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4일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품 사용제한 정책 ‘또 유예’
“정부가 소극적인데 기업 인식 개선되나” 업계‧소비자 혼란만

배달음식 등 플라스틱 배출 증가로 다회용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고취됨에 따라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시행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천소비자연맹이 주관하고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후원한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다회용기 사용 관련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본 토론회는 다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생활실천을 위한 전 국민 참여 의식 증진을 고취하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마련한 자리다.

플라스틱은 사회 전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환경 잔류와 미세화 등으로 인체와 생태계에 가장 큰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3억5000톤이던 플라스틱 폐기물은 2060년 10억1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8~10%가 플라스틱 생산에 활용되는 등 생산부터 폐기까지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 중이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탈플라스틱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은 올해 플라스틱 포장세를 시행했으며 독일은 2025년까지 일회용 페트병에 재생연료 25% 사용을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재생원료 30% 사용을 의무화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10월20일 ▷일회용품 사용량 감량 ▷고품질 재활용 확대 ▷재생 원료 산업의 육성을 골자로 하는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1년 대비 492만톤에서 393만톤으로 20%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일회용품 사용제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모두 ‘유예’

하지만 탈플라스틱 계획에 대한 실행이 매우 더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다회용기 사용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진행이 너무 느리다”며 “올해 11월24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제한 품목 확대 정책이 중소매장의 준비와 소비자 인식 개선 등의 이유로 1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정부의 미온적인 정책 시행을 비판했다.

대구경북소비자연맹의 양순남 사무국장 역시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 점 등을 대상으로 올해 6월10일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고자 했지만, 가맹점주의 반발 등으로 6개월 유예해 12월부터 실시한다고 결정된 상황에서 업체들과의 공감과 협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다회용기 사용 관련 국회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양 사무국장은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 76%가 음식 배달 후 배달용기를 쓰레기로 배출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며 “소비자들은 배달을 시키지만 환경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정부, 업체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양 사무국장 “행정이 적극 동참해야 업체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지속가능소비, 녹색생활 실천 등에 대해 소비자들의 1회용품 사용 저감화를 위한 가정용 다회용기 사용 인식개선 등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친환경 제품 구매 등 일상 속 탄소중립 인센티브 제공해야

환경문제에 있어 소비자의 자발적인 행동만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활과학박사인 전남목포소비자연맹 김수미 부회장은 “현실 상황에서 개인의 편리함, 복지와 사회 전체의 이익 간에 발생하는 ‘사회적 딜레마’의 문제가 존재한다”며 “특히 환경의 경우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적 특성이 강한 환경에 있어 비용 지불보다 무임승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전자영수증, 리필 스테이션, 무공해차 대여, 다회용기, 친환경 제품 구매(그린카드) 등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한 국민에게 제공하는 현금성 포인트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이 영수증은 매년 120억장 이상 발생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수천톤에 이르기에, 전자 영수증 발급에 따라 탄소배출 저감량 효과가 상당하다.

또 리필 스테이션은 전용 용기에 필요한 내용물을 리필하고, 담은 내용물의 무게만큼 비용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인 가구가 필요한 만큼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여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김수미 생활과학박사는 일상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한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전자영수증, 리필 스테이션, 무공해차 대여, 다회용기, 친환경 제품 구매(그린카드) 등 현금성 포인트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 생활과학박사는 일상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한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전자영수증, 리필 스테이션, 무공해차 대여, 다회용기, 친환경 제품 구매(그린카드) 등 현금성 포인트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라는 일반 국민의 탄소중립 생활실천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민간기업의 친환경 활동 이용 시 이용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가 존재한다.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 받고 싶어도 쓰기 너무 불편

2022년 11월6일 기준 22만7692명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으나 5000만 국민 대비 0.4%에 불과하다. 원인으로 소비자가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 참여방식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으며, 해당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18개 기업들의 포인트 적립 통합 시스템 또한 구축돼 있지 않다.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를 적립하려면 18개의 기업 누리집에 모두 회원가입 해야 하고, 심지어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가 없는 참여기업도 있다.

김 박사는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제의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들이 ‘번거러옴’을 느끼는 불만의 요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바로 적립하는 모바일 앱 개발이 시급하다”며 “제도의 항목과 참여하는 기업들의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체에 대한 다회용기 사용 촉구를 위해 박혜영 인천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정부 차원에서 다회용기 사용 업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홍보가 필요하다”며 “또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음식업체에 대한 다회용기 소독기 제공 등 실제적인 지원과 자금지원정책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비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그는 “다회용기 사용 소비자에 지역화폐적립, 탄소정립포인트 등 금전적인 보상이 중요하다”며 “지역 자활센터, 노인인력 등 공공인력을 확충해 다회용기 수거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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