변화와 함께해 왔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환경공단과 직원들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순환경제 완성에 기여하고 우리나라 최고 자원순환 전문기관 및 전문가로 성장·인정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견인과 지원 역할을 하겠다.

또한,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발로 뛰는 본부장으로 국민들과 함께 문제점과 답을 찾아내는 현장 도우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공정과 책임에 기반한 공직사회 실현과 국가 국정과제 완성 및 환경친화적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국민과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자원순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Q. 경제 사회구조를 지속가능한 자원순환형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법률적 기반인 ‘자원순환 기본법’에 따라 각 지자체와 공단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참고로 많은 지자체와의 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다

공단과 지자체는 자원순환 분야 다양한 업무를 함께 공유해 처리해 나가고 있다. 다만, 지자체의 경우 이러한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와 악성 민원으로 인해 기피 부서로 인식돼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어 공단 관련 업무 등의 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공단은 환경부의 재활용 및 폐기물 정책 전반에 대한 위탁사업과 법에서 정하는 공단의 고유 목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원순환기본법’ 제26조에 따라 국가는 자원순환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자체 추진 사업을 지원한다.

자원순환본부장에 부임하고 나서 우선 지역별 초도 순시를 통해 지역 본부장들에게 해당 지자체와 애로 사항을 공유해 동일한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독려했다. 현장에서의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중앙정부인 환경부(자원순환국)와 신속 협의 및 해소를 이끌어 냄으로써 공단과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국가의 자원순환 정책 이행 및 순환경제를 완성하는 데 그 소임을 다하겠다.

자원순환 분야에서 공단과 지자체 간 공동으로 수행하는 업무는 올바로시스템 운영, 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관리시스템 운영, 가축분뇨·수탁폐수 전자인계관리스시스템 운영, 자원순환 분야 통계 관리, 영농폐기물 관리, 과대포장 및 전용용기 검사, 재활용제도 운영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재활용 분야에서 공단은 지자체와 함께 폐가전 수거 체계 구축 사업, 섬유폐기물 새활용 사업, 고품질 재활용품 회수·보상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Q. 2003년 시행된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이 폐기물 발생량 감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최근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부담금 품목이었던 산업용 필름 등 15개 품목을 EPR 대상 품목에 새롭게 편입하고, 기업들의 재생원료 사용 촉진 및 신재(석유에서 추출한) 사용량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시 재활용 의무량 감경 같은 인센티브 부여 등 구체적인 유인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EPR 제도가 재활용량 확대뿐만 아니라 폐기물 발생량 감소에도 계속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EPR 대상 품목의 회수·재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연관 제도, 즉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도, 빈용기보증금 제도, 분리배출표시 제도 등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로 관련 폐기물 재활용 정책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공헌했고 무엇보다도 생산자 책임 재활용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 경제 주체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배달 용기 및 1회용품 사용 급증 등에 따라 폐기물 발생량이 감소되지 않은 측면이 있으나, 제도 시행 이후 18년간 총 2725만 톤을 재활용함으로써 총 14조7057억원(매립·소각 대체 절감 비용 6조5657억원, 재활용품 경제가치 8조1400억원)의 경제적 편익과 2만679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했다.

EPR 시행 18년 동안 국가 재활용률은 40.6%(2002년)에서 73.9%(2020년)로 33.3%p 증가했고 EPR 대상 품목 재활용량은 2020년 기준 약 186만 톤으로 2002년의 약 94만톤 대비 98% 증가했다.

순환경제형 PCR-멀칭필름이 시범 보급된 농가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순환경제형 PCR-멀칭필름이 시범 보급된 농가  /사진제공=한국환경공단

매립·소각 대신 폐기물 자원화 촉진 전략 추진

Q. 쓰레기 처리 문제 해결은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기존 매립과 소각 중심 폐플라스틱 처리 방식을 바꿔 쓰레기를 자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발생량 감소에 있으나 불가피하게 발생한 폐기물에 대해서는 소각과 매립과정에서 CO₂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를 배출함에 따라 순환이용 극대화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환경공단에서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순환이용의 촉진을 위해 국가 자원순환 목표인 순환이용률과 최종처분률을 사업장별로 부여해 이행평가를 하고, 소각 또는 매립 시에는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부과해 최대한 순환이용 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또한, 폐기물의 순환자원 인정 확대, 재활용환경성 평가 등을 통해 폐기물의 자원화를 촉진하고, 재활용이 어려워 매립·소각되던 복합재질을 열분해해 원료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기존 매립·소각 등의 처리 중심에서 순환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영농폐비닐은 재활용 시 고비용과 저품질 문제로 국내 재활용 수요가 부족해 폐비닐 처리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공단에서는 기존 영농 폐비닐 재생원료를 활용해 탄소 저감형 고품질 재활용 필름 기술을 개발, 시험생산에 성공함으로써 순환경제 및 탄소중립 실현에 선도적인 사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은 영농폐비닐 재생원료를 활용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2021.11)했고, 관련업체와 연구개발 협업으로 순환경제형 PCR(소비자가 사용한 이후 수거한 폐비닐로 만든) 멀칭필름(재생원료 40%, 신재 60% 혼합 사용)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부담 해소와 재생원료 사용으로 폐기물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으며, 농민은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영농멀칭 필름 구입과 노동력 절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존 신재 사용 대비 PCR-멀칭필름은 약 30% 이상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어 자원의 절약과 환경오염 방지를 통한 국가 탄소중립 이행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Q. 전기차 폐배터리가 순환자원으로 지정되고, 폐기물 규제에서 면제돼 재활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데

정부의 규제 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2022.09)에 따라 순환자원 선인정제도가 도입됐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 선인정 대상으로 고시(2023년 상반기)해 각종 폐기물 규제가 면제되면 현재 사업장 단위로 사전 승인받은 용도·방식에 한해 순환자원으로 지정된다. 순환자원 선인정제도 도입 이전, 폐기물 규제 면제를 우선 추진하기 위해 현행 11개 순환자원 인정기준을 4개로 완화하기 위한 자원순환기본법 시행령 개정(입법예고 완료, 22.08.31~10.11)이 진행 중에 있다.

폐배터리를 분해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뿐만 아니라 전기차 폐배터리의 부품을 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상전원공급장치(UPS) 등 제품을 제조하는 재사용 산업 또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환경공단이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 한국마사회와 함께 진행한 ‘폐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식 /사진=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이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 한국마사회와 함께 진행한 ‘폐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식 /사진=한국환경공단

Q. 폐전자제품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협약이 진행 중인데, 전자제품을 친환경적으로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활동에서 공단이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폐전기·전자제품 재활용 제도인 환경성보장제의 운영기관인 공단은 대형 폐전기·전자제품에 비해 수거 체계가 미약한 중소형 제품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유관기관들과의 회수 협력체계 구축 및 구심점으로서 적정 재활용 모니터링, 제도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단은 폐전기·전자제품 중 회수가 어려운 중소형 제품들을 중심으로 회수·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한국마사회,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과 ‘폐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2022.9.21)했다. 이를 통해 한국마사회와 렛츠런파크, 문화공감센터와 본사·지사 등에서 발생되는 중소형 폐전기·전자제품 회수체계를 구축·운영하며, 발생한 제품들은 공제조합에 인계해 공단의 모니터링 및 관리감독 체계에 따라 재활용돼 자원순환 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폐전기·전자제품의 안전한 재활용을 위해 운영관리시스템(EcoAS 시스템)을 통해 회수·재활용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추진한 제도 비대상 제품에 대한 한시적 회수·회수·재활용 실적 인정으로 가정 배출 또는 재활용 현장에서의 대상 제품 구분 업무를 최소화함으로써 국민 배출 편의 및 재활용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확대, LNG 수입 대체와 메탄 발생 감소 기여

Q. 음식쓰레기·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원화 바이오산업 추진 전략을 밝힌다면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등 유기성폐자원을 바이오가스로 전환해 재생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유기성 폐자원 처리 방법의 문제점 및 비효율성(퇴비·액비화, 사료화 등의 처리 방법은 부가가치가 낮고 전염병 확산 등의 문제 발생)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기성폐자원을 통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경우 소화효율이 향상(단독처리 40% →통합처리 55% 이상)돼 에너지 생산량이 증가되고 설치·운영비가 개별처리보다 절감된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공단은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에 국고를 우선적으로 지원해 현재 110곳의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140곳으로 늘리고 가스 생산량도 연간 3.6억N㎥에서 5억N㎥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도시가스 공급량(약 250억 N㎥/년, 2021년 기준)의 약 2% 수준으로 연간 1812억원의 LNG 수입대체효과와 함께 폐기물 기원 메탄 발생을 줄여 2026년까지 연간 110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정재웅 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플라스틱은 탁월한 물성과 효용성으로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지만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등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가 됐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공단은 지자체 및 시민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운영,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 등을 환경부와 긴밀히 협조해 플라스틱 발생 감축과 재이용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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