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오염 문제 해결 전문가 육성, 정책개발 위한 유기적 협력 필요
국내 대형 기름유출 대처 경험·선진 방제시스템 개도국과 공유해야

윤종휘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사진=박선영 기자 
윤종휘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윤종휘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의 인터뷰는 윤 교수가 ‘한국 국가긴급방제계획(NCP)’을 주제로 강의에 나선 11월 1일 베트남 공무원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수행하는 ‘베트남 해양환경관리 기반구축을 위한 역량 강화 및 시범사업 용역’ 초청연수(해양오염방제 부문)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윤 교수의 강의에서 한 베트남 공무원은 베트남 해안가에 기름 덩어리가 밀려들었을 때 책임소재를 어떻게 가려야 하는지에 물었다.

과거에는 이 같은 기름 덩어리의 최초 출처를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분명해진 사실은 고의든, 실수든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수거하는 당사자는 국가가 아니고 선주 등 오염행위자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감시가 크게 강화돼 의도적으로 기름을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한번 유출된 기름은 바다에서 풍화작용을 겪는다. 이렇게 해류를 통해 흘러다닌 기름의 출처는 대한민국에서는 유지문 분석을 통해 찾아낸다. 베트남 공무원이 전수를 바랐던 유지문 분석 기법은사람의 지문으로 신원을 밝혀내듯 기름이 어떤 기름인지 성분을 분석하고, 어느 배에서 유출됐는지도 찾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오염 방제 지휘 체계
우리나라의 해양오염 방제 지휘 체계

큰 사고를 겪으며 만든 해양오염 방제 시스템

유지문 분석의 경우처럼 초청연수로 해양오염방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내용은 큰 기름유출 사고를 겪은 한국의 대처 경험과 이를 통해 만들어진 해양오염방제 대비·대응 시스템이다.

한국의 선진화된 방제시스템을 살펴보고 베트남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할 점을 찾아내는 것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베트남 공무원의 임무였다. 하지만 정작 베트남은 아직 OPRC90(유류오염 대비·대응 및 협력에 관한 국제협약) 미가입국이다. 이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중대한 오염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기 위해 국제기구나 주변국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연안국은 가입을 마친 상태다.

대형 유류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부 지역이나 단일 국가의 능력으로는 방제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협약 가입 국가들은 사고를 통해 경험했고, 사고 발생 후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범국가적 대비·대응에 협력하고 있다.

OPRC90 회원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윤 교수가 강의에서 설명한 국가 긴급방제계획 수립이다. 방제계획은 정부 차원의 방제 체계, 관계기관의 임무와 역할 및 방제 실행 등을 규정한 해양오염사고 대비·대응 및 협력에 관한 법정 계획이다. 대한민국 방제계획의 관련 근거로는 해양환경관리법과 유류오염 대응 및 협력에 관한 국제협약이 있다. 협약 가입 여부는 각 국가 심의에 의해 필요한 경우에 결정된다. 협약 미가입 국가인 베트남은 현재 상당 부분 협약 당사국에 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은 전 세계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상 모든 나라들이 동일한 기준을 정해서 지켜야 한다는 것이 국제협약이다. 어느 한 나라 연안에서 유출된 기름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를 통해 다른 나라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해양오염 방제대비·대응 시스템은 대형 사고를 경험하며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완성됐다. 1995년 씨프린스 호 침몰로 5035톤의 원유가 유출됐다. 사고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하기 힘든 엄청난 양의 기름이 여수시 해역에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당시 여수 해역은 양식장, 어류 등 민감자원이 풍부하게 분포한 곳이었다.

해양오염 대응수준이 높지 않았던 대한민국은 이 사고를 계기로 미국과 캐나다 등을 방문해 살핀 다양한 제도를 우리나라 상황에 접목하는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2007년 12월 태안군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크레인 삼성 1호가 충돌해 씨프린스 호 사고때 보다 훨씬 많은 기름이 바다에 유출됐다. 씨프린스 호 사고 이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방제시스템이 고도화됐다고 생각했지만 시스템과 방제 물자 보급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베트남은 한국의 허베이 스피릿호 기름유출 같은 큰 사고를 경험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선진 방제시스템을 배우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는 큰 사고를 겪은 교훈으로 시스템을 빠르게 선진화시켰다는 점이 다르다.

윤 교수가 설명한 OPRC협약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협약 가입 당국은 유류오염에 관한 지역방제체제구축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선박, 해양시추선, 유류취급시설 및 항만당국이 유류오염비상계획을 수립·비치해야 하며, 인접국가의 지원요청 시 각 당사국은 방제에 협력하고 기술이나 장비를 지원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 11월 협약에 가입해 2000년 2월부터 국내에 발효됐다. 이를 기반으로 ‘해양오염방지법(현, 해양환경관리법)을 개정하는 등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현장지휘체계(ICS)를 정비하기도 했다. ICS는 유류유출 사고 뿐 아니라 교통, 항공 사고, 건물 붕괴 등 현장에서 대응해야 하는 모든 사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허베이 스피리트 호 사고로 유출된 기름으로 오염된 만리포 해수욕장 /사진=국토교통부

“각 기관 유기적 교류로 더 나은 환경관리 나올 수 있어”

우리나라의 해양 사고 위험도는 1~5단계로 분류하고 있으며, 각 연안에 따라 대비·대응 조치가 다르다. “위험도 분석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더욱 세밀한 분석을 진행하고 한국 국가긴급방제계획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 국가긴급방제계획은 ‘만약에 사고가 발생한다면’을 가정한 계획으로 IMO 매뉴얼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항은 거의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해양사고 예방조치에 대한 자문은 해양환경관리법에 규정돼 있다. 오염방제기술지원협의회가 있으며,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방차원의 협의회도 있다. 이 협의를 통해 사고가 났을 때 자문을 구하고 때로는 외국에서 전문가를 초정해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오염 방제 지휘체계는 국가 차원의 해양경찰청이 있고, 5개의 지방청, 20개의 해경서, 전국에 14개 지사를 둔 해양환경공단, 협력기관인 민간방제업체가 있다.

국가차원의 방제 지휘는 해양경찰청이 맡는다. 윤 교수는 “해양환경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차원에서 사고 지원 및 협조기관인 해수부와 해경이 더욱 유기적으로 정보교환과 협의를 진행해 정책개발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법령이 마련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 육성이 중요하고 동시에 충분한 물자와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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